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발견해야 하는 문제
제2장 디자인의 미래예측_05
앞서 디자인은 문제 발견과 그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라고 했습니다. 어찌 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이 당연한 이야기를 좀 더 살펴보기로 합니다. 그렇다면 우선 문제는 어떤 문제여야 할까요?
나의 문제 vs 모두의 문제
여러분의 친한 친구가 너무나도 사랑하던 이성에게 버림받아 실의에 쌓여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여러분에게 와서 너무나 가슴 아프고 속상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엉엉 울면서..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다.
아마 친구를 위로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다음날 또 와서 엉엉 울면서 죽겠다 미치겠다 하며 또 슬픔을 토로합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은 위로하겠지요.
그런데 이 친구가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무려 한 달 동안 매일 여러분을 찾아와 헤어진 아픔을 토로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마 그 친구를 피하거나 친구에게 이제 제발 그만 찾아오라고 짜증을 부릴 것입니다.
다른 경우를 생각해봅니다. 세계적인 테러단체로부터의 협박은 어떨까요? 심각한 공기오염 문제, 경기 침체로 인한 취업기회가 적어지는 것 등은 어떨까요?
위의 이성과 헤어진 친구의 문제는 여러분의 문제가 아닌 그 친구의 문제에 해당합니다. 처음에 그 친구를 위로해준 것은 그래도 친구이기 때문에 위로해주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분의 고민이 아니기에 점차 지치고 관심이 멀어졌을 것입니다. 가끔 슬픈 노래를 들으면 공감이 가는 것도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개인적인 사연이기에 공감이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이성과 헤어졌던 가슴 아픈 기억에 감정이 이입되어 그 노래에 공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환경 및 에너지, 테러의 위협, 경기침체 등은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포함된 모두의 문제입니다.
지나친 개인적인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 것입니다.
문제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문제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노출된 문제 vs 잠재된 문제
여러분의 오랜 친구가 어느 날 매우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마치 무슨 큰 비밀이라도 말하려는 듯이 여러분에게 다가와 매우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여러분 귀에 대고 “지금 말이야..... 환경오염이 매우 큰 문제래..”라고 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태도를 취하게 될까요? 아마 이 친구가 왜 이러지 하고 그 친구가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 경우는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기에 이를 이제야 알게 된 친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된 문제이지만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이기에 새로운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잠재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받는 문제여야 한다
위의 이야기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문제는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이미 밝혀지지도 않은 문제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많은 사람들에게 관계된 잠재적인 문제여야 합니다. 어떤 문제가 그런 문제들일까요? 바로 소위 선구자들이 발견해낸 문제들입니다.
사용자인터랙션의 개념이 생겨나기 전에는 점차 정보화와 지능화되어가는 정보기기들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정보화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입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사람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기기가 사람이 사용하기에 너무나 어렵게 설계되고 있으며 이는 잘못 설계된 것이라는 지금은 너무나 당연시되는 문제를 발견해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며 그 개념을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또한 알레산드로 멘디니 Alessandro Mendini나 에또르 솟사스 Ettore Sottsass가 너무나 답답한 기능주의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을 때 사람들은 무언가 갑갑하다는 느낌은 있었으나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적한 혹은 발견한 새로운 문제에 대하여 공감하고 그들이 제시한 대안이 납득이 되었기에 그들의 디자인이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고 큰 영향을 끼치게 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