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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Jan 29. 2017

향산~동산이화원 산행후기

향산~동산이화원 산행기

향산~동산이화원 산행후기

이번 주 산행지는 향산을 거쳐 군장전(军庄镇) 동산촌(东山村)배꽃마을에 도착하는 코스다.
원래 정해진 산행지는 연수산 이었으나 건조한 봄철, 입산통제로 다시 선택 한 곳이다.
자주 부는 바람으로 인해 지난 1주일은 대체로 맑은 공기였고 금일 또한 좋은 대기라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서 출발 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토요일 정해진 시간에 등산 참석을 위해 집을 나서고 동선 또한 같다.
그로 인해 이 시간도 이제는 평일과 같이 익숙해져 길거리 분위기도 잘 맞는 옷처럼 편안하다.
단지 달라지는 것이 있다면 일주일 마다 차이 나는 봄 기운이다.
영하의 날씨가 영상으로 바뀌고, 꽃이 핀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싹이 올라 오면 나뭇가지는 연두색 봄 옷을 입고, 신록의 계절 5월을 준비 한다.
나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 그 어느 때쯤을 지나며 주말 아침의 상쾌한 발걸음을 옮긴다.
가지에 들어 있던 봄들이 세상 구경을 하려고 뽀족이 싹을 내밀기도 하고, 꽃을 피우기도 하는 곳에 시선을 던지며 목적지를 향한다.
가끔씩 버스 도착지점 풍경과 산행을 연상하기도 하며 반가운 얼굴들을 떠올리면 발길은 더욱 쾌적하다.
다른 계절과 다르게 봄에만 ‘기운’이라는 말을 쓴다.
이렇듯 만물이 소생하는 시기에 자연과 사람의 기운을 받으며, 행복이 일상이 되어 버린 등산 날의 하루를 시작한다.


가까운 거리라 말을 길게 하면 할말을 다 하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 할까 걱정이라는 산행 대장 운틴님의 인사말 겸 산행지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 했다. 5환 향산 출구에 도착하니 차는 줄줄이 밀려 있다.
그 와중에 끼어 들기 하는 차량, 끼어 들었다 아니다 싶어 나가는 차, 차선을 잘못 들어 선 트럭 등등이 길게 늘어서, 가다 서다를 반복 한다.
거의 대책이 없을 정도라 고속도로 출구를 다 벗어나기도 전, 걸어서 가기로 하고 모두 내렸다.
봄 나들이로 꽉 찬 도로를 비집고 1시간 정도 지나 산길 들머리에 도착하니 4킬로의 워밍업이 되었다.
체조와 단체 사진도 찍기 전 1대와 2대로 나누어 산행을 시작 했다.
작년 송년회 때 온 깔딱 고개는 겨울이 지났지만, 오르막 각도는 전혀 변함이 없다.
그러나 더욱 강화된 체력과 예측 가능한 높이가 어렵지 않은 산행을 가져 왔다.
2개의 유사한 오르막을 걸으니 얼굴이 화끈 화끈 해져 여름 기운이 난다.
그러한 산길에는 토종 흉내를 내는 닭이 여유 있는 발길로 한 없이 바닥을 쪼았고, 꽃이 핀 나무에는 벌들이 새로운 기운을 만들며 꿀을 채취하고, 산새들도 봄을 맞아 “나 잡아 바라!”로 서로를 쫓으며 짝을 맞추어 본다.
그 옆을 지나는 나는 5일의 규율에서 벗어나 야성의 힘을 빳빳하게 키우며 봄 기운을 받는다.


철탑이 있는 정상에 도착해 담벼락 그늘 따라 일렬로 앉아 간식과 물로 더위를 식히니 시원한 바람이 몰려 온다.
멀리 푸른 하늘 아래 연두색 산 능선이 봄 살을 올리고, 산 매실 꽃이 하얀 가지에는 벌들이 꽃술을 흔든다.
간지러움으로 견디지 못한 꽃송이가 재채기를 했는지, 바람에 실려온 향기가 내 후각을 자극한다.
수혜자 된 나는 등산중의 한가함, 즉 登山中闲을 즐긴다.
잠시 일장춘몽 같은 상춘에서 깨어나 아래로 내려오니 깊은 계곡 나뭇가지에도 새싹이 돋고 땅에 바짝 붙은 제비 꽃은 군데 군데 에누리 없는 보라의 자태로 시선을 끈다.
그러한 능선을 따라 전방에 구불 구불 펼쳐진 향산 5개 소봉 중 4개를 넘는다.
오는 도중 산 기슭에 펼쳐진 온천마을은 유럽 가옥 형태로 햇살 아래 아름다웠고, 구불 구불 앞서는 능선에는 휴식하며 본 연두빛 산세가 봄볕처럼 부드럽다.
등에서 밀어주고 앞에서 끌어 주는 연두 빛을 따르고, 푸른 소나무가 주는 또 다른 내공의 기를 받으며 봄 산행의 즐거움을 누리니 다섯 번째 봉우리를 앞에 둔 소나무 숲에 도착 했다.
식사하기에 너무 좋은 장소지만 잠시 휴식 후 왼쪽으로 난 산길을 따라 하산 했다.
능선 끝 지점에는 복숭아 밭이 있고 그 위로 전지된 가지에는 연분홍 꽃이 헤프지 않는 절제로 봄의 대열에서 빛났다.
좀 더 아래에 시작 된 배나무 과수원에는 지난주 절정을 맞이한 꽃 들이 새순을 달고 있다.
하지만 그늘진 기슭에 선 한 그루는 하얀 드레스 입은 봄 신부처럼 최고의 모양으로 고왔다.


두번째 배 밭에서 기다리는 2대와의 합류를 위해 마을을 지나 빨간 벽돌집 식당에 도착 했다.
그 동안의 허기와 원성들은 먼저 도착한 회원들이 맞이해 주는 환영인사에 춘풍의 꽃잎처럼 사라지고 1시를 훌쩍 넘긴 점심이 시작 됐다.
거하게 펼쳐진 식사 장소에는 삼겹살이 익고 라면이 끓는다.
거기에 맥주와 백주가 있고 갖가지 반찬이 펼쳐 졌다.
그 중 백미는 배꽃으로 만든 반찬이다. 난생 처음 먹어 보는 그 맛이 일품이라 여러 번 추가 했다.
술의 힘을 빌린 길고 긴 점심 식사 분위기가 흥에 겨워져 더디어 터져 나오는 시 한 수가 있었으니, 그 것은 바로 고려시대 이조년의 '다정가' 이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은 삼경인제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랴만은
다정도 병인양 하여 잠못드러 하노라!”

를 은빛날개 님과 봉선생님이 읊으니 술자리는 절정에 이르렀다.
달빛에 배꽃을 보고 가자는 사람, 차가 막히니 저녁에 느지막이 야간 산행으로 출발하자! 는 각자의 의견이 있다.
하지만 상황을 보니 다들 술에 취해 힘들 것 같아 차를 배 밭 마을로 불렀다.
그리고 나서 마음껏 마시거나, 달래 냉이를 채취하기도 했다.
또 어떤 회원들은 배나무 밑에서 잠을 청하며 떨어지는 꽃잎에 봄을 만끽하기도 했다.
나도 잠시 누워 눈앞에 아른거리는 과수원 풍경에 실려오는 배꽃의 음기를 느꼈다.


“하얀 꽃에 연두 빛 날개를 단 배 밭, 그리고 술과 친구가 있다.
그 위로 다정도 병인양 하는 상사병 같은 시 구절이 거나하게 읊어지고 나면 또 한잔의 술이 오간다.
이어서 산골 숫처녀가 따낸 배꽃으로 만든 안주를 입에 넣으며 꽃잎을 바라보는 풍류는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리고 이화 그늘에 누워 즐기는 달콤한 상춘의 낮잠과 봄나물도 있다.
하지만 이렇듯 서정 풍요로운 봄날도 함께 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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