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디자인이란 무엇인가_08
좋은 디자인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쓰는 책상, 자신이 쓸 조명, 자신이 사용할 가구 등을 디자인하는 경우는 그래도 애매한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고 해야 할 일들이 생각이 잘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 경우는 사용할 사람 즉 자신에 대한 이해가 잘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자신이 사용하던 책상에서의 행위나 같이 사용하는 물건들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여 ‘이렇게 하면 좋겠다’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다, 없으면 좋겠다’ 등의 아이디어와 생각이 잘 나는 것입니다.
조명도 자신이 사용하는 경우는 어떤 용도로 어떤 크기로 어떤 위치에서 사용할 것이며 어떤 분위기였으면 좋겠다는 등의 이해가 잘되어있기에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디자인은 어떤 사람을 위하여 무언가를 만들어 제공하는 일입니다.
생산이나 판매를 위한 여러 조건들 조형의 트렌드 등 실제로 디자인을 하는 경우는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수없이 많지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 제공한 디자인을 사용할 사람에 대한 이해입니다.
결국은 디자인은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잘 이해하면 크게 잘못된 디자인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가장 깊게 그리고 명확하게 하고자 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어느 곳에 유치원이 있다고 가정해봅니다.
그 유치원의 원장님이 새로운 선생님이 필요해져 지원하는 두 분의 선생님을 면접하기로 되었습니다. 원장님이 조금 바빠 두 면접을 할 분들은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한분은 매우 고학력자로 어린아이들에 대한 이해와 학문적 지식이 깊은 분입니다. 다른 한분은 그에 비하여 학력이 낮은 분입니다.
두 분이 기다리는데 아이들이 와서 장난도 걸고 떠들기도 했습니다. 그때 고학력 출신의 선생님은 짜증을 내며 아이들을 야단쳤습니다.
반면에 다른 선생님은 아이들이 귀여워 어쩔지 모르는 표정과 태도로 아이들과 놀아주었습니다.
이 광경을 본 원장님은 어느 분을 선생님으로 모셨을까요? 당연히 어린아이들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두 번째 선생님이었을 것입니다.
어린이를 돌보고 가르쳐야 하는 사람이 어린이를 사랑하지 않으면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물을 만드는 디자이너는 역시 사물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물을 아껴 쓰고 용도에 맞게 쓰지 못하고 지저분하게 난폭하게 사용하여 고장을 내거나 망가트린다면 이는 사물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자이너는 사물을 만드는 직업인이기에 만들기 이전에 사물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가끔 학생들의 실기실에 들어가 보면 정리 정돈이 너무나 안 되어있어 이런 곳에서 생활하며 멋진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은 무리한 희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사람은 물건을 신중하게 고르고 애정을 가지고 아껴 쓰는 자세부터 가져야 합니다.
위대한 작곡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니다.
그 사람은 왜 좋은 작곡가가 되고 싶어 할까요? 틀림없이 좋은 음악을 많이 듣고 나도 이런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좋은 음악을 듣고 따라 해 보며 꿈을 키울 것입니다.
운동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젊은이가 있다고 생각해봅니다.
그 젊은이도 열심히 운동을 하며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자신도 언젠가는 저런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을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훌륭한 요리사가 되겠다는 사람은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보아야 합니다.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하여도 이와 같이 좋은 디자인과 디자이너들을 자꾸 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좋은 디자인은 그 안에 분명히 좋은 디자인이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형이 아름다운 것도, 새로운 생각을 담은 것도 있는 등 무언가 그것이 좋은 디자인이 되는 이유가 그 안에 내재되어있습니다.
따라서 좋은 디자인을 많이 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좋은 디자인을 접하는 태도도 바뀌어 갑니다. 처음에는 그저 외관에 보이는 인상을 주로 관찰하고 멋지다, 이상하다 등의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다음으로는 멋져 보이는 혹은 이상해 보이는 원인을 찾게 되고 결국에는 디자이너가 담고자 했던 의미나 생각을 엿보게 되기도 합니다.
결국 좋은 디자인을 많이 접하며 그 속에 내재된 디자인의 원리와 의미를 많이 접하는 것은 마치 좋은 책을 읽어 작가의 사상이나 메시지를 이해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디자인에서 이러한 깊은 의미 관찰이 되지 않더라도 좋은 디자인을 자꾸 접하는 것은 디자인을 잘하고 빨리 이해하게 되는 훌륭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