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사랑 그리고 사랑

by 박율

이른 여름의 저녁

어딘가에서 작은 꽃이 조용히 피어납니다. 그 꽃은 누구의 마음속일 수도 있고, 바람이 스쳐 간 자리일 수도 있겠지요. 밤이 오면 그 꽃에서 달콤한 향기가 퍼질 거예요. 그 향기를 나누고 싶어서 매일 그 꽃을 바라봅니다. 저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길 바라며 조용히 기다립니다.


나는 매일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나의 마음은 화가의 캔버스처럼 넓고 빈틈없이 채워져 있죠. 아마도 이 끝없는 그림을 그리느라 사랑이 머물 자리가 없었나 봐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사람들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 잔잔한 파동이 일어납니다. 그 울림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애써 다독이곤 해요. 나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그들이 부디 상처받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사랑 같은 건 조금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런데도 바람이 불면 모든 게 흔들립니다. 내 마음은 나뭇잎처럼 가볍고 연약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랑은 계속해서 스며들고 자리를 잡으려 합니다. 내가 멀어지려 해도, 혹은 누군가를 놓아주려 해도 그 모든 사랑은 나를 떠나지 않고 남아 있네요.


나는 사랑을 떠올리며 웃습니다. 그리고 혼자서도 많이 웃어요. 나를 사랑하듯이 세상을 사랑하고, 이 세상이 나를 사랑해주길 바라며 웃습니다. 사랑은 웃음을 낳고, 웃음은 다시 사랑을 낳는 것 같아요.


혹시 사랑이 길을 잃은 나그네라면 어디로 가든 숨기 힘들겠죠. 사랑은 언제나 가장 빛나고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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