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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끌 Sep 23. 2022

잠들기 전, 쓸쓸할 때

자정 무렵이면 심장이 검은 바다에 내던져지는 것만 같았다.


그럴 때마다 잠들기 전 읽을 글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 글이 되도록이면 쓸쓸한 감정을 담은 글이길 원했다. 몸은 아래로 가라앉는 것처럼 무겁고 가슴은 바람이 부는 것처럼 허한 상태를 달래줄 글.


어른이 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최근에서야 어른의 무게를 느낀다. 하루하루가 버거워지고 있다. 매일 내가 가진 무게가 조금씩 늘어나는 기분이다. 어떤 평형상태 양팔저울에 올랐던 나는 홀로 내려가고 있다.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그것은 내 감정 상태이기도 하고, 사회적 상태이기도 하고, 내가 견뎌야 할 힘겨움이기도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제는 평상태로 다시 올라가기 힘들어 보인다. 내 접시에 추가 너무 많아졌다.


우리는 모두 견디고 있다. 


어느날, 저 사람조차 견디고 있구나, 를 느꼈을 때 나는 이상한 전율을 느꼈다. 우리는 모두 견디고 있다. 이기적으로 사는 것처럼 보이는 그도 사실은 타인을 견뎌가며 살아간다. 어른인 우리는 매일 타인을 견뎌내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대신에 중력보다 버거운 무게를 얻었다. 나는 그들을 견뎌내고 있고, 그들은 나를 견뎌내고 있었다. 좋은 어른일수록 타인을 잘 견뎌내고 있었다. 


우리 마음 속에는 '타인 견뎌냄을 위한 장치'가 있다. 그 기계엔 표정이 있는데 딱한 표정을 자주 짓는다. 그 표정으로 내 마음의 상태와 상대의 상태를 살펴본다. 버거운 역기를 든 역도 선수 같은 표정도 짓는다. 평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날이 저물고 깊은 밤이 오면 그제야 장치는 해방된 표정으로 고개를 내민다. 내게 그 시간은 늘 자정 무렵이다. 그가 말한다.   


'쓸쓸한 내 마음을 달래줘.'

'오늘은 잠들 수 있을까?'

'다음날 눈을 뜨는 순간이 싫어.'

낮 동안 힘들었던 장치를 달래기 위해 하염없이 온라인을 헤매곤 했다. 어느 땐 적적한 기분으로 새벽을 보내며 유튜브SNS를 클릭했고, 어느 땐 잠들기가 두려워 누운 채로 시간을 보냈다. 때론 일어나기 희박한 일을 향한 두려움이 나를 잠 못 들게 했다.


그런 마음을 달래줄 글은 온라인엔 없어 보였다. 세상에 어두운 글은 대부분 오프라인 책으로만 나와 있다. 그 책들은 내용이 너무 길어서 잠들기 전 읽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책 안에 있으니 내용 검색도 되지 않았다. 


내겐 자정 즈음에 온라인으로 읽을 쓸쓸한 글이 필요했다.


난 그랬다. 웹툰, 음악, 혹은 영상이 아니라 글자로 아작아작 씹어 먹어야 허한 마음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단 한 문장에도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글은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슬프지 않아야 했다. 과장된 글은 공감하기 힘드니까.  


그런 글을 찾다가 실패한 나는 감정이 일어날 때마다 몇 문장씩 끄적거렸다.

'이거라도.'

내 문장들은 치유도, 정신상담 목적도 아니다. 그저 이거라도 잠들기 전 두렵고 쓸쓸한 마음에 몇 시간씩 온라인을 헤매던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매주 쓰려고 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내가 쓴 단 한 문장에 감정의 근원을 찾고 곤히 잠들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일주일에 한 편씩 매주 일요일 자정에 올릴 생각이다. 가끔은 목요일 자정이나 다른 날에도 올릴 예정이다. 


나는 글을 쓰고, 책도 냈다. 자랑이 아니다.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아 자괴감도 느낀다. 그래도 내 일상엔 기상천외하게 웃긴 일이 많으니 괜찮다. 


내 비밀 하나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만 알게 될 것이다. 바로 밤이면 쓸쓸해진다는 것. 이건 내 일상을 관통하는 정서다. 찐하게 연애를 할 때에도, 엄청 웃긴 에피소드가 있던 날에도 밤이 되면 허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런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쓸쓸한 당신, 두려워하는 당신, 견뎌내는 당신에게.


- 여기선 '티끌' 이름으로 글을 쓴다. 티끌 같은 나의 기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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