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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왜 저를 버리셨습니까

by 박율

“신은 죽었다.”

니체의 선언이 처음 내 귀에 닿았을 때, 나는 그것이 오만하고 불경한 말이라고 여겼다. 오늘, 그 말을 다시 곱씹으며

묻는다. 하나님, 정말 당신은 죽으셨나요?


내가 어려서부터 믿어왔던 당신은 전능하셨습니다.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품으셨습니다. 나는 당신의 사랑 안에서 보호받는다는 믿음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당신의 부재를 느꼈습니다. 내가 고통스러울 때, 내가 외로울 때, 내가 당신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할 때, 당신은 없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버리셨나요? 아니면 처음부터 나를 사랑하지 않으셨던 건가요?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깨달았습니다. 당신의 부재는 당신의 결정이 아니라, 우리의 시대가 만든 필연이라는 것을.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을 때, 그는 단순히 신학을 부정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신에 기대어 살던 시대가 끝났음을 알렸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던 가치들, 신의 존재로 위안받던 고통들이 이제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입니다. 신은 우리 내면에서 천천히 사라졌습니다. 당신은 우리를 버린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신을 버린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당신이 만들어준 질서와 위안을 스스로 파괴해왔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절대적인 진리를 찾지 않습니다. 고통을 통해 당신을 발견하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스스로의 손으로 의미를 만들어내려 합니다. 우리의 고통은 더 이상 당신께서 주신 시험이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인간으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본질 그 자체일 뿐입니다.


니체가 말했던 “초인(Übermensch)“의 개념이 이제 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초인은 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삶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냅니다. 내가 고통스러울 때, 그것은 더 이상 신의 침묵이 아니라, 나 자신이 넘어야 할 산입니다. 내가 절망에 빠질 때, 그것은 더 이상 신의 부재가 아니라, 내가 의미를 만들어야 할 순간입니다.


하나님, 당신은 나를 버리신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우리의 세계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당신이 남긴 빈자리에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야 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것이 아프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것이야말로 인간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당신은 죽었지만, 그 죽음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신의 죽음은 절망이 아니라 자유를 뜻합니다. 더 이상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창조해야 합니다. 당신의 부재는 슬픔이 아닙니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한 초대장입니다.


그러니 이제 나는 묻지 않습니다.

“하나님, 왜 나를 버리셨나요?”

대신 나는 선언합니다.

”당신이 견디던 무게는 이제 제가 짊어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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