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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Apr 21. 2017

용경협 얼음 트래킹

북경 황백사-용경협-후하 얼음트래킹


지난주는 명절 때의 대도시 풍경처럼 허전한 산행이지만 나름의 오붓함을 즐겼을 것이다.   
그러한 시간이 지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로 인해 금주에는 19명의 사람들이 건강과 즐거운 시간을 위해 참가 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팔달령 고속도로에는 평소 보다 적은 차량으로 인해 거침 없이 달렸다.
창평구를 지나자 맑은 공기로 인해, 탁 트인 시야가 한 눈에 들어 왔고 둘러 쌓인 산은 각자의 형상으로 검은 빛을 내며 하늘과 맞닿는다.   
그 아래 풍수 좋은 자리 즉 배산임수 지역에는 생활 터전들이 가옥이라는 이름으로 빼곡하다.   
저 멀리 피어 오르는 한줄기 연기는, 조용한 아침을 깨우는 아름다운 삶의 운치이고 일상이다.
아침부터 포물선처럼 나는 참새는 찜 하듯 이 나무 저 나무를 번갈아 비행하고, 그 사이로 굵직이 나는 까치는 차량에 부딪칠 듯 묘기를 부리며 장애 없는 큰 나무 위에서 사뿐하게 날개를 접는다.

   
이렇게 만물에도 근심 하나 없듯, 지금 이순간 내 마음에도 걱정 한 점 깃 들지 못하는 시간을 안고, 차는 달린다.   
이러한 것은 언제나 있는 일상이지만 여유 있는 산행 때 보는 느낌이 평소와 사뭇 다른 것은, 모든 것이 마음에 있다는 일체유심(一切有心)을 증명하는 듯 하다.
차 안에서 느끼는 소박한 행복과 기쁨의 시간, 그리고 달콤한 선잠들이 역어 낸, 순간들의 끝점은 목적지에 이르는 것이다. 
  
처음에 도착한 곳은 용취산장 뒷문 쪽 입구다.   
산불금지를 위해 지키는 사람이 없는지 하는 마음으로 입구에 들어 서니 움막에서 한 사람이 나와 입산금지라 하며 발길을 막았다.   
돈이라는 카드로 협상을 해도 먹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장소인 신기아(神奇雅)에 도착하니, 역시나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아무리 애를 쓰고 말해도 소용 없는 이유는, 며칠 전 산불이 발생해 초비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나는 길에 황백사 입구도 보았지만, 여기에도 사람들이 입산금지를 위해 붉은 색으로 경계 했다.   
야돈님이 또 다른 코스가 있다 해서 그쪽으로 이동하니, 아파트 사이로 난 입구에는 막는 사람이 없다.   도로에 대충 차를 세우고 첩보전 같이 입산하여 산 깊숙한 곳에 도착 해서, 그제야 마음 놓고 여유 있게 단체 사진을 찍고,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 했다.   
왼쪽에는 황백사에서 멀리까지 나온 불상 하나가, 노란 망또를 두르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 불심을 전했다.   의지가 만들어 낸 산행은 오늘수록 높아가는 당연함 속에, 저 아래에서 입구를 막는 사람들에 대한 묘한 감정이 커갔다.   
“열놈이 지켜도 한 놈의 도둑을 못 당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확인 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절박함과 적극성의 정도가 지키는 사람과 뚫으려는 사람의 차이를 낳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등산 가방 위에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가득 지고, 한걸음씩 발길을 옮기니 어느새 고개 마루에 올랐다.

반대편 하산 길을 내려다 보니, 올라 온 곳과는 너무 다르게 햇살을 피해 숨어 있는 눈과 얼음이 가득 했다.   그 사이로 드문 드문 태양이 다녀 간 흔적이 거뭇 거뭇 하고, 나무 아래는 마치 생명체의 온기 인양 상록수 크기 만한, 눈(雪)없는 작은 공간만 비워 두었을 뿐이다. 이를 당할 재간이 있는 것은 아이젠이라, 모두들 덧신처럼 신발 위에 신고 내리막으로 발길을 옮겼다.
20~30분 내려 오니 오뉴월 푸르게 출렁이는 물과, 하얀 포말을 달고 누비는 배는 보이지 않고, 수정 같이 딱딱한 얼음이 차가웠다.   


여름에는 감히 생각도 못하는 그 넓은 댐 위에 스스럼 없이 발길을 올렸다.   본격적인 얼음 트레킹이다. 부피가 커지면서 팽창해, 곳곳이 금이 간 틈 사이로 비치는 두께는, 거의 1미터에 육박했다. 실로 탱크가 지나가도 끄덕 없을 만큼의 튼튼한 얼음 위를 걸으며, 여름이면 배싹 내고 보아야 할 협곡을 감상 했다.   지난 7월 산행 때 기암괴석 절벽에 뫼비우스 띠처럼 푸르던 잎들은 검게 색이 바래 명암을 잃었다.   
하지만 골격 건장한 협곡은, 정수리 위로 스포트 라이트 같은 태양을 이고, 구석 구석 비추어 얼음트래킹의 기쁨이 더욱 컸다.   
빙판 위로 내달리는 눈(雪)은 보이지 않는 바람의 형상를 연출하며, 곡예 같은 볼거리를 제공 한다.
앞보다 넓어 보이는 지나온 후면과, 다가올 협곡을 폰에 담으며 상류까지 도착하니, 냇물은 따뜻한 햇살을 받아 얼음 뚜껑을 열고 댐을 향해 흘렀다. 
  
그러한 경치와 햇볕을 따라 잘 지어진 산장에 도착해, 라면을 끓여 후대와 함께 맛난 식사를 즐겼다.
오후에는 계곡을 따르며 얼음 위와 길을 번갈아 걸으며, 양쪽 모두를 즐겼다.   
어떤 곳은 수면과 닿지 않는 텅 빈 얼음이 이제 겨울 떠날 준비를 하기도 했고, 또 다른 지역은 두꺼운 듯 허당 이어서 잘 못하면 물속으로 빠질 듯 한 곳도 있다.
그 외 지역은 오후 햇살로 수막이 형성되어 발을 대지 못할 정도로 미끄러운 곳도 있다.   하지만 너무도 능숙한 회원들은 어느 하나에도 걸려 들지 않고 모두 무사히 통과 했다.   
그러한 길을 오르니 앙징 맞은 낙차가 외롭게 봄을 중얼거렸고, 주위에는 이름 모르는 새싹이 물풀을 흔들며 흐르는 냇물 기운을 받아 푸르렀다.   
그 옆을 지나는 코끝에는 개울의 비릿한 봄 냄새가 가득 했다.   
조금 더 가니 물살에 헤엄치는 까만 물고기떼의 유영이 살가웠다.   
하늘에는 새들이, 물속에는 고기가, 그리고 땅 위에는 우리가 각자의 세계를 꾸리며 살아 가고 있는 자연 이다. 이러한 것들을 만물의 영장인 인간 중심으로 바라보며 우리는 힐링과 감성을 느낀다.   
가만이 생각해 보면, 멋대로의 해석에도 불만 없는 자연이 그래서 좋은 것 같다.
겨울 속 성급한 계곡의 봄을 뒤로 하고, 이제 산으로 진입해서 용취산장을 목적지로 두고 등산이 시작 되었다.   용경협 얼음장 위, 야영을 위한 중국 팀과 교대 같은 바톤터치를 하며 우리는 오르고, 그들은 내려 오며 요산인자 같은 인사를 교환 했다. 

다시 고개 마루에 올라 오전과는 정반대의 양지 바른 산비탈을 내려 왔다.   
오는 도중 호박님이 준비해온 도라지 씨를 얻어 산천에 뿌리며, 얻어가기만 하던 산에서 뭔가를 했다는 것에 대한 기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러한 씨앗을 준비 해온 호박님의 마음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잠시 나를 돌이켜 보는 시간 이었다.
오르막 아침 햇살 산행->내리막 눈길->용경협 얼음트래킹->후하 얼음 트래킹->오르막 눈길->내리막 석양 산행이 쌍둥이처럼 대칭 되었던, 즐거운 2월20일 산행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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