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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Jan 29. 2017

북경 시링산(西灵山)산행후기

북경 시링산(西灵山)산행기

5시30분에 집결지에서 출발했다.
물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고 또 고산의 일기는 수시로 변하므로 나름대로 무장하고 산행지로 고고!
언제나 화물차로 인해 차가 막히는 G6번 고속도로 팔달령 고개!
이곳을 1시간만에 통과하면 순조롭다고 할 수 있는 곳! 하지만 고장인지 사고인지 모를 한대가 길을 막았다.
밀리고 밀려 거의 2시간 가까이 되어 연경현 시내로 들어가는 고개에 이르니 여기에도 차량 한대가 막고 있다.
후유~~! 잠시 후 막힌 길이 뚫려 어렵지 않게  관팅(官厅)휴게소에 들리니 주차할 공간 마져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풍차는 여름날 수요 많은 전기를 만드느라 주변 상황에 관계 없이 잘도 돌아 간다.
그 사이를 지나 숨통 트이는 도로를 달리고 달려 비포장 도로에 진입하니 울퉁 불퉁 승차감이 이만 저만 아니다.
그런 길을 한시간 정도 달리는데 여러가지 난간이 있어, 돌로 턱진 곳을 메우거나,진흙탕을 돋우며 겨우 들머리에 도착 했는데 비는 여전히 내린다.
초원에 올라서니 만개한 야생화가 지금까지 온 비를 머금고 생기 있는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보라색을 중심으로 빨강,노랑,자주 등등 너나 할 것 없이 시선이 가는 곳 마다 꽃 송이다.
그친 비 사이로 젖은 날개를 털며 기웃거리는 벌 나비는 이꽃 저꽃 색깔에 관계 없이 옮겨 다닌다.
꿀 맛도 풀 종류 만큼이나 다를 것인데 마구잡이로 달려 드는 것을 보면 식탐가 인 듯 하다.


이런 초원이 70도 정도 경사지에 넓게 펼쳐 졌다.
능선을 타는 우리는 발로는 꽃밭을 밟고 시선은 먼 하늘에 꽂혀 있다.
그리고 입에서는 꽃밭을 누비는 즐거움이 자꾸만 말로 나온다.
어떻게 형용 할  수 없어 그냥 "정말 꽃이 많네! 대단하다! 등등의 표현을 하며 카메라에 담는다.
먼하늘을 배경으로 꽃과 함께 사진을 찍은 사람! 하늘 공간에 기대에 구름 속에 몸을 띄운 이!
꽃잎을 자신의 얼굴 보다 크게 앞세워 짤칵이는 산우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야생화의 향연에 빠져 든다.
이러한 풍경으로 인해 머리에는 맑고 깨끗한 행복이 가득하다.


자연은 좀 더 많은 것을 제공하고자 공간 있는 곳이면 무언가를 연출한다.
이를테면 하늘은 구름 모양을 수시로 바꾸고, 꽃은 미세한 바람을 놓치지 않고 자세하게 움직인다.
저 아래 펼쳐진 낙엽송 숲은 농부가 정성들여 가꾸어 놓은 보리밭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큰 주택을 짓고 울타리를 쳐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한 초원의 섬 같기도 하다.
그곳을 나온 소년은  말을 타고 넓은 풀밭을 달리고 엄마는 가는 미소로 장성해 가는 아들을 뿌듯하게 지켜 보는 듯 하다.
그 너머로 다시 초지가 펼쳐지고 뒤로는 부채꼴 같은 산맥 들이 구름 사이를 헤치며 겹겹이 흐려진다.
위에는 잿빛 구름과 힌구름이 서로 교차하며 시선 멀게 퍼져 있다.

그런 만족한 경치를 구경하며 경사지를 걸으니 어느듯 난링산(南灵山)에 도착했다.
해발 2,300미터가 넘는 곳에서 아래를 보니  콩지엔으로 통하는 날머리와 시링산으로 가는 길이 있다.
그 모양은 안개 가득 밀려 오는 산허리를 희미하게 더듬으며 희망을 찾는 한줄기의 인생길 같다.


멈춘 비가 다시 오기 시작한다.
우의를 입고 시링산을 향해 빗속 산길을 걸으니 발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미끄러워 주의를 요한다.
야영하는 중국 친구들은 능선에다 텐트를 치고 비를 피한다. 우리는 그 옆을 지나 오르막으로 간다.
조금씩 힘들어 질때 땅에 붙은 키작은 야생화가 들어 왔고, 자세히 보니 작은 꽃잎에도 쉼없이 빗방울이 때리고 바람은 사정없이 치고 간다. 자연은 끝없는 고난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빛은 더욱 선명하고 깨끗하다. 이슬을 대신한 빗방울이 꽃의 크기 만큼이나 다양하고 둥근 모양이다.
이것을 보고 "이 또한 경험하기 쉽지 않은 즐거움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니
안개와바람,초지위 외로운 나무,저멀리 검푸른 낙엽송, 그리고 빗소리 등이 한폭의 서정되어 나를 감싼다.
잠시 힘들었던 생각은 사라지고 빗속 힐링이 고산의 높이 만큼 차오른다.


드디어 최고봉에 도착!
시링산 정상 돌탑을 배경으로 인증하고 하산길로 접어 들어 3시간 가까이 이동했다.
초지와 낙엽송 숲을 번갈아 걷기도 하고, 양처럼 높은 바위에 올라 먼곳을 조망하기도 한다.
구림이 산허리를 돌아 들때, 먼 산에는 저녁 노을이 붉게 찾아 온다.
몇 시간에 걸쳐 비를 내려 주던 하늘은 저녁이 될 수록 밝아 왔다.
산천을 넘나드는 염소는 아직도 배가 안차는지 아니면 가을이 오기전에 푸른 맛을 실컷 보려는지 풀만 뜯는다.
그런 경치를 벗삼은 등산은 7시가 되어서야 마무리 되었고 12시가 다 될 쯤 귀가 했다.
이번을 계기로 해발 2천미터가 넘는 북경 주위 4개 봉우리(동링산,북링산,시링산,남링산)를 모두 찍고 그랜드 슬램 (ㅋ~~!) 한 산우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어려운 빗속 고산 산행은 또 한폭의 멋진 추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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