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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i Jan 23. 2022

관심 부족의 시대

 컴퓨터를 켠다. 혹은 핸드폰을 켜서 검색창에 접속한다. 검색창은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이며, 오늘 나는 검색창을 통해 ooo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다. 헌데 웹브라우저를 열고나니 검색창 아래 오늘의 뉴스가 보인다. 나는 이 뉴스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갑자기 뉴스기사를 읽기 시작한다. (어라..?!) 


 이런 경험은 매우 자주 일어나는데,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15-20분이 금새 지나 있고 그제서야 내가 원래 하려던 일(검색)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날 마주친 동영상 속 학자인 하버드대 교수이자 저명한 심리학자인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은 본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으며 정보가 넘쳐 관심 부족이 발생하는 이른바 ‘관심 부족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의 주장 또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유용하게 쓰고 있는 컴퓨터나 휴대폰 등의 도구들이 한편으로는 우리의 주의를 방해하고 집중력을 잃도록 유혹하기도 한다는 사실은 모두 고개를 끄덕할 내용이며, 1977년 노벨상 수상자인 Herbert Simon은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한다. “정보는 관심을 소모 시킨다. (Information consumes attention)”
 
 

 “A 임원이 우리 팀,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이나 있을까요?” 
 사내에서 꽤나 일 잘하기로 소문났던 7년차 기획자의 퇴사면담일 이었다. 해당 팀의 팀장, 그 아래 시니어급이 모두 연이어 이직을 하고 제일 바쁜 시기에 본인이 막내 팀원 케어부터 고객사 대응, 임원이 시키는 일까지 소화해내는 와중에 해당 팀의 최고 책임자이던 임원은 실망만 안겨주었다고 했다. 매일 핸드폰, 컴퓨터 화면만 쳐다보거나 누구보다 빨리 퇴근하고 또는 술이 얼큰하게 취해서 사무실에 와서는 대리만 불러 집에 간단다. “우리 팀원들 집이 어딘지나 알까요? 밥 한끼 사주며 수고한다, 고생이 많다. 얘기한 적이 없어요. 새로 온 팀장님이요? 자리에 가면 맨날 핸드폰만 쳐다보고 계세요.” 
  한시간 넘게 임원에 대한 불만, 그 임원이 데려온 새로운 팀장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던 그 직원은 결국 수많은 만류와 회유에도 회사를 떠났다. 



 팀장이 되고 나니 멀티로, 동시다발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정보를 더 많이, 더 빨리 찾아 일을 처리해야 하고 그렇기에 휴대폰과 컴퓨터를 더더욱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나 자신 뿐만 아니라 팀원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수시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 또한 새롭게 늘어난 일 중 하나다. 코로나가 더해진 디지털 시대에 정보는 넘쳐나고 그 산만함 또한 배가 되었다. 


 ‘관심’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뜻한다. 아무리 지금 세상이 커플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대신 휴대폰을 보고, 친구끼리 메신저로 더 많이 대화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가치가 완전하게 서로에게 관심을 기울여 교감하게 되는 것에 비할 리 없다.

 

 팀장에 일에는 ‘팀원들을 길러내는 것’이 포함된다. 팀원 개개인에게, 팀원의 성장에 관심 없고 일의 완결만 보는 팀장이 팀원과 교감이 가능할 리 없고 좋은 성과가 지속되기도 만무하다. 그 ‘관심’을 가지는 가장 쉬운 방법이 가끔은 넘치는 정보와 컴퓨터 화면, 휴대폰 등의 모든 장치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다른 생각일랑 멈추고 눈 앞에 있는 사람에게 온전히 ‘관심’을 기울여보자. 내 관심이 상대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잘 통한다는 것은 결국 모두에게 좋은 기분 또한 가져다 준다. 


 관심 부족의 시대, 작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의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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