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우주, 외계인, 우주인, 넷플릭스 '우주인'

사랑을 말하기 위해서 우주와 외계인까지 동원해야했던 이유

by 파로


우주비행사의 외로운 감정, 그리고 지구에 두고 온 아내와의 어긋난 결혼생활에 대한 고찰을 담은 영화.

이 영화의 장르는 SF라기보다는 드라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예고편을 보고 이 영화를 접한 사람이라면 <우주인>의 내용이 그런 스펙터클하고 다이내믹한 우주 이야기는 아니라는 사실은 인지하고 봤겠으나, 그게 아닌 사람들은 영화 내용을 접하고 당황함을 감출 수 없었으리라.


말 그대로 배경이 우주이고, 말하는 외계인까지 나오지만 <우주인>은 사랑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영화의 템포는 느리고, 그럴듯한 기승전결도 없이 영화는 잔잔하게 진행된다.

우주인과 외계인의 만남도 그렇게 극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알아내고자 했던 게 있었다.


결국은 주인공과, 주인공이 지구에 두고 온 곧 이혼을 앞둔 아내와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인데 왜 하필 배경을 우주로 선택했으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는 데에 있어서 말하는 외계인이 필요했던 것일까.


사랑이라는 것이 참 어렵고 탐구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주제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으나, 다룰 수 있는 배경 중에 가장 큰 배경인 우주를 가지고 와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끝까지 영화를 보자 그것이 괜찮은 선택이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답은 영화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거미 외계인 (하누시) 은 주인공인 우주인 (야쿠프)의 잊힌 과거까지 들춰 같이 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야쿠프는 자신의 일을 위해 아내가 첫 번째 아이를 유산했을 때도 곁에 없었으며, 유산 이후 힘들어할 때에도 방치했다. 그리고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1년간의 임무를 위해 우주로 떠났다.


하누시는 야쿠프에게 아내와의 행복했던 첫 만남의 장면을 계속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야쿠프는 하지 말라며 그것을 거부한다.


왜 거부하죠? 짝이 떠나고 난 뒤에야 그리워하는군요



과거를 떠올리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야쿠프를 보며 하누시는 인간의 습성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다.

그러고는 질문한다


함께 있을 땐 왜 그리워하지 않았죠?



아주 간단하면서도 외계인이라면 궁금해할법한 질문이다.


인간의 습성에 대해 궁금해하는 하누시로 인해 야쿠프는 본인이 외면하고자 했던 과거와 마주하게 되고 동시에 잊고 있었던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소중한 사랑의 감정" 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기회비용을 따진다.


그때그때 하는 선택들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말하듯,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했던 선택을 후회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이 사람과 나누는 감정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잊어서는 안 될 감정이라는 것을.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감정을 금세 잊어버리고 다른 것에 몰두하기도 한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영화의 장치들은 다 이유가 있었다.


우주라는 공간은 야쿠프를 식어버린 사랑과 격리시켜 어떤 방법을 통해서도 만날 수 없게 만들었고, 외계인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제3의 존재로서 냉철하게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감정적인 실수들에 대해 깨우치게 만들었다.


감독이 생각하는 인간의 사랑에 대한 감정은 저렇게 대단한 도구들이 아니고서는 논할 수 없는 부분이었던 것이다.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거나, 상상해 보지 못한 새로운 존재가 갑작스럽게 내 인생에 들어옴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 장치들이 없어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다들 생각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 같아도 저럴 것 같고, 나도 저런 적이 있었다.


돌이켜 보면 여러분도 저런 적이 있었을걸?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치고는 너무 잔잔하고 템포가 느리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나 자신을 돌아보기에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게 좋은 영화가 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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