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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달원 Apr 11. 2019

태아도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있을까?

판례 이야기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의 효력?

(대법원 2019.3.28. 선고 2016다211224 판결)







[적어보는 글]


이 사건의 쟁점은 두 가지로 생각된다. ‘태아’도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과 보험약관과 다른 내용이 보험계약 청약서에 기재된 경우에 어느 것이 효력을 갖는가 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태아도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고,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 사이에 구속력을 갖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이거나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가 그 약관의 규정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동기와 경위, 절차, 보험기간, 보험계약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당사자 사이에 위 특별약관의 내용과 달리 출생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기로 하는 개별 약정이 있으므로 약관규제법 제4조의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함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사실관계]


피고는 자녀인 A가 출생하기 약 5개월 이전인 2011. 8. 25. 원고와 보험 수익자를 본인으로 하고, 피보험자를 A로 하는 ‘무배당 하이라이프 굿앤굿어린이CI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 청약서의 피보험자 정보란과 계약 전 알릴의무의 피보험자란에는 ‘태아’라고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일에 피고로부터 제1회 보험료를 납부 받았고, 보험증권에 보험기간 개시일을 보험계약 체결일이자 제1회 보험료를 지급받은 2011. 8. 25.로 기재하였다.


피고는 2012. 1. 28. 경주시 소재 산부인과에서 A를 출산하였는데, A는 흡입분만 과정에서 두개골 골절,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등의 상해를 입어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2년 후 시력장해로 영구장해진단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 원고는 피고에게 1,031만원여원의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피고는 가입금액 1억원의 보통약관, 상해후유장해(80% 이상) 특별약관(가입금액 1,000만원) 등에 따라 1억 2,200만원의 보험금을 청구했다. 


원고는 지급을 거절하고 보험금채무 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에서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으면 보험수익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보험계약의 ‘출생 전 자녀가입 특별약관’ 제1조 제3항에서는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특별약관의 다른 규정도 이를 전제로 하고 있다.



[원고의 주장]


사람은 출생시부터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사람의 출생시기는 태아가 모체로부터 전부 노출된 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므로, 분만 중의 태아의 경우에는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없다며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6. 2. 3. 선고 2015나2028942 판결


[대법원]


상고 기각 / 상고비용은 원고 부담



1. 태아가 상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수 있는가?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약관 또는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의 개별 약정으로 태아를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人)임을 전제로 한다(상법 제737조). 그러나 상법상 상해보험 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하여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한다.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 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약관이나 개별 약정으로 출생 전 상태인 태아의 신체에 대한 상해를 보험의 담보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보험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므로 상법 제 663조에 반하지 아니하고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에도 반하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고,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 한다.



2. 보험약관이 구속력을 갖는 근거?


보험계약은 불요식의 낙성계약이므로 계약 내용이 반드시 보험약관의 규정에 국한되지는 아니한다. 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 사이에 구속력을 갖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이거나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가 그 약관의 규정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3.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그 합의 사항은 약관보다 우선한다.”라고 하여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4. 이 사건의 결론


이 사건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는 위 약관의 내용과 달리 약정하여 그 약관 규정의 구속력을 배제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상해보험계약으로서 원고와 피고는 개별약정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태아였던 A를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삼을 수 있다.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대상자인 A가 태아임을 잘 알고 있었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되는 A가 태아 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체결일부터 보험료를 지급하여 보험기간을 개시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된 동기와 경위, 절차, 보험기간, 보험계약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당사자 사이에 위 특별약관의 내용과 달리 출생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기로 하는 개별 약정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보험계약 보통약관에 면책사유로 규정된 ‘피보험자의 출산’은 피보험자가 출산의 주체가 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이지 피보험자가 출산의 대상이 되는 경우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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