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포영화의 잃어버린 20년, '하울링 빌리지'

공포영화 고인물이 선사하는 그때 그 식상함

by 파로

대한민국에 사는 성인이라면 <주온>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 Y2K의 공포와 함께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토시오의 악몽. 영화를 보다 심장마비에 걸린 사람이 몇이라느니 하는 소문들이 자자했고 수많은 한국판 <주온>을 만들어 내며 시미즈 다카시는 아시아 최고의 공포영화감독으로 자리 잡게 된다.


2000년대 초반은 바야흐로 J 호러의 전성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언급한 <주온>을 비롯한 <검은 물 밑에서>, <링> 등 걸출한 공포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했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20년이 지난 최근 넷플릭스에서도 <주온 : 저주의 집>이 론칭되며 꽤나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작품 중에 <환생>이라는 작품을 참 좋아한다. 스토리 자체도 어딘가 외로운 구석이 있고, 어디 하나 과잉 없이 슬림 하게 잘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다. 공포영화가 공포스럽기 위해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춘 영화가 아닐까 한다.


그의 비교적 최신작 <하울링 빌리지>를 보며 일본 공포영화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논해 보려고 한다.




<하울링 빌리지>는 괴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법한 '이누나키 터널'을 주제로 한다.


이누나키 터널은 후쿠오카에 있는 이미 폐쇄된 터널로,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를 풍겨 많은 괴담이 파생되었다.

예전에는 이 터널을 통해 '이누나키 마을'이라는 곳에 닿을 수 있었으나, 해당 마을은 너무 폐쇄적이라 근친혼을 반복해서 어쩌고 하는 괴담이다. 당연히 허구이나, 실제로 이곳에서 시체가 발견된 경우가 있다고 한다. (괴담과 전혀 무관)


문제는 꽤나 으스스 한 괴담의 원작을 영화가 얼마나 잘 살려냈냐는 것인데, 감독의 머릿속에는 근의 공식같이 '공포영화를 만드는 공식'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이것은 시미즈 다카시의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공포영화, 더 넘어 한국의 공포영화에도 있는 고질적인 문제인데 바로 무서운 이야기에 '신파'를 넣는다는 것이다.




24년 전 빛을 발했던 그 역량은 어디 가지 않는다, 중간중간 충격적인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장르적 쾌감을 선사한다. 그러나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이야기가 너무 지루하다 못해 짜증이 난다.

어째서 괴담은 슬픈 뒷이야기가 있어야만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기 때문에 무엇 하나 제대로 해 내는 게 없는 주인공이 비명을 지르고 무언가를 조사하는 것이 달갑지가 않다.


몇 사람이 처참하게 죽어가는데도 공권력은 가만히 있고 피해자의 가족들만 개별적으로 움직이며 지속적으로 귀신을 목격하는 부분에 대한 부자연스러움도 20년 넘는 기간 동안 해결해 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해결해 내지 않고 있다.


'이누나키 마을'에 대한 부분을 다룰 때에도 초반에 유튜버를 갑자기 등장시키며 영화의 퀄리티를 확 낮춰버리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누나키 터널', 혹은 '이누나키 마을'이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그 소재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하나의 숙제처럼 느껴져 전체적인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조금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분명히 머리를 조금만 쓰면 훨씬 더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텐데 이렇게밖에 만들지 못하는 것은 일본 영화계의 어떤 시스템적인 문제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


너무나도 슬픈 것은 이 감독이 그나마도 일본에서 공포영화를 제일 잘 만든다는 감독으로는 아직 유명해서 어쩌면 이게 그들의 현 주소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돌고 돌아 J-POP도 대한민국에서 인기인데, J 호러가 다시 붐인 시기가 오려나.

이런식이라면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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