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디자인이란 무엇인가_09
많은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 그리고 디자이너들은 항상 어떻게 하면 디자인을 더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합니다. 물론 깔끔하고 손쉬운 정답이 있다면 모두 그렇게 고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디자인을 잘하게 되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물론 원리가 간단하다고 쉽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일본에서 공부할 때의 일입니다. 일본의 TV 방송에서는 항상 어느 채널인가에서는 요리나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을 정도로 음식과 요리에 대한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양한 일본의 음식과 요리에 대한 내용을 보게 됩니다. 소바, 라면, 이태리 음식, 프랑스 음식 등등.
그런데 일본에 3년간 체류하면서 본 음식 프로그램 중 잊혀지지 않는 식당이 있습니다.
그 식당의 메뉴는 ‘밥’ 단 한 가지입니다. 반찬도 단무지 2~3조각이 다입니다. 그런데 그 ‘밥’을 먹으려는 손님들이 항상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왜 저렇게 단순하고 특이한 것이 없는 밥을 사람들이 저렇게 기다리며 먹을까 하고요. 그리고 그 ‘밥’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소개되었습니다.
우선 주인은 창고에 수북이 쌓인 쌀자루에서 매일매일 사용할 분량만을 꺼내 도정을 합니다. 그리고 도정한 쌀 몇 종류를 일정한 비율로 섞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 이천 쌀 50%, 철원 쌀 30% 식으로요. 다음은 물을 넣는데 이 물도 주인이 매 주말에 직접 트럭을 운전하고 지방을 돌며 몇 개 지방의 물을 길어다가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물도 몇 가지 종류의 물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밥을 짓습니다. 밥은 1인분씩 조그만 무쇠냄비에 넣어 불에 올리는데 수 십 개의 밥을 짓는 냄비마다 타이머가 있어 시간에 따라 불의 크기를 조절합니다.
이렇듯 그 식당의 주인은 밥 한 그릇을 짓는데 이렇게 까지 지어야 하나 할 정도로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가며 밥을 지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주인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쌀의 비율과 물의 비율을 알아냈을까요? 그리고 알맞은 불과 시간을 알아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까요?
처음 단순히 ‘밥’밖에 없는 식당을 소개할 때와는 달리 이런 과정이 소개되고 나자 저도 그 ‘밥’을 꼬옥 먹어보고 싶어 졌습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그 ‘밥’을 먹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왜 그 주인장은 그렇게까지 밥을 지으려 했을까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한 답은 의외로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그 주인은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을 짓겠다’라고 생각했을 것 같았습니다.
그 맛있는 밥에 대한 신념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견디게 했을 것이며, 최고의 맛을 찾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게 하였을 것입니다.
그의 신념이 최적의 수행체계를 만들어 내었을 것이며, 그 결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 완성되었을 것입니다.
이렇듯 훌륭한 결과는 훌륭한 생각과 그 생각을 잘 구현시킬 수 있는 구현체계(방법, 프로세스, 지식 등)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입니다.
즉, 좋은 디자인 결과는 좋은 생각과 좋은 구현체계를 가지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좋은 디자인 결과를 내기 위하여 끙끙거리는 것보다 크고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그리고 전문적인 구현체계를 내 몸에 장착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육상선수가 자신의 기록을 단축시키기 위하여 어떠한 것들을 할까요? 심폐 기능을 늘리기 위한 운동, 근력을 높이기 위한 운동 등 다양한 운동을 통하여 잘 달리는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신과 마음다짐을 굳게 할 것입니다. 그럼 결과는 당연하게 기록이 단축되겠지요.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 중에 간혹 이러한 간단한 원리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 듯합니다.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과 사고의 범위에서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능력으로 결과만을 훌륭히 뽑아내기를 열망하는 경우가 그 경우 중 하나입니다.
이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계속 육상대회에 나가며 죽어라고 열심히 뛰는데 왜 내 기록은 줄지 않을까 하고 고민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또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를 계속하여 고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절대로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디자인은 아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령, 아 이렇게 하면 잘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알게 된 것만으로는 절대로 빨리 뛰어지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디자인을 잘하고 싶은 학생이나 디자이너들은 이 간단한 원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디자인을 잘할 수 있는 자신을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