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지방경찰청,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기사의 특별한 협업
24만 명의 택시 기사와 1635만 명의 승객을 하루에 150만 번 연결하는 카카오택시. 2016년 이 편리한 연결고리에 경찰이 손을 내밀면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카카오모빌리티, 그리고 택시 기사들은 서로의 파트너가 됐다. 이 특별한 협업의 중심에는 오석봉 경감이 있다. 그는 19년간 몸담은 형사라는 직업을 ‘영업 사원’에 빗댔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기억하세요? 제가 처음 형사 일을 시작한 1990년대는 딱 그 영화 같았어요. 강력 사건이 발생하면 탐문 수사에 전력을 다해야 했죠. CCTV 같은 게 없던 시절이니까요. 운동화가 닳도록 걸어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했으니 영업 사원과 비슷했달까요.”
오 경감은 1995년 경기 안성경찰서 보개파출소 소속으로 경찰 배지를 달았다. 그 이후 안성, 수원, 화성, 용인 등 경기 남부 지역 경찰서를 두루 돌며 10년 넘게 형사 생활을 했고, 9년은 지방청 강력계에 몸담았다.
그가 베테랑 형사가 돼가는 동안 수사 환경도 급변했다. 후미진 골목부터 작은 가게까지 CCTV 없는 곳을 찾기 힘들어졌고, 신체의 일부처럼 지니고 다니는 휴대폰이 걸어 다니는 CCTV 역할을 한다. 오 경감은 수사도 시대의 변화에 부응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상이 달라졌잖아요. 그뿐 아니라 가장 안전한 나라, 치안 순위 1위로 꼽히는 대한민국 치안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요.”
수사 환경이 마냥 좋아지기만 한 건 아니다. 세상은 편리해진 만큼 각박해졌다. 시간이 많이 들고 고생스럽더라도 발로 뛰는 탐문이 여전히 초동 수사의 꽃인데, 사람들은 예전보다 남의 일에 관심이 없고 또 조심스럽다.
“동네마다 CCTV가 있고, 자동차마다 블랙박스가 있고, 단서를 보고 듣고 아는 사람은 많죠. 그런데 하루 종일 쫓아다녀도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만나준다 하더라도 이웃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쉽게 얘기하지 않아요. 개인정보와 사생활 문제도 굉장히 민감하고요. 누가 해코지할까 봐 조심스러워 협조를 꺼리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현장 동료들의 수고를 어떻게 하면 덜어줄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하던 오 경감 눈에 카카오택시가 들어왔다. 그는 기사들이 이용하는 시스템을 눈여겨봤다.
“휴대폰을 통해 누구나 자발적으로 경찰에 제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시간과 인력을 절약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카카오택시는 도시 곳곳을 누비는 수많은 기사님들과 연결돼 있잖아요.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사건을 해결하는 시간도 단축되고 국민 모두가 범죄의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죠.”
전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택시 회사와 동보 장치를 마련해 이를 활용해왔다. 경찰서 종합상황실에서 택시 회사 콜센터에 실종자나 범죄 관련자 정보를 전화나 팩스로 공유하면, 콜센터가 그 내용을 기사들에게 문자로 보내 제보를 받는 식이었다. 다만 무전기와 문자 메시지라는 수단에 한계가 있고, 그 파급 효과는 일부 지역에 국한돼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카카오택시는 기사 회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메시지를 통해, 더 많은 기사들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어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 분명했다.
오 경감의 생각은 행동으로 연결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과 카카오모빌리티는 2016년 3월 8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경찰이 관내 경찰서에 접수된 범죄 용의자와 실종자 등의 정보를 선별해 카카오에 전달하면, 카카오가 카카오택시 기사들에게 해당 정보를 일괄 전송하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예를 들어 경기 용인시에서 사건이 발생했어요. 그러면 용인 지역 카카오택시 기사님들께 카톡 플러스친구 메시지를 통해 정보가 전송되는 거예요. 관할서 직통번호와 함께 전달되는 이 메시지를 보고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경찰은 카카오택시 플러스친구 메시지를 통해 낮에 매달 최대 10건, 밤에는 5건의 동보 메시지를 발송하고 있다. 매달 평균 4~5건의 메시지가 경찰과 카카오택시를 거쳐 기사들에게 전달된다. 효과는 협약을 맺은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 나타났다.
“2016년 3월 28일 오후 9시쯤 안산 상록경찰서에 1급 지적장애인 A씨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밤새 수색했지만 찾지 못했는데, 다음 날 오후 3시쯤 카카오택시 동보 메시지를 보내니까 50분쯤 지났을 때 택시 기사 이 모 씨의 제보가 들어왔어요. 안산 면허시험장 주변을 지나가는데 경찰 메시지와 차림새가 똑같은 여자분이 걸어가고 있었다고 해요. 덕분에 A씨는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그해 8월 30일에는 경기 광명시에서 치매에 걸린 B씨가 카카오택시 심재광 기사의 도움으로 한 시간도 안 돼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9월 18일에는 경기 분당시에서 사라진 지적장애인 C씨가 윤석한 기사의 제보 덕분에 무사히 귀가했다. 오 경감은 카카오택시 동보 메시지를 보내면 한 시간이 안 돼 금방 제보를 받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실종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실종자의 범죄 연관성과 단순 가출 여부를 분류하고, 실종자가 지적장애가 있거나 치매 질환이 있어 도움이 필요한 ‘요(要)구조자’인지 확인한다. 시간과의 싸움인데 경찰 인력은 한정돼 있다.
“요구조자는 인근 지구대 인력을 전부 동원해 찾아요. 실종이 장기화되면 300명 가까이 되는 경찰 3개 중대가 필사적으로 찾죠. 그래도 못 찾을 수 있고, 돌아가신 뒤에야 찾기도 해요. 그런데 카카오택시 덕분에 실종자를 30분에서 한 시간 안에 찾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단순히 금액이나 수치로 환산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 협업의 효과를 누구보다 크게 실감하는 사람은 현장에서 땀 흘리는 형사들이다. 한번 수사에 도움을 받은 현장 형사들은 꾸준히 협조를 요청해온다.
“저희 직업이 그렇잖아요. 좋은 경험만 하는 게 아니고, 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긴 하지만 막상 인력과 장비를 다 투입해서 노력했는데도 생명을 잃은 실종자를 발견하거나 하면 내 가족 일처럼 안타까워요. 그 잔상과 트라우마가 며칠씩 가죠. 그때 이쪽을 조금만 더 찾았으면, 저쪽을 조금 더 둘러볼걸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크고요. 현장 동료들이 카카오에도, 기사님들께도 참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경기남부청이 카카오와 이런 제도를 운영하고 나서부터 서울지방경찰청 등에서는 지역 경계를 넘어가는 사건에 대해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인근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했는데 실종자나 용의자가 이동한 지역이 경기남부청 관할로 확인되면 저희한테 카카오택시 메시지 발송을 요청하기도 해요. 우리 지역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커서 늘 부러워하시죠.”
당초 1년간 맺었던 협약은 지난해 한 번 갱신됐다. 서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깨지지 않는, 기한 없는 동행이 시작된 것이다.
경찰과 카카오의 협업은 점점 더 똑똑해지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동보 메시지 전송을 위한 내부 시스템 개편 작업이 이루어졌다. 카카오택시 관리창 안에 경기남부청 동보 메시지를 발송하는 전용 메뉴가 추가됐고, 메시지를 보내면 경기남부청 로고와 함께 메시지가 뜬다. 기사 회원들은 메시지를 클릭해 경찰이 찾는 인물의 신상 정보와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발송된 메시지를 수정하고 업데이트하는 기능도 생겼다.
“제보 의지가 있는 기사님들이 메시지를 더 눈여겨볼 수 있게 체계가 잡힌 거죠. 또 경찰의 초기 정보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수정될 가능성이 큰데 이미 보낸 메시지를 고쳐 더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종결된 사건은 종결됐다고 덧붙일 수도 있고요.”
1월 4일부터는 낮에만 가능했던 사진 발송을 밤에도 할 수 있게 됐다. 오 경감은 야간 사진 첨부가 가능해진 뒤 메시지 열람과 제보 건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강력 범죄 대부분이 밤에 발생하는데 밤에는 사진이 전송되지 않아 지금까지는 낮 시간대의 실종 신고 중심으로 성과를 거뒀어요. 앞으로는 강력 범죄 해결에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 경감은 카카오택시와의 협업이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치안 효과를 가져온다고 본다. 국민 모두가 경찰 활동에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범죄 예방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CCTV의 범죄 억지 효과를 알고 계실 겁니다. 잘못을 저지르려다가도 CCTV가 있으면 함부로 행동할 수 없게 되죠. 길거리 택시들이, 주변 사람들이 바로 신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범죄를 막을 수 있습니다.”
치안에 국민과 기업, 사회단체 등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오 경감은 믿는다. 그는 사회 각 부분의 순기능이 모여 ‘맞춤형 협력 치안’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과학 수사도 하루아침에 변하는 기술을 전문적으로 따라가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다른 정부기관도 마찬가지겠죠. 기업이 잘 짜인 시스템과 기술력으로 협조해준다면 정부 서비스 수준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카카오택시가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와 내비게이션, 주차를 비롯한 모든 이동 서비스를 아우르는 전문 플랫폼 ‘카카오T’를 출범시켰다. 오 경감은 카카오T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동에 대한 데이터는 국민 생활과 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협업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경기남부청과 카카오는 카카오T의 드라이버 대리 기사 회원들에게도 동보 메시지를 전송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T에 등록된 대리 기사님들은 매일 밤 한 콜이라도 더 받기 위해 휴대폰 화면과 거리 상황을 늘 주시하시죠. 이분들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전파된다면 카카오택시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경찰과 카카오가 국민을 위해 영원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오 경감은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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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ners with Kakao> 3호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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