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장 디자인조형창작_02
우리는 흔히 조형을 만들어 갈 때에 조형원리를 사용합니다.
통일과 분산(분리), 대비, 균형 및 불균형, 조화와 부조화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일반적으로 앞에 ‘부(不, 불)’가 붙은 부조화, 불균형보다는 조화, 균형 등이 표현되어야 좋은 조형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질문을 던져봅니다.
균형과 불균형, 조화와 부조화의 경계는 무엇인가?
과연 ‘부’가 붙은 조형원리는 아름답지 못한 조형을 만드는가?
이 두 가지의 질문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조형원리의 상대성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답은 명확한 경계는 없습니다. 상대적입니다. 말 그대로 그때그때 다릅니다.
이는 마치 뜨겁다와 차갑다, 날카롭다와 둔탁하다, 크다와 작다 같은 상대적 개념입니다.
너무나 더운 여름에 몸이 달궈지고 땀을 너무 흘려 시원~~ 한 그리고 목이 마비되고 속이 얼어버릴 듯한 음료수를 마시고 싶은 상태에서 미지근한 물을 차갑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너무나 추운 겨울에 몸에 오한이 온 상태에서 뜨거운 차를 한 모금을 너무 간절히 원하는 상태에서 마시는 미지근한 물을 뜨겁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균형과 불균형, 조화와 부조화도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너무나 엄격하게 도열되어있는 군인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비스듬히 서있는 병사는 너무나 부조화를 이루고 불균형스러울 것이며, 남대문 시장에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는 정말 엄청나게 이상한 행동이나 복장을 입지 않는 한 다른 사람과 대비가 강하지 않고 전체 속에 섞여 혼란 속에 조화롭게 스며들 것입니다.
일단 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이는 ‘단 음식은 맛있다’와 같은 경우입니다. 일반적으로 단 음식은 맛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케이크, 과일, 사탕 등은 당연히 단맛이 있어야 맛있습니다. 그러나 아메리카노(커피), 된장찌개, 곱창볶음이 달면 이상할 것입니다.
이렇듯 단맛이 없어야 제 맛이 나는 음식도 있고 단맛보다는 우선 매운맛이 있어야 제 맛인 떡볶이 같은 음식도 있습니다. 그리고 단맛도 강하냐 약하냐, 첫맛이냐 뒷맛이냐, 설탕의 단맛이냐 야채의 단맛이냐 등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조화나 균형, 통일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 조화, 균형, 통일된 상황은 심심해지기도 하고 단조로워지기도 하고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가 끝없이 서있는 풍경은 너무나 완벽하게 통일되고 조화롭지만 답답하고 경직되기도 합니다.
너무나 조화로운 색의 사용은 자칫 단조롭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조화와 부조화, 균형과 불균형은 그저 조형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조형원리입니다.
조화와 균형이 이상적인 원리이며 부조화와 불균형이 최악의 피해야 하는 원리로 선악이나 좋고 나쁨의 기준으로 구분하여 놓은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조형 창작을 하다 보면 의도적으로 부조화나 불균형을 사용하여야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마치 나쁜 남자의 매력 같은 것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가 붙고 안 붙고에 따라 좋은 조형원리가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디자이너가 사용할 수 있는 조형원리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정리하면 조형원리는 말 그대로 조형원리일 뿐 지켜져야 하는 원칙은 아닙니다. 디자이너의 표현 의지나 의도에 따라 조형원리들을 적절히 사용하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