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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Sep 12. 2017

옥도산 산행후기(북경 연경현)

가을 계곡을 걸으며

다른 계절도 그렇지만 가을이 되면 더욱 마음이 좋아 진다. 이유는 멋진 경치와 풍성함에 있다. 땅속, 나뭇가지 어느 곳이나 먹을 것이 있는 들판에는 아침 저녁 서늘한 바람이 머물고 한낮에는 따가운 햇살이 잠자리처럼 고요하게 붙어 열매를 익힌다. 이러한 자연 속에서 만물은 조금씩 또 빨리 성숙되며 아름다운 풍경도 만든다.

황금의 자연을 느끼기에는 야외로 나가 산에 오르는 것이 최고라 주말 산행을 우선 순위에 둔다. 배낭을 메고 문을 나서니 휴일 아침은 평소 보다 늦게 열려 거리는 한산하다. 아파트 내에는 여기 저기에 비질 소리가 난다. 느껴지는 파장은 넓고 길어 흩어진 폭을 가늠 할 수 있다. 눈을 돌리니 드문 드문 떨어진 낙엽이 급하지 않게 모아진다. 나무에는 아직도 파란 잎들이 빼곡하게 하늘을 가려 가을이 끝나기에는 꽤 긴 시간이 있음을 알린다. 또 다른 곳에서 들려 오는 똑딱이는 탁구공 소리가 늦장 부리는 주말 아침을 재촉하기도 하는 곳을 지나 차에 올랐다.

사시사철 물이 있는 옥도산에 들어서니 최근 자주 온 비 때문에 개울 폭을 다 차지할 정도로 물이 많다. 이러한 풍경에 관광객들은 시작부터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데 그 곳곳에는 언제나 나름의 경관이 있다. 계단식으로 정리된 계곡에는 커텐처럼 넓게 펼쳐진 하얀 물줄기가 흐르고 멀리 작은 아치 다리에는 사람들이 가을 숲을 건넌다.

이런 경치를 보며 삼거리를 지나 오른쪽으로 접어 들어 본격적인 산행을 한다. 넓은 하천은 잦은 비에도 물 한 방울 없이 자갈로만 가득하다. 깔린 돌들은 지난 여름 햇살을 견디고 이제 가을이 되어 뽀얀 모습으로 숲 속을 채웠다. 이러한 모양은 물이 많은 이곳에서는 오히려 이색 적인 경치가 되었다. 그 옆에 깍아진 바위는 하천과 직각이고 이는 주변 숲과 잘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운 경치를 만든다. 이곳을 돌아 가는 등산객의 뒷 모습은 자연에 빠져든 한 폭의 평화로운 그림이다. 한달 후 벼랑 끝 나뭇잎들이 우수수 흩어지는 시간에 다시 찾아와 옷깃을 여미는 철학 같은 가을을 느끼고 싶다.

잠시 궁상맞고 개똥 같은 망상으로 길을 따르니 더덕냄새가 난다며 발길을 멈춘 산우들이 있다. 이미 여름을 지나서 향기가 별로 강하지 않은데 이를 맡아내는 개코의 고수들에게 감탄한다. 그리고 나는 짐작 한다 “얼마 동안의 숨바꼭질이 진행 되겠지만 매의 눈과 사냥개 같은 후각에 분명히 걸려 들것이다. 그런 후 얼마나 굵을까 하는 호기심이 가득한 곡갱이질에 몸을 들어낸 대물은 손가락 사이에서 대롱대롱 할 것이고 주변에는 흐뭇한 미소가 감돈다. 이제 고요한 숲 속의 생장은 멈추었다.” 하지만 이는 선과 악의 경계를 넘어선 먹이사슬의 자연스런 조화인지라 가벼운 마음으로 발길을 이었다.

1시간 넘게 오르니 그 동안 사라졌던 정겨운 물소리가 왼쪽에서 들리고 작은 낙차와 돌에 걸린 힌 물줄기가 가끔씩 숲 사이로 얼굴을 내민다. 초목만 스치던 산행에 또 다른 경치가 펼쳐지니 다리에는 새로운 힘이 일고 기분은 좋아진다. 그러면서 정글 같은 숲과 울퉁불퉁한 바닥도 거리낌 없이 흘러가는 물줄기에 순조로움과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 다시금 느낀다.

2시간정도 진행하니 물소리는 절정에 이런다. 바로 이 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가 있는 폭포에 이르렀다. 물량은 어느 때보다 많아 그 동안 졸졸이던 물줄기를 넓게 펼쳐 힘차게 미끄러진다. 맑고 깊은 웅덩이 한쪽에는 벌써부터 가을채집이 시작 되어 각종 나뭇잎이 떠 있다. 바위에 붙은 몇 개의 노란 잎은 바람과 물줄기의 도움을 기다리며 웅덩이 속 동료들을 내려본다. 얼마 지나지 앉아 이곳에는 계절에 갇힌 낙엽들이 그득할 것이고 물은 그 아래로 조용히 흐를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정열의 여름이 아쉬운 나무는 벼랑을 잡고 푸르다.

곰취 가득한 고개 마루는 이제 30분정도 남았다. 마지막으로 힘을 내 한달음에 도착하니 온몸에 땀이 흥건해 가을을 의심케 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찬 기운이 몸을 감싸 추워졌다. 빼곡한 잎을 단 자작나무 사이로 하늘이 언뜻 언뜻 보이는 것을 보니 해발 높은 곳은 제법 계절이 깊어 진 듯하다.  곰취는 꽃마저 시들어 가을 속 겨울을 생각 하고 다른 풀들도 위로부터 노랗게 물들고 흐린 하늘은 점점 밝아지기 시작한다. 이곳에서 등산길만큼 길게 펼친 식사를 했다.

하산 길에도 개울은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맑은 물과 함께 했다. 큰 바위에서는 발을 씻으며 휴식 했고 가로지르는 물은 조금 젖는 것에 상관 없이 건넜다. 여름내 아무것도 떠다니지 않는 민자 냇물에는 가끔씩 맴을 도는 낙엽이 노란 빛으로 포인트를 만든다. 개울이 사라질 때쯤 되니 새롭게 나타난 것이 있으니 바로 상황버섯이다. 금년 잦은 비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무에는 마치 열매가 달린 것처럼 조롱조롱 피어 있다. 아래에서 보니 모두 노란 색이고 제철인 것 같다. 버섯이 있는 곳은 이미 나무가 고사해 조심스런 행동에도 가지가 뚝뚝 부러진다. 여기 저기 흩어진 것을 따다 보니 내려 오는 길은 축지법을 쓴 듯 빨랐다.

올라갈 때 본 삼거리를 지나니 어느새 13~4킬로의 등산이 마무리 되었고 중간에 너무 쉬었는지 5시가 넘었다. 왕징 뒤풀이 장소에 도착하니 봉선생님이 출발할 때 약속한 적지 않은 더덕이 말끔하게 정리 되어 술과의 희석을 기다린다. 빻아 넣은 더덕 술은 향이 좋아 다들 평소 주량 2배는 마신 듯 하다. 아마 다음 산행에는 주체 못하는 힘을 발휘 할 듯하다. 이렇게 더덕,잔대,곰취,상황버섯을 채취한 이번 옥도산 등산은 가을만큼이나 풍성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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