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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목 Mar 30. 2019

아는 것의 종류

제4장 디자인진행요령(일반)_10

학생들과의 과제나 프로젝트 상담할 때 “무슨 말인지 알겠어?”하면 학생은 “네 알 것 같습니다.”라고 답합니다. 그러나 그다음에 해온 곳을 보면 안 것 같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알긴 알겠는데 되지 않으니 학생도 답답할 것입니다.     


논어강설(이기동)의 어딘가에서 읽은 글입니다. 

아는 것에는 3가지의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말로써 아는 것(言得), 마음으로 느껴 아는 것(心得), 몸으로 체득하여하는 것(體得)의 3가지입니다.     


언득(言得)은 그야말로 ‘말’을 아는 것입니다

말이 해석이 되는 것이지요. “운동이 몸에 좋다.”라는 말이 그대로 해석되는 것입니다. 운동을 평생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도 이 말을 읽거나 쓸 수 있습니다. 

‘디자인의 창의성은 집중에 의하여 발휘된다.’라는 말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어도 그 말이 해석이 되고 이해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심득(心得)은 ‘느껴지는 것’입니다. 

운동을 안 해서 건강이 망가진 사람이 ‘운동이 몸에 좋다’라는 말을 들으며 “아, 정말 그렇지 운동을 할 걸 그랬다.”하고 공감하는 것입니다. 

디자인의 경우에는 아무리 말이나 생각으로 디자인을 전개해도 무의미하고 자꾸 그려보고 만들어 보고 표현해봐야 비로소 디자인이 완성되어 간다는 말도 해봐야 그런 줄 압니다. 

그리고 그제야 ‘아 맞는구나 정말로 해봐야 알 수 있구나.’하고 아는 것입니다.      


체득(體得)은 ‘몸으로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어떤 사람이 평생을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안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운동이 몸에 좋다.”라는 말을 들어도 “이게? 이게 좋은 거였어?”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한 번도 안 해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운동이 몸에 붙어 있는 상태입니다. 


디자인의 경우에는 오랜 기간 열심히 드로잉을 연습하여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원하는 대로 그릴 수 있는 상태가 되었는데, “드로잉을 잘하는 법은 숙달밖에 없다.”라는 말을 들어도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거나 혹은 “드로잉을 잘하는 법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아도 자신은 이미 드로잉이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여도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는 이미 몸에 배어있어 몸이 알고 있는 것입니다.     


‘수영하는 법을 안다.’ 혹은 ‘수영을 할 수 있다’라는 말은 언제 할 수 있을까요? 언득 이후일까요? 심득 이후일까요? 체득 이후일까요? 



마찬가지로 ‘디자인하는 법을 안다’ 혹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라는 것은 ‘말’이어야 할까요? 

아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후’에 할 수 있는 말일까요? 


디자인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 것 같은데 잘 안 되는 이유입니다. 

수영을 잘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서야 비로소 ‘수영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듯이 디자인하는 법을 아는 것은 오직 많은 체험에 의하여 체득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디자인잡론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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