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묵은 숲처럼
묵은 숲엔 내가 좋아하는 냄새가 가득해요.
젖은 이끼와 썩은 나뭇잎, 오래된 바람 냄새요.
가끔은 그 냄새를 모아서 병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숲의 냄새를 마시면서 그리움 같은 목소리를 내보고 싶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숲을 자주 찾아가요.
숲에선 시간을 잊어버릴 수 있잖아요.
혼자 걸어다니면서 제 마음속 지도를 그려봤어요.
아마추어 화가가 그린 것처럼 어설프더라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묵은 숲은 그런 걸 비웃지 않거든요.
오히려 저를 보면서 속으로 응원하는 것 같아요.
“괜찮아, 너는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
그런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혼자 만들어낸 걸 수도 있어요.
숲의 나무들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그리움이 조용히 떨어져요.
그리움은 물처럼 생겼을까요? 아니면 연기처럼?
저는 그걸 알 수 없어서 매일 숲을 관찰해요.
나무들의 속삭임을 엿듣기도 하고요.
어느 날엔가 저도 그리움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예요.
아마 그때가 되면 웃으며 숲을 떠날 수 있겠죠.
하지만 지금은 숲에 남아 있을 거예요.
여기선 누구도 제 마음을 몰라요.
그게 좋아요.
숲은 저를 숨길 수 있는 가장 조용한 곳이거든요.
그리움이 묵은 숲처럼 제 안에서 자라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그 그늘 아래에서 잘 살아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