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사상의 군중심리를 한껏 비웃다
영화의 목적은 무엇인가.
작게는 웃기기 위해서, 혹은 슬프게 하기 위해서.
크게는 제작진이 가지고 있는 어떤 뜻을 전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겠다.
영화라는 것은 관람해 주는 관객이 분명히 존재해야 하며 그 관객들이 영화 내용에 공감해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성공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소프트 앤 콰이어트>는 굉장히 똑똑하게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과 포스터로부터는 어떤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나는 원래 영화의 내용을 확인하고 관람하는 편이 아니라 많은 포인트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영화 전체가 커다란 리얼타임 원테이크 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요새 촬영 기술이 많이 발전해 실제 원테이크로 촬영했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92분의 영화 전체가 말 그대로 '한 장면'이다.
원테이크로 영화를 촬영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관객과 영화의 시간이 같이 흐르기 때문에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있겠고, 프레임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긴장감도 더해질 수 있다.
<소프트 앤 콰이어트>의 원테이크 신은 이 두 가지를 놓치지 않고 알차게 가져간다.
흔히 '백인 우월주의자'로 일컬어지는 몇 명의 여성들이 두 명의 아시아 여성과 시비가 붙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소프트 앤 콰이어트>는 그들이 사회 밖에서는 친절한 사람이지만, 같은 신념을 가지고 뭉치면 얼마나 큰일을 벌일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혼자 있을 때는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에 감당을 못하다가, 누군가 하나 큰소리를 내면 바로 돌변하는 그것이 보기에 부자연스럽지 않다.
이는 기존에 때때로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이 캐릭터는 이런 성격이라 이래야 해'라는 식의 평면적인 캐릭터성이 아니라, 장소, 상황 등에 따라 다른 인격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는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런 입체성을 내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우리 인간들이 원래 그렇다.
이 백인 우월주의자 여성들의 논리는 현재 존재하는 그것들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그것을 사회적으로는 차별이라고 부르지만, 이들에겐 그것이 지켜야 할 정당한 권리로 여겨진다.
그것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주변에 없고 동조하는 사람들만 있으므로 자기 자신이 말하는 그 논리가 세상에 적용되고 그것이 표출된다.
그들은 두 명의 피해자를 괴롭히며 서로를 위로한다.
더 이상 그 사건 속에는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커져버릴 대로 커져버린 사건의 크기를 애써 외면한 채 자신들은 맞는 일을 하고 있다고 중얼거릴 뿐이다.
우리는 과거의 계급사회를 현실에 적용시키지 못하고 아주 옛날이야기 취급해버리곤 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말하듯 보이지 않는 계급은 세상에 존재하고 그에 따른 차별도 분명히 있다.
물론 인종이나 나라의 출신으로 따져지는 그들만의 특성이 있고, 그것들을 무조건적으로 존중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그들이 무언가를 잘못했는가, 그리고 그것이 출생 성분에 따라서 나뉠 이야기인가에 대한 부분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내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편견이 진짜 편견인지,
아니면 살면서 겪어 온 데이터인지는 객관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법.
<소프트 앤 콰이어트>에서는 등장인물들을 단순하게 둘로 나눈다.
가해자, 그리고 피해자. 가해자는 백인 여성이며 피해자는 아시아 여성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편협하고 노골적인 구분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감독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해 깔끔하다.
한편으로는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굳이 그것을 복잡하게 풀어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의문이 있다.
앞서 말했듯 영화에는 다양한 목적이 있다.
어떤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아 저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금 본인과 세상을 돌아보게 된다면 그것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그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메시지를 포함해 특이하고 깔끔하게 하나의 이야기를 뽑아낸 감독의 역량에 놀랐다.
어쩌면 기분 나쁜 충격을 받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저런 일은 더 이상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