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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키뉴 Aug 20. 2022

부상은 언제 어디서나

공은 나를 향하고 있다. 마침 나는 패널티 박스 안에, 그것도 오른편에 골대를 아주 가까이 두고 서 있다. 머리를 잘만 갖다 대면 바로 골로 이어질 것이다. 그것도 골망을 출렁이게 하고도 남을 그런 골 말이다. 기회는 찬스다. 본능이 그렇게 말한다. 공이 내 이마에 닿는 찰나 고개를 잽싸게 골대 쪽으로 틀어버렸다.


눈을 감은 탓일까? 공은 골대를 지나, 생각보다 많이 오른쪽으로 꺾여 날아간다. 이런 젠장! 사실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전부터 골 결정력이 부족했던 나다. 이대로 아쉬워하고 말 것인가. 공이 그렇게 날아갔다 하더라도 기회까지 날아가버린 건 아니다. 공은, 박스 안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간 우리팀 선수 앞으로 떨어지고 있다. 오픈 찬스다. 어떤 상황에서도 늘 침착하게 마무리하던 꽤나 믿을 만한 녀석이다. 그의 깔끔한 발리골을 기대해 본다. 벤치에서는 곧 함성이 터져 나올 것이다.


젠장. 이번엔 꽤나 놀랍다. 너무나도 꺾여 맞은 탓인지, 공은 다시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키를 넘어 내 뒤로 떨어지려 한다. 느껴진다. 상대 수비수의 거친 숨소리가 내게 다가오고 있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어떻게 하든 이 혼전 상황을 살려야 한다. 골대 근처로 공을 붙여야겠다. 그대로 골망에 꽂혀버리든, 우리팀이면 아무에게로 가버려라 하는 심보로 공을 뒤로 차 보낸다. 공이 떨어지는 타이밍에 맞춰 나 역시 힘껏 날아오른다. 보아라. 나의 씨저스킥을 말이다.


제대로 얹혔다. 다만, 그게 공은 아니었다. 쾅! 발등에 얹힌 건 이케아 피엘보였다. 파티션이랍시고 침대 옆을 막고 서 있는 그 피엘보였다. 아, 꿈이었구나. 슛돌이 중에 슛돌이, 과연 그게 나다. 겜돌이랑 슛돌이는 믿고 거르라 하던데….


발등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온다. 차라는 공은 안 차고 가구를 찼으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누구랑 함께 잔 게 아니라 참 다행이다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건 좀 쎈데 하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고통도 걱정도 나의 늦잠마저 밀어낼 순 없었다. 다시 잤다.


화장실에 가려고 침대 밖으로 발을 내디디는 순간, 고통은 한꺼번에 밀려왔다. 마치 ‘나 잊은 거 아니지?’ 하는 아침 인사라도 건네는 듯 말이다.


오늘은 정형외과에 가는 날이다. 며칠 전부터 허리가 아팠다. 서 있기도 앉아 있기도 어려울 정도로 아팠다. 마침 잘 됐다. 가는 김에 발에 엑스레이도 찍어달라 해야겠다. 발등에도 뼈가 많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진만 봐서는 뼈에 금이 간 건지 확실히 알기 어렵다 하였다. 뚱뚱해진 발등을 봐서는 그렇다고 보고 조치를 취하는 게 좋겠다고도 하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그렇게 깁스를 하게 되었다. 오, 신이시여!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병원을 나선다. 제사가 있어 기차표를 끊어둔  생각난다. “엄마,  다리 부러진  같아. 꿈에서 축구를 했거든. 제사  가겠는데?” 엄마가 말한다.


그러니까 엄마가 그랬잖아. 축구 너무 격하게 하지 말라고. 그렇게 자꾸 다치니까 그러는 거야.


"알겠어." 전화를 끊는다. 음…. 아니, 잠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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