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찾아!
1년 365일을 24개 절기로 나누고 다시 여섯개씩 봄,여름,가을,겨울에 균등하게 끼워 넣는다. 이 반복된 시스템이 흐트러지지 않게 지구는 온전히 돈다. 우리는 그 위에 올라 타고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 간다. 그 속에서 다시 등산이란 것을 만들어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산을 타며 사계의 아름다움을 대자연에서 느끼며 힐링과 건강을 찾는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경칩이 이틀 남은 날 배낭을 멘다. 개구리만 절기를 아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봄을 맞이하여 참석 인원이 거의 3배로 늘어 났으니 말이다. 사람들이 가득한 차량에는 베이징블루님이 준비한 등산에 필요한 많은 용품이 있고, 이를 나누어 주기 위한 퀴즈 또한 가득 하다.
내용은 막 끝난 동계 올림픽에 관한 문제다. 연륜과 관록이 묻어 나는 진행에 각자의 기억과 검색에 의지해 선물을 득템 하며 1시간30분이 언제 흘렀는지 모르게 지나 갔다. 한 사람의 봉사가 참석자 개개인에게 전달되니 금방 수십 배의 즐거움이 된다. 베이징 블루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렇게 창평구의 상구촌(上口村)에 도착하니 따뜻한 날씨에 바람도 불지 않아 미세먼지는 서로의 인력을 자랑하며 최대한 조밀하게 붙어 뿌연 모습으로 위용?을 자랑한다. 그래도 시내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갈 길은 10킬로 가까이 되는 능선 길을 오르내리는 것이다.
마치 낙타 등을 타는 것처럼 신명 나게 걸으면 된다. 오르막에서는 앞사람을 따라 건조한 땅을 밟으며 나뭇가지와 바위 귀를 잡고 돌면 언제나 주워지는 보상이 있다. 낮은 곳에서 보지 못한 발아래 산들은 물결 같은 곡선을 그리며 매연 속으로 접어든다. 수직으로 내려 꽂은 낭떠러지는 언제나 주위를 요하지만 그 속에도 새로운 느낌이 있으니 이 또한 등산의 매력이 아닌가!
가끔씩 나타나는 소나무가 빛 바랜 푸르름으로 남은 겨울을 견디며 산소를 내 뿜는다. 그 옆에는 노박나무의 노란 씨방과 박주가리의 힌 껍질이 제비처럼 마른 입을 벌렸다. 지나는 바람은 남은 씨알을 털며 우뢰 같은 주파수로 봄을 재촉한다.
꽃나무는 제대로 물이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대지는 해동되고 모세혈관처럼 뻗은 뿌리는 모든 감각을 세우고 펌프처럼 물기를 빨아 올릴 것이다. 개구리는 앞발로 눈두덩의 흙을 털며 모든 것이 내 세상인양 네발로 버티며 누구보다 먼저 대지를 선점한다. 그리고 큰 눈을 부라리며 뱀과 대적하기 위해 객기를 부릴 것이다. 그 옆으로는 산우들이 봄을 부르며 등산이란 이름으로 줄을 잇는다.
까마득한 후미에서 들려 오는 간식으로 먹는 두리안 이야기가 무전기를 타고 와 독특한 향기로 흩어진다. 자연과 함께해서 나오는 기분 좋은 호르몬은 최근 가장 핫한 미투를 소재로 한 농담으로 이어진다. 걸을수록 더워지는 두꺼운 외투는 배낭으로 들어가고 얇아진 몸에는 봄기운이 모락모락 일어 난다. 징그러운 애벌레 집도 햇볕 쪽을 향해 비어 있다
그렇게 오르내리기를 여러 차례 한 후 정상에 도착하니 철탑도 나른해지는 봄을 대비해 자빠져 누웠다. 넓지 않는 자리지만 비집고 앉아 라면을 끓이고 도시락을 펼치니 아침보다 강한 햇살이 땀을 말린다. 천수산 산정 카페에서 끓여 나오는 아메리카노와 그 옛날 다방 커피는 각자의 기호에 맞게 주인을 찾아 멀리까지 배달 된다. 계란 노란자와 잣 그리고 신장 대추 채 썰어 띄워낸 쌍화차는 보름날 밤, 천수산 선녀마담에게 특별 주문하라고 한다. 그리고 양치질 대신 바이올렛님이 준비한 껌까지 짝!짝! 씹으니 점심 시간이 끝났다.
오후산행!
해발을 낮추며 뒤를 돌아 보니 저 멀리 내려오는 산우들은 마치 집 나간 애벌레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오는 듯 형형색색 줄을 잊는다. 앞으로 전진하니 고문님을 비롯한 네 다섯 명이 도망가던 미어켓처럼 목을 빼, 후미에 문제가 없는지 살핀다. 다행이 하늘에는 매 한 마리 날지 않고 땅에는 파충류 한 마리 기어 다니지 않아 안전이 보장 되었다.
중간 중간 이정표 같은 철탑은 최대한 넓게 벌린 다리로 포물선처럼 늘어지는 전선을 버틴다. 규칙적으로 쌓아진 탑을 정점까지 쳐다보며 이 또한 자연에서 얻은 원리를 수치화 한 것이라 애써 생각하며 떠나는 감성을 붙잡았다.
얼마 후 바위틈에 자란 가녀린 나무가 시선을 끄는 봉우리에 도착하니 두 갈래 길이 있다. 모두들 그곳에서 옹기종기 휴식하며 도로까지 닿는 마지막 능선을 가소롭게 바라본다. 조금 더 긴 길을 따라 하산하니 산세 한 마리가 날아 간다. 지난 겨울을 버티어 낸 막바지 날개 짓에는 여유로움이 있다. 그리고 올 봄 아름다운 짝을 찾아 새소리 가득한 건강한 자연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