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카카오이모티콘 '동물 짤방' 키몽 작가
유쾌한 언어유희와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내세운 일러스트 ‘동물 짤방’ 시리즈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알파카가 파카를 입으면?’ ‘부엉이가 밤에 라면을 먹으면?’ 등 동물의 이름을 소재로 한 유쾌한 언어유희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고, 이는 곧 ‘동물 짤방’이라는 이름의 카카오 이모티콘 시리즈와 다음웹툰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됐다.
큰 인기에 힘입어 카카오 이모티콘을 출시했고, 현재 다음 웹툰에서 ‘키몽툰’을 정식 연재 중인 작가 키몽(본명, 김홍렬). ‘순도 100% 언어유희 콘텐츠’라는 독특한 장르를 확장하고 있는 키몽 작가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Q. 작업실이 정말 아늑하네요. 어떤 공간인가요?
7명의 작가들이 함께 사용하는 작업실이고, 저는 1년 전에 처음 들어왔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작업에 집중할 공간을 찾던 중 마침 집 근처에 공유 작업실이 있다는 공고를 보았습니다. 웹툰, 모던 한국화, 일러스트, 동화책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여러 작가님들과 함께 지내면서 도움도 많이 받고 자극도 받습니다. 매일 아침 회사가 아닌 작업실로 출근할 때마다 제가 이제 회사원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하곤 해요.
Q. 실제로 뵈니 ‘키몽’ 캐릭터랑 정말 닮으셨네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키몽’은 제 분신 같은 존재이자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입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키몽을 처음 그렸어요. 그때부터 낙서를 좋아해서 만화를 따라 그리곤 했는데, 어느 날 문득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 ‘텔레토비’가 유행이었고, 저는 그중에서도 가장 따라 그리기 쉬운 ‘뚜비’를 보고 제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키몽이라는 이름은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이 제 이름 ‘김홍렬’을 줄여서 부르던 별명에서 따왔어요. 군대에서도 그림을 계속 그려서 현재 모습으로 완성했고요. 군인들은 제대하고 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으로 충만하잖아요. 저도 언젠가 키몽이라는 캐릭터가 엄청나게 유명해질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비록 제대한 뒤 금방 현실을 깨닫고는 착실히 수업 듣고 졸업하기 바빴지만요.
Q. 작가님의 ‘동물 짤방’이 2년 전 SNS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죠. 언제부터 그리기 시작한 건가요?
어느 날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기다리는데 웃긴 말장난이 생각나는 거예요. 그래서 옆 친구를 붙잡고 ‘부엉이가 라면을 먹고 자면 얼굴이 부엉!’ 하고 장난을 쳤는데 친구가 정색을 하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너무 웃긴데, 이걸 말로 하니 느낌이 잘 안 사는 것 같아서 그림으로 그린 것이 ‘동물 짤방’ 시리즈의 시작이에요.
소위 ‘짤방’이라고 하는, 재미있는 그림이나 사진들을 좋아해서 휴대폰 사진첩에 잔뜩 저장해두곤 했는데, 제가 그린 짤방을 사람들이 쓰면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동물 이름을 이용한 일종의 언어유희를 귀여운 동물 캐릭터에 접목시켜보기로 했죠. 때마침 일반인도 카카오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때가 2015년 겨울이었는데 지금의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처럼 편리한 시스템이 갖춰진 것이 아니었고, 카카오의 사업 제휴 안내 페이지 안에 이모티콘 제안을 받는 메일 주소가 있었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작업을 해서 제안했는데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어요. 아쉬웠지만 사람들이 많이 쓰면 좋겠다 싶어서 24종의 짤방을 고화질 버전으로 만들어 제 SNS에 올렸죠. 그런데 이게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널리 퍼지게 된 거예요. 이런 인기에 힘입어 다시 한번 이모티콘 제안을 넣었고, 두 번째에는 심사를 통과했어요. 그렇게 2016년 11월 키몽의 ‘동물 짤방 세트’ 첫 번째 시리즈가 이모티콘으로 출시됐습니다.
◼︎키몽 작가의 카카오이모티콘 '동물 짤방' 시리즈
https://e.kakao.com/t/animal-wordplay-stickers
Q. 한 번의 실패 후 마침내 이모티콘이 출시되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평소 SNS를 통해 제 그림과 작업하는 일상을 꾸준히 공유해왔어요. 이모티콘 심사에 탈락했을 때는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지 의견을 묻기도 했고요. 이렇게 제가 작업하는 과정을 꾸준히 지켜봐 온 분들의 축하를 많이 받아서 더 의미 있었던 것 같아요. 저 같은 일반인도 이모티콘을 출시하는 것을 보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분들도 계셨고요. 이모티콘 덕분에 ‘키몽’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을 실감합니다. 지금도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 등의 행사장에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통해 제 그림을 알게 됐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Q. 웹툰 연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제 작품 중에 ‘아재 개그’와 말장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쳐 그린 ‘언어의 마술사 알파카파카’ 시리즈가 있어요. 재미있다고 댓글을 단 분 중에 마침 다음웹툰 PD님이 계셨던 거예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웹툰으로 정식 연재를 하면 좋겠다고 댓글을 남기셨는데, 그때 처음으로 제가 웹툰 작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전에는 제가 감히 도전할 영역이 아니라고 여겼거든요. 그때까지는 그리고 싶은 것을 중구난방으로 그렸다면, 그 이후에는 좀 더 언어유희, 말장난 콘셉트에 맞춰 콘텐츠를 다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2016년 한 해 동안 ‘알파카파카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해 말 PD님과 다시 연락이 닿아 정식 웹툰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Q.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 프리랜서 작가의 길을 선택한 것이 이 무렵인가요?
네, 맞아요. 원래는 MCN(Multi Channel Network・다중 채널 네트워크) 회사에서 근무했어요. 2016년 당시 온라인에서 인기 많은 1인 창작자의 동영상 콘텐츠 등을 유통하고 관리하는 MCN 회사가 각광받고 있었거든요. 저도 처음에는 창작자로 섭외되어 일을 시작했는데, 자체적으로 디자인과 콘텐츠를 담당할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함께 일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그렇게 회사를 다니면서 꾸준히 제 그림을 그렸고요. 제 개인적인 공간에서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즐거웠지만, 이를 수익으로 연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죠. 마침 그때 카카오 이모티콘을 출시하게 되었고 다음웹툰 정식 연재까지 제안받으면서 회사에 다니지 않고도 먹고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표를 내고 지난해 1월 1일부터 프리랜서 작가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Q. 다음 웹툰 ‘키몽툰’은 시즌 1에 비해 시즌 2는 분량도 길고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있어요. 작업 과정이 어떻게 다른가요?
시즌 1은 주 2회 연재하며 10~20컷의 짧은 컷툰이었는데, 시즌 2는 주 1회에 50~60컷으로 분량이 길어졌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작업하는 양이 늘었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서사 구조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 키몽툰만의 코믹 요소를 더하고, 매회 나름의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Q. 댓글을 보면 작가님의 개그 코드에 열광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독자들의 댓글을 유심히 읽어보는 편인가요?
그럼요. 첫 화의 댓글을 지금도 찾아서 읽어보고 있어요. ‘키몽툰’을 나중에 알게 된 분들이 첫 화부터 읽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흔적을 남기진 않았을까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한 번은 고민 상담을 들어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들어가서 웹툰 소재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고민을 꺼낸 적이 있어요. 채팅방에 계신 분들이 앞으로 제 웹툰에 응원 댓글을 열심히 쓰겠다며 격려해주셔서 훈훈하게 채팅방을 나왔죠. 시간이 지나고 문득 생각해보니 이분들이 정말 댓글을 달고 있는지 궁금한 거예요. 그래서 이 에피소드를 웹툰으로 그렸어요. 그랬더니 댓글에 독자들끼리 ‘오카방(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의 준말)’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부끄럽지만 ‘키사모(키몽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이름의 오카방이 생겼어요. 제 팬클럽이라기보다는 아재 개그를 공유하는 채팅방이라고나 할까요. 다른 사람의 반응에는 아랑곳 않고 꿋꿋이 자신의 개그를 선보이는 독자분들의 즐거운 모임이에요. 저도 이곳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말장난을 허락받고 웹툰 소재로 사용하기도 해요.
Q. 이모티콘과 웹툰 연재 외에 다른 수익이 있나요?
패키지 디자인이나 캐릭터 개발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특히 홍보 문구를 쓸 때 언어유희적 요소를 차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키몽툰’의 콘셉트와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일을 의뢰하시는 것 같아요. ‘알파카파카의 아재그림퀴즈’라는 모바일 게임을 출시한 적도 있고요. 키몽만의 콘텐츠를 살려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계속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Q. ‘동물 짤방 시리즈’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에게 진입 장벽 없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키몽툰’만 봐도 독자층이 웹툰을 주 소비자인 20~30대부터 말장난을 좋아하는 어린 친구들, 아재 개그를 실제로 구사하는 중・장년층까지 다양하거든요. 저만의 작품 철학이라고 말하긴 거창하지만, 여태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누구나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또 제 그림을 보고 색감이 예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이렇게 알록달록한 색깔이 캐릭터를 더욱 귀엽고 돋보이게 해서 이모티콘이나 엽서, 가방, 문구류 등의 제품으로 만들기 적합한 것 같아요. 노란색을 특히 좋아해서 작업할 때도 의식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다른 색과 무난하게 잘 어울리기도 하고 특유의 따뜻한 느낌이 좋더라고요.
Q.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해요. 원래 미술을 전공하셨나요?
대학 전공은 건축학이에요. 미대는 그림 실력이 대단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했어요. 학창 시절엔 조용한 성격이었어요.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교과서나 공책에 낙서하는 것 좋아하고, 가끔 친구들과 스트레스 풀러 노래방에 가기도 하고요.
그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블로그나 개인 SNS에 꾸준히 제 그림을 올린 것이 여기까지 온 원동력인 것 같아요. 건축학과에서 배운 다양한 그래픽 프로그램이 지금 작업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되고요. 동기들은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건축 포트폴리오를 만들지만 저는 웃긴 그림 그리는 데 쓴다는 것이 조금 다르지만요.
Q. ‘동물 짤방’ 시리즈 외에 그려보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한창 감성이 충만한 시절에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그려보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바닷속 고래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어요. 고래는 포유류인데 바닷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 신비롭고 묘한 감동을 주더라고요. 그림 실력을 더 키워서 근사한 일러스트의 ‘우주고래도감’을 완성해보고 싶습니다.
Q. 작가님의 올해 계획이 궁금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키몽툰’을 잘 이끌어가서 독자들도 ‘키몽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게 애정을 갖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또 캐릭터 상품을 만드는 데도 관심이 많아요.
지난겨울 ‘서울일러스트레이션페어’에 나가면서 배지, 손거울, 스티커 등을 제작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콘텐츠 만드는 것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소장하고 싶어 할 만한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제작해보고 싶어요. ‘키몽툰’만의 유쾌한 콘셉트를 앞으로도 여러 방면으로 확장해보고 싶습니다.
◼︎키몽 작가의 다음웹툰 '키몽툰' 보러 가기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kimongtoon
매거진 <Partners with Kakao>의 4호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Partners with Kakao> 4호 목차
- hello, partners!
◼︎ partners
- 카카오이모티콘 키몽 작가 '아재 개그'의 재탄생 (본 글)
- 병무청과 카카오톡의 특별한 협업 '입영통지서, 카카오톡으로 받아요'
- 카카오드라이버 김민섭 작가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 카카오페이지 김영탁 감독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 쉿, 카카오의 비결 파트너께만 알려드려요 'Kakao 클래스'
◼︎ with Kakao
- 모두를 위한 연결 II '난 카카오톡으로 우리 손주랑 얘기해'
- 같이가치 with Kakao '까막눈 할머니, 폰트를 만들다'
- 다가치펀드 '손바느질에 담긴 마음을 아기에게'
-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플친, 맞춤 행정으로 가는 길'
오프라인으로도 발간되는 <Partners with Kakao> 매거진은 카카오헤어샵 우수매장 200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4호의 전문은 아래에 첨부된 pdf로 받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