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영목 Mar 29. 2019

디자이너는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는가 03. 의지표현

제2장 디자인의 미래예측_03

저자는 이미 없어진 회사이지만 1985년 대우전자에 입사했었습니다. 

당시 국내에는 역사가 깊은 골드스타(현재의 LG전자 전신)와 삼성전자가 이미 대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후발 주자인 대우전자는 신생기업이지만 역동적으로 발전해보자는 매우 활기찬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입사 후 기획업무를 하게 된 저는 항상 어떻게 하면 일본이나 미국 유럽의 선진기업들과 같이 새로운 디자인을 항상 저렇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외국의 유명 디자인 회사와 일을 하게 되거나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을 만날 기회가 있거나 혹은 국제심포지엄이나 초청 강연 같은 기회를 가능한 놓치지 않고 찾아다니며 항상 같은 궁금증에 대한 답을 구하려 애썼습니다. 


그것은 디자인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였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디자인 선구자들을 만나면 항상 같은 질문을 10여 년 이상 지속했습니다. 

미래에는 어떤 트렌드가 유행할까요? 미래에는 어떤 디자인이 나올까요?라는 질문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질문하는 대상들은 그야말로 당대의 디자인을 리드하는 선구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틀림없이 미래를 예측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들의 대답에 매우 흥분하곤 했었습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강연회에서 혹은 직접 마주 대하고 그들이 해주는 답이 마치 미래를 볼 수 있는 열쇠를 받은 것 같아 흥분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미래에는 환경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미래에는 감성이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다. 미래에는 인간의 삶 그 자체가 중요한 디자인의 대상이 될 것이다 등이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마치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이 내려쬐듯이 구원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이 반복될수록 뭔가 석연치 않음이 점점 쌓여갔습니다. 어떤 디자이너는 태도에서부터 형식적으로 답하고 있는 인상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내가 미래를 어떻게 아느냐는 디자이너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10년 이상 같은 질문을 해가며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들의 말로부터는 어떤 미래를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나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심지어 나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알쏭달쏭한 질문과 답을 듣기를 지속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어느 순간 질문을 바꾸어 보았습니다.

“미래는 어떻게 됩니까?”에서 “미래는 어때야 합니까?”하고. 그랬더니 이제까지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던 디자이너들이나 애매하고 추상적인 답을 하던 디자이너들이 진지한 자세로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었습니다. 

미래는 이런 디자인이 있어야 한다고. 미래는 디자인이 이래야 한다고. 


그때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디자인은 예측이 아니라 의지에 의하여 열려왔다는 것이었습니다. 



디자인잡론 목차

매거진의 이전글 디자이너는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는가 02. 흐름을 읽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