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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목 Mar 30. 2019

원숭이 궁둥이는 빨게

제4장 디자인진행요령(일반)_09

원숭이 궁둥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긴 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른 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은 건 백두산, 

동해물과 백두산이~~     


이런 놀이? 노래는 모두가 아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재미있는 노래가 디자인의 진행이나 디자인 진행 시의 사고 과정을 망쳐놓는 원인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경우는 콘셉트를 만들어 갈 때나 혹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때입니다.  

    

예를 들어, 

뭐 새로운 조명이 없을까? 

혹시 문어를 조명에 이용할 수는 없을까? 

문어는 대머리지, 

대머리는 반짝반짝하지, 

반짝이는 건 샛별, 

샛별은 작아, 

작은 건 먼지, 

먼지는 더러워, 

더러운 건 쓰레기, 

쓰레기로 조명을 해봐야겠다.      


이와 같은 경우입니다. 여기에 어떤 오류가 있나 생각해봅시다.


원숭이 궁둥이(A)는 빨게(B)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빨간 건(B) 사과(C)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A(원숭이 궁둥이)=B(빨게)이고, B(빨간 건)=C(사과)이므로 A(원숭이 궁둥이)=C(사과)가 되어야 합니다. 

즉 결과적으로 원숭이 궁둥이는 사과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원숭이 궁둥이는 맛있고, 높고, 비행기도 되고, 백두산도 됩니다. 


이는 원숭이 궁둥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에서 ‘빨개’와 ‘빨간 건’이 음운으로 동일한 것이지 의미나 논리의 일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문장이 연결되면서 오류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논리적으로 생각한 것 같으나 이런 식의 발상은 결국에는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흔히 학생들이 하는 오류입니다.


원래는 다음과 같아야 할 것입니다.     

원숭이 궁둥이는 빨개,

빨간 건 털이 없기 때문이지

털이 없어 피부가 드러나 빨갛게 보이는 거지...     


그렇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원숭이 궁둥이는 (    )하다’를 반복하다 보면 점점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원숭이 궁둥이는 (빨개), 

원숭이 궁둥이는 (털이 없어), 

원숭이 궁둥이는 (갈라져 있어), 

원숭이 궁둥이는 (굳은살이 있어) 



이런 식의 사고는 반복할수록 원숭이 궁둥이의 특성을 명확하게 알게 됩니다. 

이는 핵심적인 문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관찰함으로써 본질적인 이해를 깊게 하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 원숭이 궁둥이는 빨갛고, 빨간 건 사과 식의 사고 방법이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확산적 사고를 할 경우에 필요합니다. 이를 테면 브레인스토밍이나 KJ법과 같은 경우는 이러한 사고방식의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수렴적 사고 즉 핵심에 접근하고자 하는 경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제 무조건 밤새도록 원숭이 궁둥이는 빨게,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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