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튼토마토가 무슨 소용 나를 잃었는데, '쏘우X'

대체 무엇이 신선하단 말인가

by 파로

2년을 기다려 다시 만나게 된 <쏘우> 시리즈의 후속편 <쏘우 X>. <쏘우: 여섯 번의 기회>이후 넘버링을 포기하고 <쏘우 3D>, <직쏘>, <스파이럴>로 계속해서 후속편을 내던 시리즈가 깔끔하게 <쏘우 X>로 돌아왔다.


여러분들은 <쏘우> 시리즈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마 대부분이 '선 넘는 잔인함' 혹은 '뒤통수를 맞은 듯한 반전' 같은 키워드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나도 그것에 동의한다. <쏘우> 시리즈가 다른 공포영화들과 확실히 다른 이유는 바로 저 두 키워드에 있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쏘우>의 첫 번째 시리즈를 보았을 때의 여러분의 감상을 기억하는가?


등장인물 3명 (게다가 한 명은 죽어있는 상태)에 카메라는 협소한 공간을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순전한 시각적 자극과 이야기의 힘만으로도 굉장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후속작들도 크든 작든 비슷한 결로 꾸준히 관객들을 괴롭혔다. 시리즈가 나오면 나올수록 평단에서는 식상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왔지만 매 시리즈마다 등장하는 신선한 트랩들과 특유의 분위기로 나 같은 마니아층을 생성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미국 개봉을 한 9월 이후 나는 주기적으로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찾아보게 되었다. '원작을 이겨버린 작품성', '쏘우 시리즈 최고의 작품', '흥행 돌풍'같은 수식어를 매단 채 <쏘우 X>는 한국만 빼고 차례차례 개봉하게 되었고 내 기대감은 커져만 갔다.


10월, 미국 방문 시 영어도 못하지만 영화관에 가서 이 영화를 미리 볼까 고민할 정도였다. 그리고 11월에 개봉하네 12월에 개봉하네 어쩌다가 결국 잡힌 개봉일은 12월 13일. 공포영화 후진국인 대한민국 치고는 그래도 꽤나 양호한 개봉 일자구나, 생각하고 잔뜩 기대를 품은 채 영화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웬걸, 그렇게 기대하며 까보게 된 <쏘우 X>를 보고 나오는 나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쏘우> 시리즈 중 희대의 망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쏘우 3D>와 <스파이럴>을 보고도 뿌듯했던 나는 남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이 작품에 무엇에 그렇게 실망한 걸까.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이 최소 한 달은 필요했나 보다. 이제서야 포스팅을 하는 걸 보니.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봤던 공포영화의 클리셰라고 하면 어떤 게 있는지 떠올려보자.


기승전결이 너무나도 완벽해 2시간의 러닝타임 중 1시간은 전혀 공포스럽지 않고 스토리 빌드 업을 하는 부분? 주인공에게 감정을 몰입해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이 설명하는 부분? 다른 시리즈들과 다르게 <쏘우 X>는 앞서 말한 두 가지 부분에 상당히 긴 시간을 할애한다.


이 영화는 1편과 2편의 사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건 나도 안다. 그러나 후속작은 후속작. <쏘우 X>는 그 소중한 러닝타임을 지난 시리즈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기 위한 이야기, 그리고 직쏘가 사람들을 상대로 게임을 하는데 정당화시키는 데에 시간을 할애하는 데 사용한다.


후속작이라면 영리해야 한다. 지금까지 후속작을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처럼 구구절절하게 무언가 설명하는 데에 러닝타임을 소비할 게 아니고 관객들이 앉아서 관람하고 있는 이 영화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쏘우 X>는 그것에 완벽하게 실패했다.


애초에 이야기의 방향성이 잘못되었으니, <쏘우>만의 신선함을 보러 간 나로서는 일방적인 설교를 듣고 있는 느낌마저 들어 쏟아지는 잠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공포'영화를 보러 간 사람에게 '공포'와 관계없는 1시간의 스토리 빌드업이 진정 필요한 것인지 말이다.


후반부, <쏘우>시리즈라면 어김없이 나오는 잔혹성 넘치는 장르적 부분에서도 다른 공포영화와의 차별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슬래셔' 무비에 가까울 정도로 과한 고어적 장면을 연발함으로써 잔인함을 넘어서 실소를 짓게 하는 포인트가 여럿 존재한다. 화면을 보고 있는 내가 오히려 고통을 느끼는 듯한 진지함은 온데간데없다.

전반부에서 이미 풀려버린 긴장을 다시 한번 끌어모을 정도의 임팩트는 전혀 없으며, 스토리 진행을 위한 지루한 피 칠갑만 난무한 뒤 기대했던 엔딩의 반전마저 맹숭맹숭하다.


<쏘우 X>는 대중성을 사로잡기 위해 많은 것을 버렸으며, 시리즈의 특유한 감성마저 잃은 채로 호평을 받고 다음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도 어차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비난할 것도 없지만 많은 <쏘우> 시리즈의 팬들이 다음 시리즈에 기대하는 바는 아마 크지 않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