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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하지 말고 도전해보세요

Interview with 카카오 이모티콘 '대충하는 답장' 범고래 작가


낙서인 듯 낙서 아닌 무성의한 그림에 심드렁한 단답형 말투, 심지어 이름까지 ‘대충하는 답장’인 이모티콘이 있다. ‘설마 팔리겠어?’ 하는 주변의 심드렁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2017년 카카오톡에서 많이 팔린 이모티콘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이제는 인기 이모티콘 창작자가 된 범고래 작가. 본명 김규진.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 ‘대충하는 답장’, ‘정성스런 답장’이란 이름의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센스 있는 B급 감성이 10~2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지난해 억대 수입을 기록한 이모티콘 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의 문을 두드렸던 생생한 경험담을 들려준다. 



Q. ‘대충하는 답장’이 2017년 인기 이모티콘 중 하나로 선정됐어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저에게 이모티콘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긴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어요. 이런 변화가 여전히 신기하고 또 감사하기도 해요. ‘대충하는 답장’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가 마침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가 막 생긴 시점이었어요. 예전이었으면 이런 아이디어로는 한 푼도 벌지 못했겠지만, 이제는 저 같은 일반인도 이모티콘을 만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타이밍이 참 좋았어요. 한편으로는 갑자기 높아진 주변 사람들의 기대치와 ‘억대 매출 이모티콘 작가’라는 수식어가 부담되기도 해요.



Q. 대충하는 답장의 탄생 비화가 궁금해요.

친한 남자 친구들끼리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은 90% 이상이 쓸데없는 말들이거든요. 서로 무시하고 약 올리고 장난치는 일상적인 대화가 한번 시작하면 몇백 개씩 쌓여요. 그럴 때 재미 삼아 쓸 수 있는 이모티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사실 이모티콘하면 전문적으로 그림 그리는 분들이 귀엽고 예쁘게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잖아요. 그런 것보다 저와 친구들이 실제로 쓰는 무뚝뚝한 말투를 닮은 이모티콘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그날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라는 것이 있더라고요. 바로 이모티콘을 그려서 제안을 넣었죠.



Q. 작업 기간이 길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제작하는 데 얼마나 걸리셨나요?

네. 하루 만에 작업이 끝났어요. 그림체를 보면 아시겠지만 무척 간단하기도 하고, 처음 제출했던 그림은 많이 서툴러서 사실 작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해요. 처음에는 그림판으로 그렸다가, 제작 가이드에 해상도나 이미지 크기 같은 양식이 정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포토샵을 설치해서 다시 그렸어요.




Q. 심사 결과를 전달받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주변 반응도 꽤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조금 놀랐어요. 만약 출시된다면 잘 팔릴 것이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솔직히 심사를 통과할 자신은 없었거든요. ‘심사’라고 하니까 딱딱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평가받을 것 같아서요. 별 욕심 없이 마음을 비우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연락을 받았어요.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주변 반응은 출시 당일과 그다음 날의 반응이 극명하게 달랐어요. 



출시된 날은 얼마나 팔렸는지 바로 확인할 수 없으니까 제 친구들이나 회사분들은 하나같이 이게 팔리겠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거든요. 그런데 다음 날 확인한 판매 순위에서 1위를 한 거예요. 그때부터는 축하한다는 인사를 많이 받았죠. 제가 그린 줄 모르고 샀다가 깜짝 놀란 친구들도 있었고요.



Q. 주변에서도 예측하기 힘들었던 폭발적인 인기,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대충하는 답장’을 출시할 때만 해도 소위 ‘B급 감성’이라고 하는 이모티콘이 많지 않았어요. 신선해서 주목을 받은 것 같아요. 처음부터 10~20대를 타깃으로 확실하게 정하고 그 세대 친구들이 실제로 쓰는 말투를 그대로 옮긴 것도 반응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0대 후반인데 또래에 비해 온라인 커뮤니티나 인터넷 문화에 조금 더 친숙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Q. 두 번째 답장 시리즈이자 움직이는 이모티콘인 ‘정성스런 답장’을 출시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대충하는 답장’의 32개 이모티콘은 하나같이 상대를 약 올리거나 귀찮다는 듯 무시하는 말들이에요. 한 번은 어머니께서 제 이모티콘에 ‘고맙다’는 없냐고 물어보셨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주변에서도 너무 자극적이라는 반응이 많았고요. 그래서 조금 덜 얄미운 버전의 답장 시리즈를 만들기로 했어요. 학창 시절에 ‘졸라맨’이나 ‘엽기 토끼’ 같은 캐릭터가 유행했을 때 재미 삼아 움직이는 그림을 만들어본 적 있는데,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죠.



Q. 원래 어떤 일을 하고 계셨나요지금도 회사 생활과 이모티콘 작업을 병행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정부 위탁으로 운영하는 대학교 청년창업지원센터에서 행정 업무를 하고 있었어요. 저도 창업을 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기 때문에 일을 하면서 창업 과정을 배우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고요. 실제로 창업한 분들도 많이 만나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강사진을 섭외하고 함께 교육도 들으며 공부가 많이 되긴 했습니다. 회사는 그만뒀죠. ‘대충하는 답장’ 출시 전날 사표를 냈어요. 실은 제가 신청하고 싶은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하필 이모티콘 출시 전날이 응모 마감일이었어요. 제가 신청하면 직장에서 알 수밖에 없으니까 여러모로 불편한 상황이 생길 것 같더라고요. 또 ‘대충하는 답장’이 출시되면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생활비 정도는 벌 수 있을 것 같았고요.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판단해서 사표를 내기로 결심했습니다. 


Q.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계셨던 것 같네요. 신청 결과는 어땠나요?

다행히도 제가 제출한 사업 안이 정부의 지원 대상에 최종 선정됐어요. 그래서 지금은 이모티콘 개발을 겸하는 사업자등록을 하고 열심히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관련 커뮤니티나 서비스, 쇼핑몰은 셀 수 없이 많아졌지만 정보가 다소 산발적으로 퍼져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커뮤니티와 쇼핑몰을 결합해 저처럼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나누고 필요한 서비스나 제품을 편리하게 구매하고, 또 커뮤니티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Q. 어렸을 적 장래 희망은 무엇이었나요?

힙합을 좋아해서 학창 시절에는 래퍼가 되고 싶었어요. 제가 살던 천안에서 주말마다 지하철을 타고 홍대까지 가서 공연도 보고, 직접 가사를 쓰기도 했어요. 머릿속에 좋은 가사나 기발한 문장이 떠오르면 그때마다 메모장에 적어두는데, 이렇게 아이디어를 기록해두는 습관이 이모티콘 작가가 되고 나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든 이모티콘이든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기회가 된다면 게임도 만들고, 웹툰도 그려보고 싶어요. 언젠가 카페를 차리고 싶어서 바리스타 자격증도 미리 따두었어요. 하고 싶은 일이 굉장히 많은 편이죠. 누구에게나 잘하는 것이 적어도 하나씩은 있을 텐데 이걸 찾지 못하고 죽으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거든요. 저는 운이 좋게도 이모티콘을 통해 겨우 하나를 찾은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최대한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싶어요.


Q. 다음 이모티콘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요? 기다리는 팬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답장 시리즈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두긴 했는데 본격적으로 작업에 착수할지는 아직 신중하게 생각 중이에요. 비슷한 콘셉트의 이모티콘이 많아져서 경쟁력이 있을지도 의문이고, 또 성의 없어 보이는 그림체를 보고 너무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솔직히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저만의 감성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텐데 제 색깔을 바꾸는 것이 맞는지 고민되기도 해요. 그래서 앞으로는 제 아이디어를 조금 더 완성도 있게 구현할 수 있도록 일러스트를 담당하는 분과 팀을 구성해서 이모티콘을 개발해보려고 해요.


Q. 이모티콘이 우리 일상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연령대별로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목적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요. 중·장년층은 센스 있게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이모티콘을 많이 사용한다면, 젊은이들은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같아요.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 신선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모티콘이 많이 소개되면서 내 취향을 대변할 이모티콘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Q. 이모티콘 작가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요?

제가 감히 조언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 주위에도 이모티콘을 그려보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러면 저는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출시할 수 있을지 미리 걱정하지 말고 일단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라고 해요. 제 이모티콘을 본 지인 한 분이 ‘이 그림 실력으로 이모티콘 제안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어쨌든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 덕에 저에게 즐거운 변화가 생겼잖아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도 전에 실패할 것을 걱정하고 주저하면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을 거예요.



◼︎범고래 작가의 카카오 이모티콘 '대충하는 답장' 만나러 가기

https://e.kakao.com/t/half-hearted-reply





매거진 <Partners with Kakao>의 3호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Partners with Kakao> 3호 목차


- hello, part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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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톡 선물하기 via K studio '선물하고 싶은 #플라워무드등'
카카오 이모티콘 범고래 작가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보세요' (본 글)
- 브런치 청민 작가 '글이 작품이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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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만드는 AI 기술의 미래 : 카카오브레인 & CSI 공동 워크숍


◼︎ with Kakao

- 같이가치 with Kakao '특별한 하루에 마음을 더하다'
- 제주 with Kakao '스마트 제주 향해 한 걸음 더'
- 카카오T '더 나은 이동을 위한 고민'

오프라인으로도 발간되는 <Partners with Kakao> 매거진은 카카오헤어샵 우수매장 200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3호의 전문은 아래에 첨부된 pdf로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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