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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Apr 21. 2017

양태산 산행후기

북경 먼토꼬 양태산 산행기

겨울 산천은 잠자듯 조용하다. 그래서 누가 더 화려 하고 더 초라하다 할 수 없이 공평하다.
어쩌면 다 같이 남루하고 또 어쩌면 가장 원천적이고 사실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깊고 높은 산에는 하얀 눈이 단색으로 깔끔하고 모든 것들은 휴식 위에 또 휴식이다.
이러한 모습에 또 다른 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겨울 등산이다.


그러나 봄부터 가을까지 많이 모여 들던 등산객 들은 추위를 피해 집에서 움츠리며 세월을 보낸다.
지난 토요일 컨디션 좋지 않은 몸과 추위로 한 템포 쉰 틈을 타 1월 끝자락으로 숨어든 등산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2015년 1월 마지막 산행도 하루 차이인 1월31일 토요일이었고 그때는 삼황산을 오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발 아래로 펼쳐진 마을 들은 저마다의 삶을 안고 1도에서 10도까지 펼쳐진 내를 건너며 겨울 속에서 봄의 그리움을 향했다.
겹겹이 펼쳐진 먼 산들은 추운 날씨 위에서 그들을 감상하는 우리를 이야기 하기도 하고, 나는 그들로 인해 태평양 같은 마음을 담아 냈다.
마른 산 능선을 헤매는 양떼는 눈발처럼 산허리를 감돌며 깊은 속 털로 겨울 바람을 데웠다.


등산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의 창인 눈을 활짝 열고, 천하를 굽어 보거나 먼산에 시선을 꼽기도 하며 겨울 속에 우뚝한 것이 벌써 1년을 지났다.
그렇게 멈추지 않는 산행이 오늘도 25명의 회원을 태우고 문두구 109번 도로로 진입했다.
주변 영정하에 흐르는 물 모두는 겨울 동장군의 두꺼운 옷을 입고 하얗게 멈추었고 그 위로는 영하의 차가운 바람이 마른 풀잎에 미끄럼을 태우고 있다.
잠시 후 다리를 건너 고가로 만들어진 6환이 위로 달리는 구 도로에 들어, 얼마 가지 않아 진가장(陈家庄) 들머리에 도착 했다.


우리는 능선 아닌,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니 산 대추 나무가 찬바람에 갈아낸 날 새운 가시로 겨울 침을 놓았다.
간혹 매달린 대추는 매서운 날씨에 얼어,빨갛다 못해 검어지는 얼굴로, 달관 한 듯 떨어질 날 만을 기다리며 아쉬움 없는 천수를 누린다.
얼마 동안 올라 능선 정상에 이르니, 가야 할 산허리가 너무도 길게 펼쳐 져 있고 도착해야 할 양태산과 묘봉산 줄기가 맨 뒤쪽으로 병풍처럼 둘러 쳤다.
한 마디로 갈 길은 한없이 길었고 산허리에는 고압철탑이 일정한 간격으로 쭉 늘어서 아래로 처져 가는 10여개 전선을 당기며 중력과 싸움으로 버티었다.

잠시 낭떠러지 끝에 서서 발 아래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영정하와 마을들을 내려 보며 차가운 삶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었다.  
그런 후 조금 더 후퇴하여 측면으로 난 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 했다.
 
산 능선 정상에 오르면 앞 사람은 저만치 가 있고, 산아래 계곡에 내려 들면 높은 곳에 선 회원이 보인다.
뒤로 돌아보면 저 멀리 사람들이 올라오거나 내려가는 모습이 롤러코스트와 시소 같기도 하고 널뛰기 같기도 한, 산 척추 산행 이다.
양쪽 산아래 마을 사람들에게 뽐내려고 더욱 멋진 모양으로 걸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1대,2대,3대가 선명해 지도록 구분을 지어내기도 했다.
이러한 능선 타는 코스는 산행자인 우리에게도 양쪽 모두를 감상 할 수 있게 했다.
등산 초반 왼쪽 골재 채취 장에는 힌 속살을 크게 드러낸 산이 상처 난 부위로 겨울을 맞고 있다.
하지만 옆구리를 찍어 내던 포크레인도 그 것을 실어 내는 덤프 트럭도 보이지 않는다.
그 옆에는 몇 대의 트럭과 기계 소리만 상처의 고통처럼 울렸다. 아마도 설을 맞아 고향 산천으로 찾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공중에 있어야 할 고압선 한 자락은 끝없이 우리를 따르며 목과 다리를 걸어 산행에 지장을 줬다.


그런 반면 철탑 위의 여러 가닥들은 한없는 거리와 높이로 전기를 실어 나르며 끝 간데 없고 주위에는 산새 한 마리 날지 않는
매연만 뿌연, 경치 없는 하늘이 더 없이 쓸쓸했다.
그러나 마나 나의 산행은 종아리와 넙적 다리 근육을 빳빳이 당겼고, 그에 맞게 마음에 있는 삶의 근심은 자신감으로 바뀌어 보무는 더욱 당당했다.
이런 발걸음이 바위 능선에 다다르면 산양처럼 고개마루에 올라, 하늘 위에 잠시 우뚝하고 내리막으로 사라진다.
그 찰나에 허공에 선 대원의, 멋진 등산 광경을 담아 내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 했다.
1개부터 세어온 철탑이 8개 정도 지날 때 저 멀리 힌 소방 탑이 하나의 이정표로 눈에 들어 왔다.
1대는 그곳에 도착해 식사 하기로 하고 고파오는 배는 초코렏으로 달래며 계속 걸었다.

낮은 잡목만이 가득한, 무늬 없고 경치 없는 산길을 지나며 잠시 봄을 연상했다.


주변에는 진달래, 철쭉,개나리가 피어 날 것이고 그 사이로 초록이 물들고 산새들은 부화 할 것이다.
온갖 벌레는 산 잔등을 간질이며 징그럽고 앙징 맞은 봄을 만들어 내고, 벌 나비는 꿀을 따며 수정에 바쁠 것이다.
또한 갖은 산나물 들은 여린 잎으로 의구심 없는 식욕을 만들 것이다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은 것이 인지 상정이라 금년 5월 초록 물들인 산천을 밟으리라 생각하니 발길은 햇풀 먹은 양처럼 힘찼다


10번째 철탑을 지나 초원 같은 평지에 이르러서는 말 잔등에 오른 듯한 기분으로 유유자적하게 걸었고, 좀더 진행 하니
측백나무와 이름 모르는 작은 나무 숲이 나왔다. 다른 산에서는 흔한 광경이지만 여기에서는 이 또한 즐거움 이다.
드디어 소방 탑에 도착해 물과 불, 그리고 주방기구를 빌린 후 두부 넣은 라면과 함께 맛나게 식사 했다.
그리고 대각사 내려 가는 길을 오른쪽으로 두고 좀더 올라 취봉(鹫峰)을 지나 큰 도로를 트래킹처럼 걸었다.
양태산을 오르며 많은 산소를 마시기 위해 코를 벌렁 인지 얼마 후 정상에 도착 했다.
언제나 그 자리인 돌 무덤은 누가 가져간 흔적 없이 똑 같은 형태다
우리는 잠시 휴식 후 흙 속에 잠복한 미끄럼을 골라 밟으며 묘봉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빠듯한 시간과 컨디션 좋지 않은 사람들을 고려하여 왼쪽 등산로로 하산 했다.


버스에 도착해 3대를 기다리니 차 안에는 술과 안주가 여기 저기서 나와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쉽지 않은 산행 코스지만 말 잔등을 타고 초원을 누비는 평화로운 기분, 산양 같이 날쌔게 바위틈을 오르며 종아리에 힘을 올리는 걸음, 그리고 산 양쪽을 두루 보며 낙타 등 같은 능선을 오르고 내린 이번 산행은 독특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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