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우승하면 바로 K-6로 가는 거예요?”
“아니요. 플레이오프도 해야 해요.”
“K-6 강등되는 팀이랑 붙는 거예요?”
“잘은 모르지만, 아마 다른 구 K-7 우승팀들이랑도 붙어야 할 거예요. 그래서 한 팀 올라가는 거예요.”
“아, 그렇구나.”
“전에 있던 팀에서 플레이오프 나간 적 있거든요? 근데 어땠게요? 우리, 공 한 번 못 만져 보고 졌어요.”
“우와! 그러면 리그 우승, 해 보셨네요? 어쩐지, 형님 위닝 멘탈리티가 남다르더라니.”
올해 리그 마지막 경기가 있던 그날, 지유와 성태,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은 각자 한 손에 커피 하나씩 들고 B팀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리팀은 결국 성동구 K-7 리그 준우승, 그러니까 리그 2위라는 성적표를 받았고, 아쉬워서인지 우리는 첫 경기를 꼭 이겼어야 했는데, 아깝다, 리그 우승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뭐 이런 이야기들을 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언젠가 내가 속한 팀이 서울 내 한 구역 K-7 리그에서 우승을 하고 플레이오프에 나간 적이 있던 터라, 해당 리그를 벗어나면 또 다른 괴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 그렇게 무용담 같지 않은 무용담을 나는 그들 앞에서 늘어놓고 있었다.
위닝 멘탈리티. 지금 보니, 자신감 같은 거라는데. 지유는 내게 그런 게 있다고 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란 듯, 마지막까지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화이팅을 불어넣던 내 모습을 보며 그런 걸 느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쑥스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다. 투입되어 봐야 몇 분 안 뛸 텐데, 소리라도 지르고 있어야지.
사실 우리팀을 보면 늘 걱정되는 게 있다. 그게 지유의 표현대로라면, 위닝 멘탈리티 같은 거랄까. 혹시 먼저 한 골 먹게 되면 곧 시무룩해지는. 마치 경기가 끝나버린 것마냥. 이번 생은 틀렸어. 물론, 경기를 뒤집으려 발버둥치기도 하지. 단지, 무리에 무리가 더해질 뿐. 급한 마음에 무리한 패스와 무리한 슛을 남발하고. 공을 뺏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다시 뺏겨서 팀 전체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는. 그래서 경기를 바로잡을 힘도 모두 바닥나버리는. 힘들어지니까 말은 곱게 안 나가고, 남 탓하는 느낌의 말들이 오가기도 하고. 팀 전체 스트레스는 높아지고, 실수도 많아지고. 시간은 가고. 다시, 마음은 급해지고.
선취 득점을 한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역시나, 마치 이미 이겨버린 것마냥 흥분한다는 거. 흥분은 집중을 흐트러뜨리고, 이는 다시 무리나 실수를 불러왔다. 자꾸 뺏기고, 그래서 서로 야단치고, 그러다 보니 다시 팀 전체 스트레스는 높아지고. 그러다 동점골이라도 먹게 되면? 아주 정신이 나가버리는 거지.
득점하면 막 좋아하고, 실점하면 막 시무룩해지는. 동고FC는 그런 팀이었다.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늘 그랬다. 작년 서울시민리그 16강전과 8강전, 그리고 여러 번의 연습경기에서 먼저 점수를 내 주더라도 끝까지 싸워 이기기도 해 봤고, 그래서 정신 똑바로 차리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팀에 생긴 듯하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에겐 위닝 멘탈리티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안 뛰어봐서 모른다고? 나도 흥분하는 건 매한가지라고? 그래, 잘 봤다. 너, 사람 볼 줄 아는구나.
K-7 리그가 끝나고 몇 주 후, 아직 서울시민리그 16강전이 남아 있었다. 상대는 작년 시민리그 우승팀. 게다가, 공식 경기에서나 연습 경기에서나 우린 그 팀을 상대로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불과 며칠 전에 KA리그 22라운드가 있었고 거기서 그 팀과 맞붙게 되었는데 거기서도 우린 4:0으로 패했다. ‘우리, 골 먼저 내 줬다고, 절대 흥분하지 맙시다. 그게 강자의 모습이에요.’ 중요 경기를 앞두고 팀에 늘 하고 싶은 말이었다. 누가 그걸 모르겠나 싶기도 하고 해서, 이번 16강전에서도 나는 그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저 밖에서 물을 날라 줬고, 들리는지 아닌지 알기는 어려웠지만, 집중, 화이팅, 뭐 이런 말들로 소리 높여 응원을 했을 뿐이다. 아, 종료 5분 전에 나도 들어갔었지.
그날 우리는 그 팀을 꺾고 4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끝날 때까지 친구들은 멈추지 않았다. 누구도 도망가지 않았고 누구도 해이해지지 않았다. 감격스러울 정도로. 이번 승리가 또 하나의 경험이 되어, 누구를 상대하더라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 그러니까 바로 그 위닝 멘탈리티라는 것이 우리 팀에도 자리잡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