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빨 위를 걸으며!
이번 산행지는 북경 먼토꼬구(门头沟区) 구아산(狗牙山) 즉 개 이빨산이다. 사람들이 꼽는 북경 주위 험준한 산(홍라삼험,구아산,지엔코장성)중 하나이다.그 외 하북성 보정과 다른 성에도 개이빨산과 유사한 랑야산(狼牙山) 등이 있다. 이러한 산들의 능선을 탄다면 그늘 한 점 없기 때문에 가을과 봄에 등산하는 것이 기본이다. 청수첨산을 등산하며 바라본 구아산은 늑대처럼 하얀 이를 드러낸 모습이다. 그리고 푸른 진주호 물을 마시러 금방이라도 혀를 날름댈 듯하다. 이런 모습에 언젠가 조련되지 않은 들개의 주둥이에 올라 타고 싶었다.
목적지가 있는 차량은 익숙한 109번 국도를 지나 진주호 관광지 안내판을 따라 30분 정도 들어가 들머리(林子台)에 도착했다. 산행을 시작하니 한껏 자란 풀은 키를 넘어 모자를 덮기도 하고 때로는 구부정하게 내려와 팔을 간질이기도 하며 계절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터널 같은 풀숲을 지나 작은 능선 길에 오르니 먼 산이 눈에 들어 온다. 병풍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일렬로 서서 언제나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단체 사진을 찍고 진행 한다.
고개가 나타나면 허리를 잔뜩 숙여 각을 맞추어 넘고, 산허리 길에는 구불구불 형형색색 운치 있게 돌아 가는 등산 풍경을 만든다. 돌출된 가을 경치를 만나면 마음으로 느끼며 함께 길을 이으니 가고자 하는 산이 서서히 드러난다. 얼마 후 본격적 산행을 예고하는 급격한 오르막이 앞에 나타나, 잠시 쉬며 멀리 바라보니 힌 바위로 된 능선들이 아래로 쭉쭉 내려오는데 마치 개의 늑골 같다.
지금까지 1시간30분정도 엎드려 있는 야생개의 앞다리를 탄 것이라면 이제 목 부분을 올라야 한다. 비록 길지 않지만 그래도 급경사라 주의 했다. 다행히 들개는 고개 한번 내젓지 않는 온순함으로 가쁜 하게 우리를 올려 놓았다. 이제 거대한 자연치아를 살펴보는 등산이 시작 된다. 큰 바위로 된 이빨 모양의 산줄기를 보니 마치 걸리버 여행의 일부분이 된 듯 하다.
그러나 눈앞에 맞닿은 것은 인공이다. 많은 사람이 오고 가서 너무 달았나! 다름 아닌 임플란트 송곳니가 떡 하니 하늘을 찌를 듯 하다. 누구의 작업인지 견고하기 이를 데 없다. 잇몸을 파헤쳐 넓게 콘크리트를 넣고 턱뼈 깊숙이 나사를 박아 폭풍우에도 100년은 끄덕 없을 듯 하다. 게다가 주변에는 정리 되지 않는 애자 등이 흐트러져 있어 산행을 방해 한다.
임플란트 철탑은 경치에서 제외시키고 장애물 경기를 하듯 건너 뛰니, 입 안쪽에서 보는 듯한 이빨은 절벽을 잇몸 삼아 빼곡히 박혀 있다. 이런 치아 열을 지나 다시 서너개 고개를 넘으며 산행을 한다. 마치 입술을 헤집고 밖으로 보는 듯한 산들은 서로가 비슷해 형제 같다. 보일 듯 말듯한 앞사람을 사진기에 담거나 야야! 요요!를 외치며 마음껏 걸어도 흔들리는 것 하나 없다. 한 시간 정도 이 위를 걸은 후 잇몸을 따라 내려 오는 길은 급경사지만 주의만 하면 안전이 보장 된다. 가을 햇살이 내려 앉은 넓은 곳에는 또 다른 송곳니 철탑이 있고 전기가 개통되지 않는 선들은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 이곳에 식사 자리가 펼치자 고기 삶는 냄새와 코펠에서 끓는 밥과 라면 냄새가 솔솔 가을 산야에 풍긴다. 지나는 중국인들은 너무 풍성하다며 한마디씩 한다. 간편하게 이동식을 즐기는 그들에게 색다르게 보이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어금니 산행을 한다. 능선의 이빨을 받치는 잇몸은 한쪽은 완만하고 다른 면은 절벽으로 된 곳이 있는가 하면, 양쪽 모두 벼랑이라 날카로운 곳도 있다. 멀게 펼쳐진 치열은 칼날 같고 위태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그곳에 다다르면 재미 있게 걸을 수 있는 바위 길이 얌전하게 있다. 양들도 오르지 못할 정도로 가파르면 잠시 돌아서 가고 그렇지 않은 곳은 또 다른 스릴을 느끼며 걸을 수 있다
가끔 앞과 뒤를 보니 이와 잇몸이 어우러진 듯한 원줄기가 햇살 아래 하얗게 길을 잇는다. 주변에는 주 능선을 축으로 하는 작은 것들이 부드러운 물결처럼 닿아 있기도 하고 또 다른 것은 메마른 낙타 등처럼 거칠게 잇기도 한다. 이렇게 희끗희끗한 바위를 들어낸 능선은 아직 푸른 벼랑을 달고 점잖은 듯 묵직한 위용을 드러낸다. 그 위로 까마득한 등산객이 바삭이는 햇살을 밟으며 기어가듯 한발 한발 옮긴다. 그러나 젊은 중국친구는 청춘의 양처럼 펄쩍 펄쩍 건너 뛰기도 한다. 이러한 거대한 자연은 중년의 가슴에도 지극히 크고 굳센 기운을 준다.
어느덧 막바지 장소에 이르니 버들강아지 군락이 남 먼저 가을 색을 덮어썼다. 여기에 잔잔한 파도가 이는 바다 같은 산을 배경 삼고 그 위에 실바람을 올려 놓으니 여물어 가는 계절이 선명하다. 그러나 이런 경치와는 다르게 마지막 하산 길은 낭떠러지로 난 좁은 길이다. 이곳을 내려가야 날머리로 갈 수 있다. 옆에서 보니 풀이 자라서인지 길이 없어 보인다. 마치 서 있는 개의 앞다리 같이 경사져 두려운 마음이 들고, 내려 갈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두 명이 앞서간 후 용기를 내어 들어서니 나름 길이 있고 오른쪽에 박힌 바위와 나무들을 잡을 수 있다. 절벽에는 잡목이 조금씩 자라고 있어 안정감을 준다.
많은 사람의 발길을 위해 낮 동안 내어준 구아산도 점차 입을 다무는 저녁 6시가 되어 청수하 하천에 도착했다. 길지 않는 산행로지만 바위 길을 타느라 늦어졌다. 더운 날씨에 등목까지 하니 정신은 새롭고 발길은 가벼워진다. 이로 인해 벼랑의 나무가 물들어 이빨과 어우러진 또 다른 날의 경치가 보고 싶어졌다.
험난하고 위험 했지만 개의 앞다리와 목을 거쳐 어느 하나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치아를 샅샅이 밟고 또 다른 다리로 내려온 종주 산행은 별다른 즐거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