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로 May 17. 2024

인간을 다루다, 넷플릭스, '애슐리 매디슨'

더러운 것은 무엇인가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애슐리 매디슨 : 섹스, 거짓말, 스캔들'은 기혼자들의 불륜을 알선하던 만남 주선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하 '애슐리 매디슨')


 애슐리 매디슨은 기혼자뿐만 아니라 미혼자나 동성애자도 가입 대상으로 캐나다에 서버를 두고 있으며, 아직도 건재하게 운영 중에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애슐리 매디슨의 설립 초창기부터 2015년 대규모 해킹 사태까지의 시점, 그리고 그 해킹사태를 겪으며 벌어진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해 조명한다.


 넷플릭스 답게 직접적인 화법으로 이루어진 '애슐리 매디슨'은 실제로 해당 사이트를 운영한 사람들, 그 회사에 근무했던 사람들은 물론 가입을 해서 사람들을 만났던 회원들의 인터뷰도 가감 없이 실려있다.




 "Life is short. Have an affair"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 피우세요. 라는 애슐리 매디슨의 홍보 문구는 자극적이면서도 직설적이다. 실제로 그때 당시 운영자는 원활한 결혼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비밀리에 외도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기도 했으며 그 이야기를 공중파 TV 쇼에서 지속적으로 발언하며 나쁜 짓이지만 본능이며, 다른 곳에서 외도를 저질러 발각되어 결혼 생활이 깨지는 것보다 안전하게 외도하라, 라고 홍보한 바 있다.


 다큐멘터리에는 세 커플이 등장한다.


 애슐리 매디슨의 해킹사태로 인해 신상이 노출되어 자살한 남자의 아내, 이미 서로 외도를 허용하는 성적 지향성을 오픈하고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부부, 독실한 기독교인이며 가정에 충실한 남자의 신상이 노출되었지만 모든 걸 용서하고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부부.


 결혼생활이 깨진 부부, 현실을 인정하고 이어가는 부부, 모든 걸 돌려놓고 다시 시작한 부부의 세 파트로 이루어진 인터뷰 씬은 세 편의 다큐멘터리가 진행되는 동안 결국 이들의 결말은 어떻게 된 것이며,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궁금하게 하여 결국 끝까지 보게 만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일부일처제'라는 너무나 당연시되어있는 룰에 '왜?'라는 반기를 들며 시작된 애슐리 매디슨은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어 몇 천만의 유저를 등록시켰으며, 사회적인 논란과 상관없이 하루에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려대며 승승장구하였으나 결국은 정말 중요한 보안에 힘을 쏟지 않아 해킹을 당한다.


 연이어 "제 결혼생활은 너무나 행복해서 바람피운 적은 없지만, 저와 다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이다" 라고 말하던 운영자마저 여러 여성들과 외도를 저지른 것이 해킹범들에 의해 발각되어 결국 운영자는 사퇴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단순히 불륜 조장 회사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세상은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결혼, 가족 같은, 결국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들끼리 만든 룰에 적응하기로 했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눈이 간다. 걸리지만 않으면 장땡이라는 운영자의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므로 실행한다.


 이런 참을 수 없는 본능은 누군가에게는 돈으로 보인다. 단순히 채팅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요금을 부과하며 이미 미쳐버린 사람들은 추가결제를 해가면서 파트너를 찾는다. 그러나 그것도 사기. 결국은 실존하지도 않는 만들어낸 여성들과 대화하는데 많은 돈을 썼으며, 신상까지 공개되어 사회적으로 매장당한 남성들.


 가족을 등지고 아내를 배신했으므로 당연하게 받아야 하는 대가인가, 그렇다면 그것에 대한 심판을 한 해킹범은 그럴 자격이 있는가.


 자살한 남성의 아내는, 그럴만했는지 되묻는다. 그리고 '마녀사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잘못한 것은 맞으나 그것에 대한 뒷감당은 연관된 사람들이 해야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간통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에게 예수가 말했다고 한다. "죄가 없는 자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그렇다면 '불륜'이라는 도덕적으로 어긋나는 행동을 저지른 사람에게 정말 죄가 없는 자만이 비난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더 나아가 불륜은 정말 나쁜 것인가, 다큐멘터리 속의 서로의 외도를 허용하고 심지어 그 외도가 서로를 더 소중한 존재로 인식시키며 어떤 누구도 서로를 대체할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결혼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부부는 그럼 둘 다 도덕적으로 잘못된 사람인 건가.


 다큐멘터리가 던지는 모든 질문에 대해 공공연하게 답하는 것이 두렵다.


 



 세상은 넓고 인간은 복잡한 생물이다. 나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불륜이 나쁜 것인가, 아니면 회사가 나쁜 것인가, 혹은 해킹범이 나쁜 것인가 하는 판단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건 각자의 사정에 맡기는 편이 속 편하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것은 더 애틋하며, 귀여운 것이기 때문에 '애슐리 매디슨'에서 다루는 그것들과는 삶의 형태와는 거리가 있어 다행이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행복하게 해 주고 싶고, 존재만으로도 내가 행복해지는 그런 것.

 모든 것을 떠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말실수로 사소한 상처를 주는 것도 두렵다.


 그냥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위선을 부리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꽃 한 송이 건네며 오늘은 뭐 먹고 싶어? 라는 말을 하는 그런 삶을.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산의 저력, 넷플릭스 '기생수 : 더 그레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