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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Jan 26. 2017

홍라삼험 산행후기

북경 홍라삼험 산행기

--홍라삼험 산행후기--
 
금주 산행지는 방산팔경(房山八景)중의 하나인 홍라삼험이다.
이산은 방산구에 위치해 있고 문두구,회유구,밀운구,연경 산들과는 또 다른 경치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험준한 산세이다.
해발은 낮지만 절벽이 많아 산행 시 짜릿 짜릿한 느낌을 주어 자극적인 산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홍라삼험은 가을 단풍이 늦게까지 아름다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만큼 좋은 날을 잡아 등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행지와 날짜에 맞춘 일기 예보는 이제 습관처럼 나를 끌어 당겨, 이번 한 주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몇 개의 날씨 앱에 한량이 기방 드나 들 듯 했다.
어떤 앱은 비 사이에 눈을 끼워 내며 겨우 힌 색을 띄는, 말 그대로 雨雪를 내밀고, 다른 앱은 완전한 눈으로 변화 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 외 또 한 개의 앱은 구름 탄 태양이 숨 가뿐 호흡을 하며 겨우 연명 하기도 한다.
하지만 산행 날이 가까워 질수록 너나 할 것 없이 구름 속에서 눈 결정체를 낙하산처럼 내리기 시작 했다.
더 예쁘게 치장한 앱은, 만천하에 흰 눈을 쌓아 놓고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나무를 배경으로 세웠다.
그리고 대설이란 피켓 옆에 목도리 두른 예쁜 소녀를 두고, 큰 눈 예보를 했다.
출발 전날 도저히 안될 것 같아 대책 회의를 해, 폭설이 오면 갈 코스 몇 군데를 정하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한 시쯤 창으로 밖을 보았지만 눈이 오지 않았고, 아침에 일어나 등산가방을 메고 밖을 나서도 보슬비만 내릴 뿐이었다.
하지만 앱에서 놀란 가슴이라, 재차 전화로 홍라삼험 가는 도로 상태를 확인 했지만 문제가 없어 원래 코스로 출발 했다.


들 머리 앵두 골에 도착해, 잘 딱아진 계단을 따라 비 내리는 산길을 오르기 시작 했다.
보슬비는 오는 건지 마는 건지 구분하기 힘들어, 우의를 입은 사람, 우산을 쓴 사람, 그냥 등산복 만 입은 사람 등 각자의 성격 만큼이나 다른 복장 이었다.
그렇지만 잘 포장된 산길은 모든 모습을 다 받아 들였다.
어느 정도 오르니 잎 떨어진 가지에 눈을 살짝 얼린 겨울 풍경이 숲을 이루며, 산행 기분을 고조 시켰다.
그 아래, 가지치기 해서 묶어 놓은 한단 한단 위에도 백설을 쌓아, 민자 같이 밋밋하고 조용한 숲 속을 자상하게 치장하며 지나치는 인적과 함께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모퉁이를 돌아 나올 때는 넓은 시야를 확보해 줘, 먼산 힌 배경까지 렌즈 속으로 넣을 수 있게 했다.
언제나 그 앞에는 자연과 잘 조화된 모습을 한 우리 대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삼삼오오 들어서 더욱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었다.
그러한 산행은 어느덧 ‘자유’ 라는 표지 석이 나름 멋을 낸 글씨체로 자리한 곳에 도착 했다.
새겨진 글자는 짜여진 틀 속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잠시라도 해방 시키고자 진눈깨비 날리는 중턱에서 오는 이를 반긴다.
그 자리에서 묘이산이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리 저리 살폈지만 안개 속에서 어딘지 알 수 없어 이내 포기 했다.
이를 기점으로 왼쪽 아래로 꺽어 들어, 계곡에서 한 포인트 멋진 휴식을 하며 전열을 가다듬은 후 본격적인 붉은 껍질의 나선형 소라(螺) 산행을 하며 삼험(三 즉 하험(下), 중험(中), 상험(上)탐험을 시작 했다.
하험(下), 전의 갈지자 형 길을 올라 벼랑 옆 평지를 따라 드니, 오래된 담장 한줄기가 세월 속에서 안간힘으로 버티었고 그 앞에는 눈 덮인 산이 허물어지는 시간을 안타 까와 했다.
아마도 죽원사(竹寺)유적일 것이다.
우리 대원들은 거침 없는 발길로 지난 수 백 년의 세월 속을 박차고 지나치며 현대 문명의 족적을 후대에게 남겼다.
다시 나선형으로 도는 길을 따라 중험(中)에 이르니 벽돌탑 하나가 쇠잔한 모습으로 발부터 썩어 내리는 동상 같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눈보라 속 흩어지는 세월을 견고하게 잡았다.
상층부에는 아직도 규칙 있고 질서 있는 공덕을 쌓으며 미래의 시간 속으로 의연 했다.
‘명나라 때 이 외진 곳에서 수행 한 이들은 얼마나 많은 고행으로 삶의 고비를 넘기며 인간사의 해탈을 꿈꾸었을까!’ 하는 부서 지지 않는 생각은 나뭇가지에 맺힌 얼음처럼 냉랭했다.


눈앞에 높이 솟은, 구름 가린 산과 같고, 선경 같고, 이상 같은 해답 없는 인생사 문제에 빠진 상념을 턴 것은, 조금 돌아든 자리에서 시작 한, 현실의 먹고 사는 문제인 점심 식사였다.
역시 뜬 구름 같은 이야기는 안개 속 같았지만 몸으로 체험하는 맛나는 식사는 너무도 직접적이어서 더 이상의 형언이 필요 없는 단순한 문제였다.
그 중 호박님의 어묵 넣은 라면 맛은 정말로 ‘당나라 어느 날 눈 발 날리는 고전의 일미! 中文名字叫!(“雪中唐朝古典味”)’ 는 너무 좋았다.
거한 점심 식사 후 적지 않은 인원이 오른 쪽을 돌아 드니 훼손 되지 않은 명나라 비석 두 개가 나란히 있었고, 그 안에는 글씨가 빼곡 했다.
잘 하지 못하는 중문 실력으로 감히 눈을 들이 대니 역시나 몇 단어만 들어 왔다.
그 중 하나의 비석에는 좋은 명성이 후대에 영원히 전해 진다(“万古流芳”)를 또 다른 비석에는 중수극락사기(“重修极乐”)라는 이해 못하는 내용이 깨 알 같았고, 그렇게 중험(中)산행을 마쳤다.

그 다음 우리는 짜릿한 3개의 등반 코스 중 첫 번째 도전에 이르렀다.
경사도는 거의 90도에 이르고 길이는 10미터가 좀 넘는 벼랑이다.
하지만 영린님이 먼저 올라가 로프를 내려, 다들 별 문제 없이 등반을 마치고 오른쪽이 절벽으로 잘려 나간 길을 걸으니 발 밑은 천길 낭떠러지가 오금을 저리게 하고, 앞에는 구름 속에서 높고 높은 봉우리가 솟아 있었다.
그리고 바위 아래 뽀송 뽀송한 흙 길은 더 없이 좋은 상험(上) 산행을 즐기게 했다.
이곳 절벽 끝에 사당을 지어 머무르면 금방 도가 통해 구름도 탈 것 같은 신선 세계였다.

두번째 도전에서 어떤 회원은 간격 먼, 발 디딤을 극복하기 위해 유연하지 않은 다리를 찢으며, 밀고 당겨 이 또한 잘 지나 갔다.


그렇게 산길을 걸으며 고도 높은 곳에서, 앞 뒤로 펼쳐 지는 상들리에 같고, 수정 같이 멋들어진 나뭇가지 얼음을 서로 가리키며 감탄사를 연발 했다.
이런 나무가지는 스칠 때 마다 맑은 소리를 내어, 귀까지 자극하며 산행의 즐거움을 끌어 올려 세번째 도전도 로프를 이용해 별 어려움 없이 지나 갔다.
어느덧 고압선철탑을 지나고 30분 정도 능선을 돌아 관모산과의 갈림길에서 하산을 시작 하니, 길은 잘 나 있었지만 얼음 가지가 자꾸만 앞을 막아 갈길 바쁜 우리를 조급하게 했다.
한 시간 가까이 하산 하니 육안으로는 길이 끊어져 닫힌 듯한 “불엄문(不掩:닫지 않는 문?)”이 이름에 맞게 열려 있어 무난히 계곡을 통과 했다.
마지막으로 내려 왔던 산을 오르며 증기 기관 같은, 힘찬 발길을 근육으로 보내니, 땀이 줄줄 흘러 비와 함께 옷은 흠뻑 했다.

안개 자욱한 산속에서, 헤프지 않게 보여 주는 고귀한 산봉우리와 절벽, 3개 험(三)에서 느낀 당나라, 명나라의 유적, 3개의 도전 코스, 그리고 상들리에 같은 얼음 꽃 모두가 꿈 속 같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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