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갈 이해하기
처음 하루는 적응하는 날이었습니다.
이곳저곳 소개도 받고 구경도 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는데, 키부츠가 공동생활이라는 것이 곳곳에 묻어있었습니다. 키부츠 자체가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는데 마을과 협동조합이 합쳐진 곳이랄까요.
가장 기본적으로 식당과 세탁실 같이 일상생활 중에 할 수 있는 것들을 공동으로 사용합니다. 물론 각자 개인집에서도 취향껏 할 수 있지만, 일종의 회사 내 회사의 형태로 식당, 세탁실, 사설 우체국, 매점, 학교 같은 것들이 운영되고 각자 보스들이 있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당구장, 수영장 이런 것들도 구비되어 있고 나름의 규칙대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키부츠에서 운영하는 외부 수익사업을 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제가 있던 기네갈은 젖소농장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소를 먹일 옥수수 농장도 있고, 플라스틱 공장도 있었고, 소프트웨어 회사도 있었습니다. 각각 독립회사처럼 운영이 되면서도 키부츠 소속이라는 게 신기했고 어떻게 운영이 되나 궁금하긴 했습니다.
발론티어 하우스에 같이 지내게 된 사람은 네 명. 콜롬비아, 독일, 모리셔스, 영국 출신입니다. 다들 키부츠 생활을 오래 했는지 능숙하고 영국 여자분은 예전에 발론티어로 있다가 지금은 놀러 와서 게스트로 있다고 했습니다. 나머지 한 명은 유럽 쪽에 산다는데 가족은 이스라엘에 있어서 방학 때마다 발론티어로 오고 다시 돌아간다고 했습니다. 이 키부츠의 발론티어들은 왠지 만렙들이고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키부츠 발론티어는 만 35세 이하만 되는데 리더와의 관계로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오고 가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첫날 저녁 당구장에서 와인과 피자로 작은 환영 파티가 있었는데, 서로 반갑다고 한번 하더니 각자 떠들기. 내가 말을 붙이지 않으면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분위기입니다. 그래도 남자들끼리는 당구로 친해지기. 파티를 할 때는 키부츠닉들도 한 둘 씩 끼어서 같이 하는데, 발론티어 수가 적어서 리더가 배려하는 차원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조용한 동네라 젊은 키부츠닉들도 심심해기도 하고 외국에서 온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어서 참여한다고 하더군요. 혈기왕성한 젊은이 들이라 썸씽도 꽤 일어나는 눈치였습니다. 당장 리더인 하이케도 발론티어로 왔다가 남편 만나서 눌러앉았다고 하더군요. 남편은 88 올림픽 때 한국에 왔었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히치하이킹으로 7일 동안 여행 했다고 하면서 한국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기 다녀간 한국분들도 꽤 있더군요.
"맘에 드는 사람 있으면 말해. 소개해 줄게. 근데 난 남편이 있고, 저 친구는 남자친구가 있어"
"오케이, 기회가 되면 부탁해"
여성이 단 두명 있는 자리에서 이런 말을 왜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니깐 이리저리 관심이 많겠지요.
전 언어랑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히브리어가 난무하는 파티장소에서 있다 보니 저절로 말수가 줄어들더라고요. 언어를 좋아하시고 잘하시는 분이 이곳에 왔으면 천국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1. 모리셔스: 몰리쉬 출신이라고 들려서 처음에는 어딘지 몰랐는데, 나중에 마다가스카르 옆에 있는 작은 섬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 키부츠닉: 키부츠 소속의 사람들을 키부츠닉이라고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