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을 선물합니다
반전은 매력 있다. 예상과 다른 사건의 전개는 푹 빠져 보고 읽게 한다. 첫인상과 다른 인성에 실망한다. 기대치 않았던 처음의 느낌과 다른 배려에 감동받기도 한다. 쌀쌀맞고 인정 없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은 또 보고 싶어진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츤데레’라고 부른다.
앞뒤 없이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는 질문으로 인연이 시작되었다. 웃을 일 없던 내 일상에 그의 툭툭 내지르는 듯한 한마디 한마디는 장면 전환의 열쇠가 되었다. 그때도 지금도 함께 있으면 많이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좋았다. 늘 반전의 즐거움으로 대화를 주도하는 그와 보내는 시간이 좋았다. 어느새 나는 웃을 준비를 하고 그를 만났다. 잘 통하는 유머 코드는 마음의 빗장을 활짝 열어젖히는 열쇠가 되었다.
결혼을 약속하고 양가의 허락도 받은 어느 날이었다. 집 앞 벤치에 앉아 나의 형편을 이야기했다. 평생 함께할 사람이라면 약하고 아픈 구석부터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했고 들었다. 내 이야기를 다 듣고 그가 입을 떼었다. “말하지 말지 그랬어. 몰랐으면 모를까, 다 듣고 어떻게 결혼을 안 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았다. 다시 생각해 보니 츤데레식 사랑 표현이었다. 진지하고 힘든 내 고백에서 무게를 덜어낸 고마운 반전의 한마디로 우리의 결혼은 확정되었다.
성과를 내려면 의도와 반대로 해야 한다. 잘 쓰고 싶다면 잘 쓰려는 마음을 내려놓으라 하고, 잘 그리고 싶으면 대충 그리라고 한다. 멀리, 높이 보내려면 반대 방향의 힘을 이용하라고 한다.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사랑해도 덜 사랑하는 척, 아껴도 덜 아끼는 척해야 부담 없이 받는다. 보이지 않았던 마음의 깊이를 알아차리면 두고두고 감동하고 고마워한다. 보답하고 싶어진다. 나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그는 첫 직장으로 입사한 회사를 24년째 다니고 있다. 회사도 힘들었는지 합병하고 수백 명의 인원이 들고 나는 변화가 있는데 그는 요지부동으로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 강산도 여러 번 변했을 세월 동안 괜찮기만 했을 리 없다. 직장인들은 퇴사하고 이직하는 사이의 시간에 숨 돌릴 여유를 갖는다. 늦잠도 자고, 여행도 하고, 미뤘던 공부도 하고, 나처럼 딴청을 부리기도 한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한 회사에 다닌 그는 출퇴근하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생활을 쉼 없이 하고 있다. 힘들면, 힘들지 않아도 숨 돌리고 자신을 돌아볼 여유를 가져보라고 하고 싶지만, 마음과 달리 시원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과 처지가 미안하고 고맙다.
가볍고 달콤한 말보다 묵직하고 무뚝뚝한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에게 홍효 작가의 「숨」 속 고요한 숲길을 선물하고 싶다. 밝은 빛 아래 적나라하게 보이는 풍경보다 적당히 시야를 가린 모습은 시선에 피로를 주지 않는다. 향긋함 습기를 머금고 있는 숲길은 건조해진 이목구비를 나긋하게 적셔 피로를 지워준다. 초록과 와인색의 조화는 고요해 늘어질 수 있는 분위기에 생동감을 준다. 긴 세월 애정의 바탕색 위에 붓 터치하듯 무심하게 말하고 행동하느라 무거웠을 어깨의 짐을 던져두고, 새소리 울려 퍼지는 향긋한 숲길을 함께 조용히 느긋하게 걸어보자고 해야겠다. 언젠가 둘이 맛집을 순회하는 남해 여행을 하자는 그의 이야기가 실현되는 때, 수년 전 현충원에서 찍었던 사진처럼 고요한 숲길을 걷는 그의 모습을 남겨야겠다. 구부정한 모습이든 뒷짐 진 모습이든 다 멋지다는 말도 잊지 말아야지.
나에게 보내는 질문 :
잔잔한 바람부는 고요한 숲길을 누구와 함께 걷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