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벗어날 수 없었던 클리셰, '건즈 아킴보'

B급을 자처하다 묽어져 버린 마이너 감성

by 파로


나는 해리포터를 단 한편도 보지 않았다.


한창 영화관에서 상영할 때, 사람들이 재밌다고 하는 그 시절엔 이상한 홍대병같은것에 걸려 '나는 박스오피스 1위 하는 영화는 절대 보지 않겠어' 같은 느낌으로 미국 대작 영화는 싹 다 무시했었고, 크고 나서 보니 봐야 할 양이 너무나도 방대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다니엘 래드클리프 라는 배우가 출연한다는 사실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었고, 이후에 그가 나오는 영화를 몇 번 접한 적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혼스> 같은 영화.


주변인의 말들로는 그가 해리포터로 평생 쓸 돈 그 이상의 돈을 벌었으니 이제는 그냥 자기가 찍고 싶은 영화를 찍으면서 산다고들 한다.


그 말에 일리는 확실히 있다.


전반적으로 출연 영화를 살펴보면 어딘가 기분 좋게 어긋난 영화들이 더러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난 이 배우가 나오는 영화에는 어떤 기대심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건즈 아킴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하다가 집에 와서는 키보드 워리어 행세를 하는 '마일스'는, 어느날 인터넷 방송 (두 명의 사람을 붙여 총싸움을 하게 만드는)에 악플을 달게 되고 그로 인해 그 인터넷 방송인 '스키슴'의 눈에 띄어 손과 총이 결합되어버린다.


그러고는 연승을 이어가고 있는 '닉스'와 서로 죽이지 않으면 안 되는 대결을 펼치게 되고, 그 방송은 인터넷을 타고 생중계된다.


참으로 신선한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악플로 인해 손에 총이 달리게 되고 그로 인해 챔피언과 총싸움 맞짱을 뜨게 되는 이야기라니.


관객의 흥미를 끌기에 부족함이 없는 스토리이나, 아쉽게도 어딘가 만들다 만 듯한 느낌이 역력했다.





전반적으로 펼쳐지는 액션은 수준급이다. 유혈이 낭자한 장면들과 슬로모션과 빠른 화면 전환을 적절히 섞은 긴장감 넘치는 전개도 눈에 띈다.


그리고 이런 장면들에서 감독의 의도가 하나 파악된다.


"난 뻔한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아"라는.


내 추측이 사실이라면 그건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다.


이 영화의 전제 자체가 '손과 총이 결합되어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움에 참전하게 된 이야기'이다.


전체적인 콘셉트가 이렇게 개성이 있다면 '손에 총이 결합되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휴대폰을 조작하지 못하거나 오줌을 눌 때 제대로 조준하지 못하는 그런 것 말고도 말이다.


심지어 그 총의 총알은 한쪽 당 50발로 개수가 제한되어 있다.


총을 쏠 때마다 몇 발 남았는지 화면에 띄워주지만 그것이 제대로 활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그냥 단순한 카운트 용이었을 뿐이다.


스키즘의 콘텐츠를 관람하며 즐기는 관객들의 활용도도 그렇다.

이들은 '마일스'를 응원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역할도 없다.


이게 굳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관객들의 반응에 대한 장면이 많이 삽입되어 나는 이들이 뭐라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냥 배경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등장인물들의 스토리는 어떨까?


닉스는 왜 저 총싸움을 해야만 했으며 어쩌다가 저렇게 총싸움을 잘하게 된 것일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감정은 어떤 감정일까?


그 어떤 무엇도 영화 속에서는 설명이 되지 않으며 둘은 지속적으로 가벼운 농담만 주고받으며 사방팔방 총을 갈길 뿐이다.


시시껄렁한 장면들만 계속해서 연출되고 이내 관객들은 누가 이기기를, 누가 지기를 바라지도 않는 시점에 이르른다.




특이한 콘셉트는 양날의 검이다. "아! 이런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덜컥 만들었으나 완성본이 이런 그저 그런 느낌이라면 결국에는 그 아이디어 하나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헐, 손에 총을 결합시켜버렸네? 신박해! 로 시작했던 그 기대치는 이런 이야기를 처음에 생각하게 된 감독의 연출 퀄리티로 결부된다.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으니 그래도 틀에 박힌 영화를 만들진 않았겠지, 하는 정도의 기대감 말이다.


그러나 <건즈 아킴보>는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전반적으로 모든 부분이 납득되지 않은 채 물 흘러가듯 스토리를 보고 있기에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초반에 가졌던 흥분은 20분 정도 흐르며 모두 사그라들어 버리고 영화 속에 뿌려놓은 수많은 떡밥들은 회수되지 못한 채 엔딩크레딧이 올라간다.


애매한 마이너 감성은 묽고 짜치며, 배우들만 피를 뒤집어쓰고 더럽게 고생하는 느낌에 과거의 해리포터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결국 B급을 자처하며 클리셰를 피하고 싶었던 <건즈 아킴보>는 B급을 자처한 클리셰 영화에 불과했던 것이다.


여담인데 외국 영화의 한국 버전 포스터를 배급사가 만드는지 수입사가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쾌하게 만들겠다는 마음은 알겠으나 1년만 지나면 촌스러울 저런 유행어는 포스터 제작 시에 조금 자제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계속 남는 건데 디자이너 자존심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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