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디자인조형창작_01
시인은 시로, 작곡가는 음악으로 무용가는 무용으로 자신의 견해, 정서를 표현하고 전달한다. 마찬가지로 디자이너는 디자인 결과물로써 자신의 정서나 견해를 표현하고 전달한다. 아무리 수많은 정보의 수집과 분석, 전략의 수립, 콘셉트의 설정, 창의력의 발휘 등이 있어도 그것이 디자인 결과물로 환원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본 장에서는 디자인 결과의 최종 단계인 조형 창작 단계에서 고려하여야 하는 요소들과 조형 창작의 원리를 살펴보기로 한다.
몇 년 전에 대학 1학년의 입체조형 수업을 수년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그 클래스는 디자인 전공 학생들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서양화, 동양화, 조소, 공예의 학생들이 고루 섞여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조형이 뭔가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1학년이니 아직 완성도가 높지 않아 그러려니 그랬습니다. 그런데 2~3년 수업을 하다 보니 단순히 학생들의 완성도가 낮아서 학생들의 조형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디자이너인 저에게 낯선 조형으로 느껴지게 했던 것이었습니다. 디자이너인 저는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조형으로 표현하는데 그와는 다른? 과정을 거치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똑같은 조형을 계속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과정’ 즉 대량생산이 가능한 조형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조형 창작에서 디자인과 순수예술의 가장 다른 점입니다.
디자인은 대량생산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같은 조형을 똑같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산 및 가공 기법을 전제로 조형을 만듭니다. 아무리 멋지고 독창적인 조형이라도 단 하나 혹은 몇 개밖에 만들지 못하면 그것을 디자인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따라서 디자인 조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에 따라 어떤 성형이나 가공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것은 필수 조건입니다. 이를 모르고 조형을 만드는 것은 요리할 때 계란을 어떻게 조리할 수 있는지 모르고 요리를 하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가끔 어떤 요리사는 이제 까지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계란을 조리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디자인 조형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도 이와 같이 우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조형을 만들고 이를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나중에 찾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 편이 보다 창의적이고 이제까지 없던 조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품을 개발할 때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우선 디자이너가 창의적인 조형을 만들고 그 이후에 그것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거나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일반적이지 않은 드문 경우이고, 우선은 재료에 따른 명확한 생산과 가공방법을 알아야 다양하고 많은 디자인을 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이제까지 없던 생산이나 가공방법이라는 것도 실은 일반화되지 않은 혹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의미이지 이제까지 전혀 없던 생산이나 가공방식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양한 재료와 그 재료를 생산하거나 가공하는 방법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디자인 초보자가 보기에 이해가 쉬운 자료가 많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내 주위에 있는 사물을 보다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저 겉의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런 모양을 만들었는지를 생각하면서 내 주변의 사물을 찬찬히 살펴보는 습관은 좋은 디자인 조형가를 만드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