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어디에 갔지?
너는 말하지,
떠났다고,
그렇지만 나,
아직도 그 자리에 앉아 있어.
손끝에서 발끝까지 여름이 사라진 흔적은
마치 날려버린 기억처럼 흐릿하고,
그 속에서 무엇도 찾을 수 없는
진공 속.
너와 나는 한참을,
뜨거운 시간 속에서
서로를 잃어버렸지.
그게 어떤 뜻이었는지,
여름이 정말 떠났는지,
모른 채로.
그냥 스쳐 지나갔을 뿐.
우리는 내내
미리 떠나버릴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그렇다고
그걸 왜 모르겠어?
여름은 없었어, 처음부터.
기다리는 순간들이 다 사라졌듯,
그것은 존재하지 않은 것일 뿐.
그때의 햇살, 그 바람,
그 공기 속에서
나는 너를 찾으려 했지만,
모든 것이 단지
희미한 점선으로 끊어졌을 뿐이야.
어쩌면 그 여름은,
너와 나를 잃은 뒤
내 안에서만 길게 남아.
차갑고도 뜨겁고,
살아있는 듯, 죽어있는 듯.
여름을 다시 찾을 필요는 없어.
그저 여름이 그랬듯,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여전히
내 안에서 여름은 지고 있어.
그래도 괜찮아,
여름을 잃어도
그 안에 남아있는 것들이
다시 나는 걸 보여주니까.
그게 다,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