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디자인진행요령(일반)_05
수업을 하다 보면 학생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선생님, 정말 일주일 내내 밤새 고민했는데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요.”
그럼 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너는 과제는 못해도 구름은 타겠구나.”
우리는 보통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머리를 쥐어짭니다.
“아이디어야 나와라 , 나와라”하고요. 그러나 많은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경험해봤듯이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끙끙거리다 잠드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오랜 시간 고민을 했는데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혹시 산사에 가서 참선을 해본 분이 계신가요?
선을 할 때는 잡생각을 하지 말고 정신을 맑게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 생각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고 있는데, 어느 학생이 졸다가 스님에게 죽비로 따악 하고 맞는 소리가 나면
“저거 아픈가? 안 아프겠지? 아 참 고등학교 때 체육선생님한테 진짜로 많이 맞았는데, 그 선생님 지금 뭐하고 계시지? 그때 영식이도 같이 맞았지. 아 영식이도 보고 싶다. 영식이랑 학교 앞에서 떡볶이 많이 사 먹었는데, 아 떡볶이 먹고 싶다...” 하다 보면 아차 싶습니다.
“아냐 아무 생각하지 말라 그랬지. 하지 말자 하지 말자”하고. 그러나 조금 시간이 지나면 또 “아... 배고픈데... 절 음식 맛있다 그랬는데 많이 먹어도 되나? 남기면 안 되나? 나 전에 집에서 밥 남겼다가 아버지한테 엄청 야단맞았는데, 아버지 지금 뭐하고 계시지? 어머니는 저녁 하시겠다... 아냐 또 딴생각...”
이와 같이 아무 생각 안 하는 것은 매우 힘듭니다. 사람을 아무것도 없는 하얀 방에 넣어 놓고 아무런 소리도 들려주지 않으면 즉 아무 자극도 주지 않으면 인간은 상상을 하거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등 스스로 정보를 생성해 낸다고 합니다. (카이호히로유끼. 인터페이스란 무엇인가)
그래서 불교에서는 잡념을 없애고 생각을 집중하기 위하여 화두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화두는 언뜻 그 답이 생각나지 않는 질문이지요.
예를 들어, "나는 너구 너는 나이면 우리는 누구냐?" 식의 질문이지요.
언뜻 답이 생각나지 않기에 그 문제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잡생각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원숭이 궁둥이는 빨게,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바나나 등으로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는 물고 이어지는 문장들은 각 문장들이 논리에 맞기에 계속하여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원숭이 궁둥이는 햄버거’하면 ‘어? 아닌데 햄버거로 만든 원숭인가? 원숭이 궁둥이가 햄버거처럼 생겼나?’ 등등 생각이 번져 나가지 않고 원숭이 궁둥이로 집중하게 됩니다.
이렇게 논리에 맞지 않는 문장을 머릿속에서 되네 이면 ‘원숭이 궁둥이는 햄버거’라는 말만을 자꾸 되네 이며, 머리의 사고 기능이 점차 정지하여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단계에 이릅니다.
즉, 열심히 ‘원숭이 궁둥이는 햄버거’를 생각하는 것 같지만 말로만 반복하고 있고 머리는 멈춰진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뭔가 좋은 아이이어 없나?라고 자꾸 반복하여 되네이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 기능은 정지하고 ‘뭔가 좋은 아이디어 없나’라는 말만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면 머리에 아무 생각이 없어져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학생에게 과제는 못해도 구름은 타겠구나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결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원하며 매달려도 아무 답도 나오지 않습니다. 머리만 맑아지고 시간만 허비하게 됩니다.
그럼 어떡해야 할까요? 좋은 아이디어 없나? 에서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로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디자인은 그 상황에서의 최선의 답을 찾는 것이지 유일무이한 절대의 답을 찾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답은 항상 있습니다.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정보가 부족하거나 혹은 너무 많거나, 목표가 명확하지 않거나 정보를 변별하는 기준이 없거나 등의 이유로 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답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