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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Jan 29. 2017

우차령 산행후기

하북성 우차령 산행기

해발 2천미터의 산행 그 속에는 초지,자작나무 단풍,낙엽송,시원한 가을 바람,억새,귀리,양과말,촌락 등이 가을의 서정으로 아름답다.
그 즐거움의 절정을 간단히 기록한다.

고향과 서울 그리고 북경의 달을 보며 추석 연휴 기간을 보내고 1주일이 지난 24일에 등산을 갔다. 하북성 탁록현 황화량촌에 들머리를 두고 있는 우차량이 목적지다. 이곳은 지난 8월초 지천인 들꽃 향기에 취해 행복에 겨운 하루를 보낸 곳이다.
2주를 쉰 등산이고 새롭게 산 신발,배낭,모자라 발길은 더욱 가벼웠다. 그리고 남달라 보이는 모습은 혼자서 느끼며 출발지로 향했다.
찻길이 순조로워 예상보다 1시간 정도 일찍인 9시전에 들머리에 도착하니 해발 1,380미터 정도다.
고산이지만 북경지역에서 쉽게 볼수 없는 솔 숲이 정감있게 우리를 반겼다.
발 아래 많은 타원형 솔방울은 등산화를 롤러 스케이트 인양 굴려 주며 재미를 만든다.
막 떨어진 솔잎은 황금 빛 햇살 아래에서 자연의 일부분을 채우며 뽀족하고 가는 본연의 가을을 머금었다.


첫번째 안부에 도착하니 정면에 보이는 민둥산은 검은 색이고 뒤쪽 숲은 노란 빛을 아침 햇살 위에 풀어 놓았다.
앞과 뒤 모두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고개 돌려 경치를 감상 했다.
조금 더 올라 두번째 능선에서 멀게 보이는 양치기 움집은 가을 초입에도 지난 여름과 다름 없이 세상 복잡한 번뇌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방목 즉 양과 초지 딱 두가지다. 자연과 접하는 것은 이렇게 단조로운데 사람들과 부딪히는 문제는 어찌 그리 복잡한지!
그래서 숲과,초지,푸른 하늘과 구름 등과 함께 하는 등산이 힐링을 가져 오는 듯 하다.


좌측으로는 아직 물들지 않은 낙엽송이 초지와 대비되는 단층으로 빽빽하다.
오른쪽에서는 고산의 가을 바람이 불어와 맺힐 듯한 땀방울을 말리며 상쾌함을 가져다 준다.
이러한 기분 좋은 발길은 아래로는 까마득한 능선을 풀어 놓았고 위로는 봉우리가 점점 가까워져 힘든 줄 몰랐다.

거의 정상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펼쳐진 능선 줄기를 따라 최고 높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이르니 멀리 보이는 소오대산 동대가 먼저 온 가을을 맞으며 아득하다. 왼쪽 아래 계곡에는 한폭의 수채화 인양  자작나무가 노란 물을 들였다. 바닥에는 계절에 순응하는 풀들이 씨앗을 안고 내년 봄 푸른 잎과 꽃들의 향연을 준비 중이다.
좁은 공간에 여러명이 서서 저마다의 느낌을 주고 받거나 추억의 사진을 찍으며 정상을 마무리하고  8부 능선길을 돌아 본격적인 초원 트래킹에 들어 섰다.
이때 앞에 보이는 멋진 말 한마리가 넉넉한 주인의 마음 만큼 긴 고삐의 경계를 맴돌고 있다.
모두들 매료 되어 약속이나 한 듯 사진을 찍으며 여유를 즐기니, 그곳이 곧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천고 마비의 계절 그 한 가운데다.


하늘 만큼 키 큰 송수신 안테나를 이정표처럼 옆으로 지나며 9부 능선길에 오르니 펼쳐진 경치가 아름다운데, 그 모습은 갈색의 황토물이 산아래로 흘러 가고 이것을 받아 내는 푸른색 초지는 가벼운 저항으로 젖어 든다. 더 멀리 보일듯 말듯 한 마을 속 오곡들도 이렇게 평화롭고 따사로운 빛 아래 영글어 갈 것이다.
왼쪽 자작나무는 산천을 노랗게 물들이며 계절의 주인 인양 생애 가장 화려한 시간을 고요한 햇살과 함께 한다.
우측으로는 초지, 좌측에는 자작나무와 낙엽송 그리고 먼 시야에서 계절을 바꾸어 가는 산과 인가를 굽어 보며 9부와 10부 능선을 타는 발길은 최고의 트래킹이다.
이러한 풍경이 우리를 애워싸는 곳에 식사 자리를 정하고 앉으니, 푸른 하늘에는 만물의 형상을 그리는 힌구름이 떠 있고 자작나무 그늘에는 단풍 색깔 머금은 금빛 바람이 지나간다.
그 아래 가을빛 받는 많은 종류와 찬을 펼쳐 놓으니 이 보다 더 좋은 만찬은 없을 듯 하다.
밥과 술,안주,후식을 먹으며 눈 앞의 자연을 감상하는 것은 그 곳에 있는 자 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우차령은 식후에도 끊임없이 아름다움운 풍경을 내어 주었다.
이를테면 군데 군데 핀 억새, 아래로 내달리며 가을빛 짙어지는 다양한 모양의 초원, 중간 중간 외로운 나무, 그리고 한마리 길 잃은 서글픈 양, 노랗게 읽은 귀리 밭과 그것을 베어 내는 농부, 말의 흙 목욕, 가을의 오솔길, 두메 산골 정취, 속살을 싸안는 양배추 등 수도 없는 서정이 감성을 자극 했다.

가만히 있어도 오는 가을을 성급한 마음에 찾아 가니 그 곳에는 어김 없는  계절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많은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추색 짙은 시간은 또다른 새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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