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집 밖을 나와서 카페에 앉았더니, 얼마 안 가 창문 밖으로 장대비가 두두두두 쏟아진다.
본의 아니게 한두 시간은 여기에 꼼짝없이 잡혀 있게 생겼다, 다섯 시쯤에는 잠깐 멈추는 듯하니 그때 후딱 도망치자,라고 글을 쓰는데 고개를 돌리니 거짓말같이 비가 그쳐 있다.
저번 달부터 그렇지만, 요즘의 날씨는 도통 예측할 수가 없다. 아마도 태풍 때문이겠지.
요즘 나는 다른 것들은 전부 뒷전으로 미뤄두고 ‘내 몸 정상화하기’라는 하나의 주제에 열심이다.
너무 불어나 버린 내 몸무게를 다시 정상 체중으로 돌리고, 망가지고 피폐해진 내 몸과 마음을 하나씩, 차분하게 고치고 치유해 나가는 중이다.
7시간 이상을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잘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애써 넓혀 놓은 책상이 다시 비좁아진 탓에, 어떤 물건을 정리해야 할지를 고민 중이다.
무모하지만 작업실 하나를 월세로 빌려야 하는 게 아닌지를 고민 중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을 머릿속에 계속 굴러가게 두진 않는다.
그저 이대로도 괜찮다는 생각.
하지만 내일은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 있으리라는 생각.
그러니까 급할 것 없이 하나씩 천천히, 꾸준히 디디며 가자는 생각.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