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서재 #밀리에디터클럽
나는 종종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경기를 본다.
요즘은 직장 생활로 뜸하긴 하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관련 내용을 접할 때가 많은데, 2013년 이후로 언제나 빠지지 않고 얼굴을 비추는 선수가 있다.
T1 이상혁 선수(페이커).
프로게이머의 선수 생명은 길지 않다.
1~2년 잠깐 반짝했다가도 다음 해에 외국 리그로 떠나거나 아예 프로 리그 판을 벗어나는 선수들이 허다하다. 이 살벌한 전쟁터 속에서 페이커는 한 팀에서만 장장 10년을 국내 최정상의 자리에서 군림하고 있다. ‘차세대 페이커’, ‘한체미’ 등의 수식어가 달리며 속속들이 등장하는 미드라이너들은 아직까지도 그의 의자를 빼앗지 못하고 있다. 페이커는 일개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그의 소속팀 T1과 LCK의, 그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의 상징이 되었다. 페이커가 은퇴하는 순간이야말로 바로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순간이지 않을까.
첫 등장부터 센세이셔널했던 닉네임 고전파의 프로 데뷔 이후로 10년.
한 우물을 10년 동안 팔 수 있었던, 그 과정에서 수많은 부침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한 팀의 상징, 나아가 한 종목의 상징이 되어버린 사람의 어깨는 얼마나 무거울지. 언젠가 그 속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
나는 2년째 하고 있는 일도 너무나도 싫은 나머지 때려치울까 고민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