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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달원 Mar 22. 2019

전업 시간강사와 비전업 시간강사?

판례 이야기

아래 사건은 대법원 홈페이지에 실린 보도자료의 내용이다.


오랜 시간 시간강사로서 일을 했던 내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닿는 문제이기도 하고, 강사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판결이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강사로서의 경험이나 생각을 적어본다.


  1996년 처음 시간강의를 시작해서 대략 25개 대학과 대학원에서, 30개 정도의 과목 강의를 한 듯 하다. 그 중에는 먼 거리를 오가기에 교통비 등의 이유로 일부러 강의를 더 챙겨서 두 과목을 배정해주는 학교도 있었고, 전문대학의 경우에는 4년제보다 강사료가 낮기 때문에 하루에 12시간을 배정해주기도 하였다. 같은 이야기를 하루에 네 번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네 번째 수업은 서서 이야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아팠지만 다행인 것은 앞선 세 번의 수업에서 할 말과 하지 않아도 될 말이 걸러지며 조금 수업을 일찍 마칠 수가 있었던 것이다. 9 to 9, 수업이 9시에 시작해서 밤 9시에 끝나지만 지방이었기에 집에서는 6시에 나서야 했고,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밤 11시가 넘었다.  

 

  강의가 없다고 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나는 강의시수는 많은 편이었다. 수업을 많이 할 때는 일주일에 12개 강좌, 36시간을 한 적도 있었다. 5개 도시, 6개 학교를 새벽같이 나가서 밤 11~12시 사이에 집에 도착해서 다음 날 수업 준비를 하기도 했다.  새벽 2시 쯤에 집에 들어온 날은 아침에 일어나지 않을까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련한 짓이었으나 그 당시는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논문을 쓰는 것을 비롯해서 내 전공 분야 공부를 한다는 것은 학기 중에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나마 방학을 잘 이용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창피한 일임에 틀림없다.


 20년 정도 강사 생활을 하면서 국가에서도 시간강사들의 처우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생각은 많이 했고,  실제로 강사료를 비롯한 많은 제도들이 생겨나고 좋아졌다. 하지만 시간당 강사료가 인상되는 것 말고는 시간강사로서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아래 사건의 경우처럼 전업과 비전업을 나누어 강사료를 달리 책정하는 것을 비롯해서, 고용보험, 연금, 최근 강사법처럼 1년의 계약기간 보장 등 많은 제도들이 시간강사들을 위하여 만들어졌지만 대학의 입장에서는 돌아갈 방법도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하여는 대학의 입장에서도 입학정원의 감소, 오랜 시간 등록금의 동결 등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탓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어쨌든 내 생각은 시간강사는 하나의 과정이고, 목표가 아니기에 원론으로 돌아가는 것이  시간강사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된다. 그 방법이 어떤 것인지 모르니 시행착오가 계속되고 있겠지만 언젠가는 찾을 날이 있겠지...

 

  강사법과 관련하여  최근의 대학에서 일어고 있는 변화는 졸업학점의 감소, 교수당 책임시수 증가, 커리큘럼의 조정 등이다. 강사들을 줄이는 만큼 그들에게 맡겨졌던 강의를 재직 교수들이 떠맡기도 하고, 졸업학점을 줄이기도 하고, 개설과목을 줄여서 메우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확신은 할 수 없다.    


 시간강사료는 전업과 비전업으로 나누어 지급하기도 하지만, 강사의 경력이나 직위에 따라 나누어 지급하기도 한다. 사립대학교의 경우는 강사의 경력이나 교수의 직위에 따라,  국립대학교의 경우는 전업과 비전업으로 나누어 강사료를 차등지급하는 것 같다.


  아래 사건에서  같은 일(강의)를 하면서 전업과 비전으로 나누어 강사료를 지급하는 것은  평등 원칙, 균등대우 원칙,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관한 법리에 어긋난다는 대법원의 입장에 동의한다.


 전업과 비전업으로 나누어 강사료를 지급하게 된 것이 높아진 강사료를 받기 위하여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교수들이 서로 강의를 주고 받는 것을 막기 위함에도 그 목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그 기억대로 시간강사들의 자리를 지켜주기 위하여 전업과 비전업으로 나누었던 것이라면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

대법원 2019.3.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대법원(주심 대법관 권순일)은 2019. 3. 14. 국립대 시간강사인 원고가 국립대 총장인 피고를 상대로 전업(專業)과 비전업(非專業) 여부에 따라 시간강사료 를 차등 지급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피고가 한 기지급 시간강사료 일부의 반환통보 및 시간강사료 감액지급 처분의 무효확인·취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그와 같은 처분은 불명확한 기준에 의한 것일 뿐 아니라 헌법상 평등 원칙에서 파생된 균등대우 원칙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반하는 차별적 처우이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음(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판결)



[사실관계]


  2014. 2.경 국립대학교 음악과 시간강사인 원고는 국립대학교 총장인 피고와 사이에 매월 8시간의 강의를 담당하기로 하는 시간강사 근로계 약을 체결하였는데, 강의료 단가는 ‘전업 시간강사는 시간당 80,000원’, ‘비전업 시간강사는 시간당 30,000원’의 기준으로 하고, 전업 여부의 확 인을 위하여 ‘전업/비전업 확인서’를 제출받았다.

 원고는 자신이 전업 시간강사에 해당한다고 고지하고, 그에 따라 전업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기준으로 강사료를 지급받았으나  2014. 4.경 피고는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원고는 부동산임대사업자로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사업자로 등록되어 있어 별도의 수입이 있는 사 람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위 통보에 기초하여 피고가 비전업 시간강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기지급한 강사료 중 전업과 비전업의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의 반환을 통보하고, 그 이후에는 비전업 시간강사에 적용되는 강사료를 지급하는 처분을 하자  원고는 원피를 상대로 위 처분의 무효확인 및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 제1심 및 원심 판단]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  전업과 비전업의 구분이 불명확한 기준이라고 볼 수 없음

*  대학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강사료를 인상할 필요성이 있었으나, 예산상 문제로 인해 전업 시간강사와 비전업 시간강사로 구별 하여 차등을 두되 전업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대폭 인상한 것이므로 차별처우가 아님

*  근로계약에 이미 그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위법하지 아니함



[대법원]  원심판결 파기환송


1.  판단의 전제


*  대학의 시간강사 또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는 근로자에 해당함

*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균등대우 원칙’(근로기준법 제6조) 및 성별과 관계없이 동일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 임금을 지급하여야 함을 의미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남녀고용평등법 제6조 제1항)은 모두 헌법상 ‘평등 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임

* 따라서 국립대학교 총장인 피고로서는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됨은 물론 그밖에 근로내용과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하여서는 아니 됨



2.  구체적인 판단


가.  전업(專業)’의 의미와 관련하여


① 이 사건 국립대학교인 안동대학교에 전속되어 일하여야 한다는 뜻인지,

② 출강은 어느 대학이든 자유로 할 수 있으나 시간강사 외의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인지,

③ 강사료 외에 는 다른 소득이 없어야 한다는 뜻인지 불명확함.

* 나아가 어떻게 이해하더라도 근로제공의 대가로서 임금인 강사료를 근로의 내용과 무관한 사정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은 합리적이지 아니함


나. 평등원칙 등 위배


* 사용자측의 재정적인 상황은 시간강사의 근로내용과 무관한 것이므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데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음

*  원고에게 임대수입이 있다고 하여 시간강사 직업에 전념하여 일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원심의 판단은 임대수입이 있는 근로자나 주부는 전업 근로자나 전업 주부로 볼 수 없다는 논리와 같음

*  이 사건 근로계약에 전업과 비전업을 구분하여 강사료를 차등지급하는 내용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균등대우 원칙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되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부분은 무효로 보아야 함. 나아가 피고는 국립대학교 총장으로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되는 위법 한 공권력을 행사하여서는 아니 되는 지위에 있음



3. 결론


 이 사건 처분이 부당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평등 원칙, 균등대우 원칙,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잘못된 것임



[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균등대우 원칙’과 남녀고용평등법이 정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모두 헌법상 ‘평등 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 뿐 아니라 그 밖의 근로내용과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한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법리를 새롭게 제시한 판결임

 추후 근로내용과 무관한 사정을 이유로 한 임금 등 근로조건의 차별이 문제되는 사례에서 근로자를 보호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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