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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목 Mar 29. 2019

디자인의 미래예측(영향요소) 03.
문화

제2장 디자인의 미래예측_10

디자인은 생활문화를 창조한다. 제안한다. 문화로부터의 디자인 등 문화라는 단어는 디자인과 함께 참으로 궁합이 잘 맞는 단어처럼 자주 쓰입니다. 


지금부터 말하고자 하는 문화는 언어,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등을 모두 포함하는 추상적이며 포괄적인 의미로의 문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시대가 종료된 이후의 세계 사회에서 보이는 문화 변화 현상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주 내용과 관점은 새뮤얼 헌팅턴 Samuel Huntington의 이야기에 기반을 둡니다.     



제가 60년대에 국민학교(현재의 초등학교)를 다닐 당시 미술시간에는 방공방첩 포스터를 많이 그렸었습니다. 당시 만해도 북한군을 늑대같이 그리고 우리 국군과 미군이 같이 늑대와 싸우는 장면을 묘사하는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누가 북한군이 늑대라고 생각할까요. 

그리고 미국을 우리의 무조건적인 친절하고 고마운 우방이라 생각할까요. 오히려 몇 년 전에는 반미감정이 고조되던 시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70~80년대에는 라디오에서 하루 종일 팝송이 흘러나왔으며, 젊은이들은 할리우드 스타나 미국 가수나 그룹의 사진을 가지고 다니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라디오에서 팝송을 듣기 힘들어졌으며 외국 스타의 사진을 가지고 다니는 10대도 보기 힘듭니다.      



이러한 변화는 20~30여 년 사이에 일어난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가 그만큼 발전하여 자존감이 높아진 것도 주요한 원인일 것입니다. 그러나 경제발전만이 그 원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국문화기반 디자인 혹은 한국문화의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 한국적 디자인 등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적이라는 것이 이제는 더 이상 후진국이며 나쁜 것이라는 이미지가 아니라 좋은 것 우리 것이라는 자긍심과 자부심을 상징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나라에서만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자국 문화에 기반 한 디자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버네큘러 디자인 Vernacular Design이라고 부릅니다.    


  

새뮤얼 헌팅턴은 이러한 문화의 변화를 단순히 경제발전만이 아니라 미소 냉전의 종료 후에 새로운 세계 문화의 재구성의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소 냉전 종료 후에 세계의 국가들은 새로운 질서를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그 질서가 냉전 이전 시대의 각국의 고유 문화권을 중심으로 재편성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저서 중에 재미있는 부분이 중동의 젊은이들이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고 힙합을 들으면서 미 대사관을 테러한다거나, 제3세계의 인물이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자국에 돌아가 민속의상을 입고 미국을 성토하며 정치지도자가 된다거나 등의 표현을 한 곳이 있습니다. 

이는 이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와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주의라는 2개의 체제가 소련이 붕괴됨으로써 없어지고, 새로운 체제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대안이 없으므로 이전의 문화권으로 귀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그의 이러한 주장은 현재 세계의 많은 움직임을 설명하는데 적합합니다. 미국은 중동의 일부 국가를 테러단체로 부르고 중동의 일부 국가는 미국의 공격을 문화적 탄압 혹은 종교적 탄압으로 부르는 것도 이러한 관점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미국은 소련을 대신할 상대를 찾는 것이요, 중동의 일부 국가는 미국의 이러한 태도를 종교적 혹은 문화적 탄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이같이 세계적으로 보이는 문화 블록화 현상도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입니다. 문화는 눈에 보이지 않고 한순간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우리의 사고나 생활양식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화 블럭화에 따른 자국 문화기반 디자인이나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한국적 디자인, 한국문화기반 디자인, 아이덴티티 디자인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우리 문화에 기반 한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이에 대하여는 몇 가지의 의견이 있습니다. 


우선 현재의 우리가 만드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며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달라 보일 것이므로 그것이 곧 한국적인 디자인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한국의 전통이나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에 기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결과적이며 현상적으로 본다면 전자의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후자의 의견도 내용으로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가 너무나도 한국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한국적 디자인 한국문화에 기반 한 디자인이 중요하다는데 에는 모두 의견을 같이해도, “자 그럼 이제부터 한국적 디자인을 하자”하면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방색을 쓰면 되나? 과거의 형식이나 양식을 현대에 차용하면 되나? 등등 막연해지는 것이 한국적 디자인을 하자라고 정한 이후에 찾아오는 현상입니다. 

한국이라는 것을 모르니 그냥 현재의 모습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것이 방법일 것이다 라는 태도는 적극적인 태도일 수는 없습니다. 



세계에서 관찰되는 문화 블록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혹은 다른 이유로 한국적 문화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좀 더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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