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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달원 Apr 09. 2019

ID, 비밀번호를 잊으면 안돼!!

판례 이야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3.29. 선고 2018가합555404 판결

아이패드 잠금해제 청구





[사실관계]


피고는 이 사건 아이패드를 제조, 판매한 회사로서, 이 사건 아이패드에 사용자가 정한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경우에만 기기가 활성화되도록 잠금 및 잠금 해제 기능을 설정하였다. 


피고는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린 경우 ① Apple ID 계정 페이지에서 사용자가 미리 설정해 둔 보안질문에 답을 함으로써 비밀번호를 재설정할 수 있는 절차 및 ② 사용자 본인이 기기를 구매하였다는 내용과 제품식별번호가 기재된 자료를 제출하면 피고가 이를 확인한 후 서비스센터를 통하여 잠금을 해제해 주는 절차를 각 마련해 두고 있다.


피고는 이 사건 아이패드 사용설명서에 'Apple ID를 찾을 수 없거나 암호를 재설정할 수 없으면 계정에 접근할 수 없으며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거나 다시 활성화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려면 주기적으로 Apple ID 계정 페이지에 접속하여 계정 정보를 확인하고 업데이트해야 합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원고는 2018년경 피고에게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① 원고가 Apple ID 및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고, ② 이 사건 아이패드의 제품식별번호가 기재된 원고 명의의 구매 영수증을 제출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원고의 주장]


1. 피고는 이 사건 아이패드를 제조·판매한 자로서 사용자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렸을 경우, 잠금을 해제하여 이를 사용하게 할 계약상·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한다.

2. 피고가 제조·판매한 이 사건 아이패드는 iTunes Store와 같은 Apple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로서, 피고는 이 사건 아이패드와 함께 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판매하였고, 서비스 이용 기간에 제한을 두지도 않았으므로,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위 서비스를 이용하게 할 계약상 의무를 부담한다.

3. 피고는 사용자의 신원이 확인된 경우 잠금을 해제하여 준다고 공지하였으므로 위 공지를 이행할 계약상·신의칙상 의무를 부담하는데, 원고는 이 사건 아이패드를 수년간 점유하고 있었고, 구매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였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야 한다. 



[서울지방법원]


원고의 청구 기각


1.  사용자가 기기를 구매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여 특정 아이패드의 구매자임을 입증하면, 아이패드 판매회사는 신의칙상 잠금해제를 해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2.  아이패드에 저장된 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되어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아이패드의 소유자인지 여부는 엄격하게 확인하여야 하고 소유자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자에게는 잠금해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3.  당해 사안에서는 문제가 된 아이패드의 소유자임을 인정하기 부족하여, 원고의 잠금해제 청구가 기각됨



[적어보는 글]


이 사건에서 논의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①  아이패드의 잠금해제 비밀번호를 알지 못하여 이 사건 아이패드가 비활성화 상태가 된 것이 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한 제조물의 결함에 해당하는가?

② 비활성화된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계약상의 의무가 있는가? 

이에 관하여는 매매계약상의 의무, Apple 서비스 이용계약상 의무

③ 비활성화된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는가?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제27민사부)은 아이패드가 비활성화된 것이 제조물 책임법상의 결함에 해당하지 않고, 아이패드를 매수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Apple 미디어 서비스 이용약관에 동의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고, 또 이용약관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 상태를 해제하여 줄 의무가 발생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신의칙상 의무와 관련하여서도  피고가 소유자임을 입증할 기회를 제공하였으나, 원고가 Apple ID와 잠금 기능 설정 당시 사용자에 의해 입력된 이메일 주소의 힌트를 기억하지 못하여 비밀번호를 재설정하지 못하였고, 아이패드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원고가 이 사건 아이패드의 소유자인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함을 이유로 이 사건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줄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요즘 휴대폰, 테블릿 등 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고 있고 이러한 것이 없으면 살아가는데 불편한 점이 적지 않다.


문명의 이기를 통해서 삶은 편해지고 있는 반면 이 사건처럼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경우, 그 불편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 제품을 판매한 기업에서는 소비자가 비밀번호나 패턴을 잊어버려 전자기기 등이 비활성화되면 일정한 요건하에 잠금을 해제 하여 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ID와 비밀번호 등을 잊어버린데다 제품 구매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도 부족하여 피고가 비활성된 아이패드의 잠금을 해제하여 주지 않았다. 전자기기에 담겨있는 개인 정보 등이 중요하고 타인의 손에 들어가면 악용될 소지가 있어 정해진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경우에 잠금을 해제해 주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얼마나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으면  소송까지 제기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판결의 취지를 다시 옮겨보면, 


1.  사용자가 기기를 구매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여 특정 아이패드의 구매자임을 입증하면, 아이패드 판매회사는 신의칙상 잠금해제를 해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2.  아이패드에 저장된 정보가 제3자에게 유출되어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아이패드의 소유자인지 여부는 엄격하게 확인하여야 하고 소유자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자에게는 잠금해제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어쨌든 휴대폰, 태블릿 등의 전자기기를 구입하는 경우에는 제품을 등록하고, ID와 비밀번호를 잊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제품 구매 정보를 남겨두어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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