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
이제는 어느 정도 결이 보이는 것 같다.
마음속 두려움이 조금은 걷히고 나아가야 할 길이 흐릿하게나마 보이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 이른 새벽 자욱하게 낀 안개가 떠오르는 햇살에 기화하면서 시야가 서서히 트이는 것처럼.
물론 맑은 하늘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것까지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니, 차라리 흐린 하늘이었으면 한다.
언제 개일지 모르는 하늘 아래,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땅 위에서,
언젠가는 열릴 파아란 하늘을, 그리고 갈라진 구름 틈새로 뻗어내리는 주광을 고대하고 고대하며, 불안함에 휘청이었으면 한다.
언제나 되뇌지만 행하지 못하는 그 말을 기꺼운 마음으로 행하길 바란다.
장대 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기를.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