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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Jan 27. 2017

백화산 산행 후기

북경 백화산 산행기

--백화산 산행일기—

일을 기준으로 볼 때 일주일 중 이틀은 비어 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보낼 수 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생활에 또 다른 작은 바퀴를 동심원으로 돌릴 수 있고 이것은 개인의 생활 패턴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호수 같은 주말에 등산이란 돌을 던져 건강과 재미라는 파문이 한 없이 펴져 나가게 한다.
이 물결은 멀리 멀리 번져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소중한 휴일의 하루를 힐링으로 가득 채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은지 이번 주는 금년 들고 가장 많은 사람이 신청 하여 55명 정도가 출발 했고 당연히 한 대의 차로 부족해 두 대가 배정 됐다.
목적지는 먼토꼬우에 있는 백화산이다. 많은 종류의 야생화가 피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해발 1991미터 라고 하니 북경지역의 고산 중 하나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한라산 보다 높다.

백화산 입구까지 예상 되는 3시간이 도로 위에 쭉 펼쳐져 있다.
어떤 곳은 마을을 옆으로 두기도 하고 냇가를 동반하기도 한다.
먼토꼬 지역의 산을 찾을 때면 가장 길게 우리를 따르는 하천과 호수가 있는데 다름 아닌 청수하(淸水河)와 제당호수다.


북경 지역의 냇가는 언제나 메말라 있었지만 이번의 청수하는 최근 잦은 비로 적지 않은 물이 흘렀다.
마치 이럴 때도 있다는 듯이 완만한 단계가 있는 흐름에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지나치는 시선을 끌여 들였다.
차는 그러한 하천 옆으로 난 도로를 막히지 않고 달려 해발 1천 미터 고지를 향해 구불구불한 길을 올랐다.
때로는 엔진의 부족한 힘을 더하기 위해 위태롭게 저단 기어로 변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익숙하고 섬세한 여성 운전자에 의해 낭떠러지를 점점 높게 키워내며 시야 넓은 높은 곳으로 이동 했다.
하지만 운무 가려진 산들은 비밀스런 정사라도 있는 듯 하얀 커튼 속에 숨어 버렸다.
먼 경치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과 원망을 안고 반복된 S자 도로를 다 오르니 보상이라도 하듯 넓은 평지와 마을이 펼쳐 졌다.
해발 1천 미터의 고산 지대에 그렇게 평화롭고 넓은 마을이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다.
마을 주변 텃밭에는 북경 주위 어디에나 볼 수 있는 산 살구,호두 등의 유실수와 채소들이 한 여름의 광합성으로 무성했다.
옥수수는 허리에 메어 달 강냉이 자루를 생각하며 하늘 공간 일부분을 잠식 했다.
그 옆에서 나지막이 줄기를 올린 감자는 농부가 두둑이 준 북 속으로 열매를 낳느라 꽃잎마저 하얗게 질렸다.
미루어 짐작컨데 한 알 한 알 내미는 땅속 작업이 필시 난산 인 듯 했다.


등산로에는 곡갱이와 삽들이 노동의 흔적 위에 자유로운 휴식으로 흩어져 있었다.
조금 더 오르니 길을 확장하는 마을 촌부들이 이른 점심을 위해 여름 불을 피워 놓고 식사 준비를 했다.
불 위에는 노랗게 빵이 익어가고 옆에는 여러 가지 반찬과 만토우가 빼곡히 놓여 있었다.
그 주위에는 허기를 단 사람들이 분주하게 자리를 잡아 나갔다.
여럿이 식사하는 형태는 우리와 다를 바 없었지만 놓여진 반찬과 주식은 다른 음식 문화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오랜 중국 생활을 한 중원의 고수인 우리 회원들에게는 조금도 이질감 없는 풍경이다.
노릇하게 익어가는 빵을 뒤집으며 그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럴 수 없어 고소한 맛에 대한 여운만 달고 산행은 계속 되었다.
습한 기운을 뒤집어 쓴 대기 탓에 비오 듯 땀 방울이 쏟아져 몸은 힘들고 정신은 몽롱했다.
그래도 계속해서 한 발짝씩 오르는 것이 등산의 본질이라 발길을 이었다.
얼마 후 여기 저기에서 쉬자는 말들이 나와 바람 들어오는 장소에 휴식을 취하니 쉬한 님의 얼린 수박이 또 하나의 기쁨으로 뚜껑을 열었다.
열기 가득한 입 속에 얼음 수박을 넣으니 그 차가움에 당혹스런 입은 우물우물, 이 없는 노인네 같은 모습으로 당황했다.
땀의 양 만큼 정상은 가까워 졌고 그 길던 오르막도 결국은 우리의 발 아래로 늘어졌다..


지금까지 오른 몇 몇 산들은 정상에 주차장이 있고 거기에는 차량이 즐비 했다.
이곳에도 다소 황당 하리만큼 많은 차량과 넓은 도로가 있다.
그리고 큰 마당을 앞에 둔 절은 달마대사의 불뚝한 배와 온화한 미소로 자비를 뿜었다.
그 영향인지 지척불명일 정도로 왔다 갔다 하는 운무는 선경(仙境)의 세계로 우리를 밀어 넣었다.
전망대 위 판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그 아래 계단을 따라 곰취가 있는 곳으로 10명이 넘는 인원이 이동 했다.
가는 길에는 군락을 이룬 라일락이 운무 사이를 비집으며 존재감을 내 비쳤다.
그 사이로 하늘나리 등 이름 모를 많은 야생화 들은 선경 세계를 한층 더 완벽하게 만들며 고고한 자태로 아름다웠다.
언제나 탁 트인 경치만을 바라며 산행 하였지만 오늘 같은 운무 속 경관은 발 아래의 작고 세밀한 경치에 더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역시 산은 다양한 모습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자연 그대로 임을 새삼 느끼게 했다.


어느 듯 도착한 곰취 밭!
바위 위에 가방을 모으고 곰취를 찾으러 일제히 흩어지니 겁에 질려 숨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곰취 독이 오른 눈을 피해 가기란 쉽지 않았다.
여기 저기에 넙적하게 올라온 것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와 채취에 재미를 느끼며 긴장된 발길을 빠르게 옮겼다.
그러던 중 시선을 넓고 멀게 옮기니 하얀 자작 나무가 빼곡 하였고 그 사이를 가득히 메운 운무가 고요함을 더했다.
나는 그 아래 혼자서 조용히 진정한 선경 세계의 기분을 느끼며 더 먼 곳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짙은 안개가 자욱하게 적막위로 올라 왔다.
산이 아니면 어디에서 이러한 자연을 느낄 수 있을까!
짧은 순간이나마 참으로 행복하고 정신 맑은 시간 이었다.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을 조용히 사진에 담고 수양 잘되어 정화된 도인처럼 여유로운 발길을 동료들 쪽으로 옮겼다.


갔던 길을 되 돌아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영린님과 포장된 등산로를 탔다.
이동 중 산마루에서 바라보는 운무는 능선과의 조화로 신선이 머무는 이상의 장소를 만드느라 이쪽 저쪽을 넘나들며 바쁘게 움직였다.
이러한 운무의 노력이 가상하여 둘은 신선 흉내를 내며 이폼, 저폼, 개폼으로 사진을 찍으며 원대와의 합류를 서둘렀다.
언제나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큰 기쁨이고 신나는 일 이다.
비록 초원까지 가지 못했지만 아주 잘 선택 했다고 생각 했다.
돌아오는 길에 동료들과 하얀 것이 안개니! 구름이니! 하며 해발에 맞는 이름을 논했다.
그러면서 다시 절 마당에 도착해 한 모금의 물로 본격적인 하산의 힘을 모았다.
열심히 달려 내려 오니 산길을 넓히는 인부들의 진도는 그리 많이 나가지 않은 듯 했다.
모든 것에 소진(燒盡)하듯 일하는 우리나라 사람에 비하면 참 편한 듯 했다.
‘그저 슬슬! 여유로운 노동!’
이 대륙 사람들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쩌랴! 이 또한 각자의 운명인 것을!
운무 가득한 산속에서 백화산 이름에 걸 맞는 많은 야생화 들과 함께 한, 신선 같은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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