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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없는 페이지

by 박율

한 권의 책을 덮을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상실감.

그들의 세계를 함께 걸었던

모든 시간들이 문득 끝나버렸다는 사실에,

한참 동안 페이지 위에 멈춰 서게 된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것은

단지 책 속의 몇 문장과 기억 속의 희미한 장면들.

나만 홀로 현실로 돌아오고,

그들은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내가 진정으로 행복했던 순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장면 속에서 시간을 멈추고,

그들의 세계에 끝없이 머물 수 있다면.


하지만 이야기는 끝나고,

더는 이어지지 않는 문장들은

내게 오래된 추억의 잔향을 남긴다.

마음 가장 깊은 곳을 찌르는 상처이자,

동시에 이토록 사랑했음을 증명하는 흔적이다.


그래서 가장 사랑했던 이야기일수록

닿기를 두려워하게 된다.

펼쳐보지 못한 채, 돌아갈 수 없는 그 세계를 꿈꾸며

결국은 현실로 발걸음을 돌려야만 한다.


마치 성장이라는 이름의 덫에 걸려

더 이상 그들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그것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의 마침표,

우리가 어른이 된다는 것의 가장 슬픈 부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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