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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Apr 21. 2017

천황산 산행후기

북경 천황산 산행기

금주 산행지는 연경현에 있는 천황산이다.
이곳은 우리 산악회서 가보지 않아 생소하다.
그런 만큼 사전 들머리 예약 등을 준비 했다.
당일 날 아침!
푸르러 가는 초목에 내리는 단비는 아직은 굳어지지 않은 나무와 풀잎을 생각이라도 하듯 가늘고 둥글게 내린다.
그리고 어느 동심 가득한 시인은 이야기 한다.
“빗방울이 세모였으면 풀과 나무는 얼마나 아플까!” 라고 이러한 염려 덕분인지 부처님 오신 날이라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자비처럼 내리는 빗방울을 우산으로받치며 모나지 않은 산행을 바라는 마음과 함께 버스가 있는 곳으로 이동 했다.
 
50인승 넘는 차가 남 다른 크기로 주차 장소에 있고 그 모습은 천리 밖에서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뚝 하다.
요청한 작은 차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배정된 것이라 한다.
출발한 차량은 빈약한 몸매에 헤비급 옷을 입은 것처럼 헐렁 했지만 대통령 전용기 같이 편안하여 좋다.
각자가 엷은 졸음에 이리저리 고개를 떨구기도 했지만, 일찌감치 머리에 맞는 홈을 찾아 안정된 수면으로 달콤함을 누리는 이도 있다.
가끔씩 느껴지는 급부레이크와 커브 길은 내부를 흔들었다. 그러나 다들 먼 길임을 아는지라 태연하게 잠을 잇는다.
실눈으로 들어 오는 바깥 풍경은 빗물에 씻겨 더욱 푸르고, 앞창에는 오가는 와이퍼가 운전 시야 만큼의 공간을 쓸어 내며 안전을 확보 한다. 많은 비가 아니라 산행은 가능 할 것이라 생각 된다.
팔달령 고속 도로를 지나 넓은 평원에 자리한 연경현에 도착 하니 먼 산들은 구름 속에서 언듯 언듯 새로운 모습이다.
 
빗속 시간들을 지나온 버스가 오륜달(奥伦达)별장 촌 입구에 도착 후 순조롭게 정문을 통과 했다.
눈에 들어 오는 목조 건물들이 멋스러워 동요된 마음으로 이쪽 저쪽을 구경하며 정차 할 장소를 찾아 주차 했다.
이곳 연못에도 둥근 빗방울이 아프지 않은 동심원을 그렸다.
그 뒤로 미국 서부 풍 집들이 늘어선 곳에서 자유롭게 섰다.
그리고 등산과는 썩 맞지 않은 단체 사진을 찍고 대협곡 길이라고 이름 지어진 곳을 따라 산으로 통하는 문이 잠겨진 곳에 도착 했다.
여러 번의 전화통화에도 열쇠를 가져 오지 않아 담장을 넘기 시작 했고, 마지막 3명이 남았을 때쯤 보안이 와서 많은 말을 했다.
“관리사무소에 전화해 나에게 연락 하도록 해라! 나는 통보 받은 것이 없다.
왜 담장을 넘느냐? 당신네들이 이러면 모든 게 내 책임이다. 등 등”
우리는 정당함과 사과를 곁들여 이야기 하면서 한편으로 전화 연락해 통화가 되었다!
짧지 않은 실랑이 끝에 해결이 되어 굳게 다문 자물쇠 입이 벌어 졌다.
나머지 3명은 보무도 당당하게 문을 통해 산길에 진입했다.
협곡에는 적지 않은 물이 쉼 없이 흐르고 앞에는 바위와 초목이 잘 어우러진 산이 5월의 풍경을 만든다.
30분정도 오르니 넓은 등산로는 오솔길로 바뀌었고 물줄기도 폭을 좁혔다.
점점 깊어지는 계곡은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어 더없이 조용 했다.
그 옆 나무에서 피어 나는 꽃들이 비안개와 경쟁이라도 하듯 하얀 모습으로 빗방울을 받는다.
개울은 낙차와 평지를 거치며 때로는 가벼운 소리로 졸졸이고 어떤 곳은 정적을 유지하며 미끄러진다.
초입부터 많이 보이는 잔대는 오늘수록 줄기 굵은 모습이지만 호미와 대적에서 유리한 곳인 바위틈으로 뿌리를 내린다.
그치지 않는 비는 풀잎 위에서 이슬처럼 뒹굴다 발길과 바지 위에 떨어진다.
저 멀리 보이던 비안개도 점점 눈앞에 가까워 지고, 개울과 산 경계에서 길이 사라질 때면 멀리까지 뛰어가서 살핀 후 숨겨진 등산로를 찾곤 했다.
개울을 건너고 능선으로 진입 하는 듯 하면 다시 내를 건너고, 능선을 지나면 다시 개울이 나오기를 몇 번 이나 했다.
 
 
그러던 중 물가에는 적지 않은 곰취가 여기 저기 흩어져 탐스런 잎을 폈다.
너무 크지도 여리지도 않는 모양이 빗물에 씻겨 연녹 향을 듬뿍 품었다.
줄기 절반 정도 지점, 꺽여 지는 경계를 찾아 몸 쪽으로 구부리며 채취하는 손맛은 마치 깊은 개울의 산천어를 낚아 올리는 듯 했다.
그런 기쁨을 잠시 느꼈는데 벌써 한줌 되어, 다른 회원에게 주는 마음은 더욱 좋았다.
높은 곳에 있는 것은 더 멋진 자태를 내 보이며 내 쪽을 향해 얼굴을 흔들었다.
그렇지만 물 먹은 바위는 너무 미끄러워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항상 갖지 못하는 것은 더욱 좋아 보이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러나 세상의 이치를 조금씩 알아 가는 나이라 욕심을 내려 놓았다.
계속 이어지는 곡선의 길은 구불구불하게, 똑 바로 뻗은 길은 직선으로 걸으며 자연에 순응 했다.
어느덧 능선을 올라 좋은 길에 들어 서려 할 때, 운무는 더욱 자욱 했고 비 또한 그치지 않는다.
게다가 모두들 하의가 젖어 휴식하면 한기가 들 정도라 7부 능선에 있는 구아거(古崖居) 정복을
포기하고 5부 능선 정도에서 하산을 결정 했다
 
언제나 그렇듯! 발길을 돌리니 하늘은 밝아지기 시작 했고 비 또한 조금씩 잦아 들었다.
아쉬운 마음이지만 여유 있는 기분으로 곰취를 채취하거나 잔대를 캐며 여기 저기 흩어져 하산 했다.
모퉁이를 돌 때 마다 뒤돌아 보니, 모양 다른 멋진 경치들이 한폭 한폭 순차적으로 펼쳐 지는 산수화 같다.
다들 “멋진 산이다! 산세가 너무 좋다! 물도 많아 야유회 와도 되겠다!” 등으로 아쉬움과 감탄을 교차 시켰다.
 
내려 오다 큰 반석이 있는 개울 옆 공터에서 점심 자리를 펴고, 각자 준비 해온 찬으로 식사 하니 비는 그친 지 오래다
먼 산에는 구름이 운치 있는 경치를 만들고, 개울 물은 대화를 방해 하지 않을 정도로 정감 있게 흐른다.
오월 수목은 겨우내 품었던 기를 주체 못해 꽃을 피우거나 번들거리는 잎으로 여기 저기서 난리 법석이다.
그 속에서 재미 있는 이야기와 맛난 식사가 이어 진다.
오른쪽에는 멸치 넣은 칼국수가 바람과 영혼님의 쉐프에 의해 끓여지고, 왼쪽에는 라면이 영린 부회장님의 손에서 식욕을 돋군다.
그 아래 반석에는 봉선생님이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을 때 움푹 들어간 바위 홈이 있고, 거기에는 너스레 만큼의 물이 가득 했다.
이러한 황후의 찬과 황제의 서정 그리고 힐링의 유머가 있는 시간들은, 산을 찾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귀함이다.
모두가 만족한 천황산(天皇山)의 기와 낭만이 가득한 만찬 같은 식사를 마치고 별장으로 돌아 왔다.
분양 사무실에 방문하여 개발 현황 등을 들으며, 무료로 제공하는 에스프레소 커피까지 즐겼다.
 
돌아 오는 길에는 만개한 아카시아가 길 양쪽으로 도열해 우리를 배웅 했고, 창문을 딱던 와이퍼도 내내 쉬었다.
왕징으로 오는 헐렁한 차에는, 계곡물 커지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만난 까투리와의 정취, 안개 속 산행, 곰취와 잔대 이야기
그리고 낭만 가득 담긴 식사 등을 추억으로 들여 놓으니 이번 산행 또한 가슴 뿌듯하다.
오늘 못다 오르고 잘라 놓은 등산길을 다음 기회에는 꼭 이어야겠다는 생각도 하며 일찍 귀가 했다.
언제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기원하며 산행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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