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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목 Mar 30. 2019

처음에 나온 답은 답이 아니다

제4장 디자인진행요령(일반)_04

대학에 있으면서 기업과 산학 연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업으로부터 의뢰받은 주제에 대하여 집중하여 고민을 하거나 조사를 좀 하다 보면 “아. 이러면 되겠다.” 혹은 “이러면 되지 않을까?”라는 일종의 감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로 답이 아닙니다. 


디자이너는 기업에서 한 종류의 제품만을 담당하여 10년 혹은 20년 이상 오랜 기간 디자인을 진행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디자인은 거의 항상 새로운 대상을 디자인하게 되어있습니다. 

대상이 바뀌고, 생산하는 기업이 바뀌며, 개발 시기가 바뀌고, 개발 목적이 바뀌며, 사용자가 바뀌고,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가 바뀌는 등 같은 디자인을 진행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이 나에게 디자인을 부탁할 때는 이미 일반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고민하고 적절한 답을 찾지 못하여 부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업의 시장 장악력, 브랜드 경쟁력, 사용 가능한 기술, 유통, 경쟁사와의 경쟁구도, 시장의 변화 등등 자신들이 만들어야 하는 제품에 대하여 그들은 오랜 기간 고민하고 고민하다 디자인을 부탁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초기에 “아! 이러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이미 그 기업 입장에서도 이전에 이미 고민하였을 것입니다.      


이는 마치 어떤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데 갖은 방법을 찾아보고 시도해보았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전문가에게 “어떻게 다이어트를 하면 될까요?”를 질문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사람에게 “운동하세요.”나 “절식하세요.”는 마치 병원에 갔을 때 “아프지 않으려면 적절한 운동과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좋은 음식으로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세요.”와 마찬가지 답변일 것입니다.     

 

따라서 디자인을 진행할 때, 처음에 답일 것 같은 답은 답이 아니라고 한 것입니다. 

치밀한 조사와 조사된 내용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모든 가능성을 찾고 이제 기존에 제시되었던 기능성들과 비교하고, 기업의 입장이나 처지에 맞는 새로운 답을 찾아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이 맞는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합니다.     


학생들도 학기가 시작되어 주제가 주어지면, “아! 그거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하고 감을 잡고 그 잡을 감을 어떻게든 구현하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잡은 ‘감’은 답이 아닙니다.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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