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글을 쓰는 나를 위해.
1.
벌이가 적든, 일이 감당하기 힘들든,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다는 것은 남부끄럽지 않기 때문에 좋다.
그리고 남부끄럽지 않을 뿐이라서 싫다.
2.
월급은 족쇄다.
다달이 일정한 수입이 들어오는 맛에 잘못 들려버리면, 함부로 이 울타리를 나설 생각을 하지 못한다.
나는 틈날 때마다 이 망할 곳을 뛰쳐나갈 생각을 했지만 월급이 주는 안정감을 이기지 못해 아직도 근근이 하루를 버티고 있다.
3.
수많은 책과 미디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너무 멀리서 들려온다.
정작 내 가까이서 들리는 말은,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라‘ 같은 것들이다.
언제쯤 나는 나를 아낄 수 있을까.
4.
참 신기하다. 백수였을 때는 그렇게 글 쓰는 게 좋았는데, 공무원이 된 후로는 책이고 글쓰기고 다 팽개쳐버리고 누워버리고 싶다.
언제나 내 마음 속 우선순위를 글쓰기에 놓겠다고 다짐했건만, 그 다짐은 첫 발령으로 출근하자마자 물거품처럼 뽁뽁 터져버리고 말았다.
사실 나한테는 글쓰는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하고 2년을 고민했다.
그런데 그렇다기엔, 남들은 몇 번씩 떨어졌다는 이 브런치 작가도 고작 두 번만에 되었으니, 그래도 나름대로 글을 좀 쓸 줄 안다고는 말할 수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저 지금은 글을 쓸 용기를 내기 힘들다고 말할 수밖에.
남들이 내 글을 평가하는 게 무서워서 그랬다고 핑계를 댈 수밖에.
사실은 되는 대로 싸지르는 글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게 되려 신기한 일일 테지만, 지금은 그런 글조차도 쓰지 않는지라.
5.
아무튼, 어쩌다 글을 쓰게 된 사람은 아직도 글을 쓰고 있다(적어도 그러려고 노력은 하는 중이다).
나는 아직도 나를 어떤 틀 안에 구겨넣고 있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꼭 글을 써서 그걸로만 먹고살 거야’ 같은 생각 말이다.
그래도 지금처럼 공무원으로만 살기는 싫은걸.
조금만 더 용기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