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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카카오톡으로 우리 손주랑 얘기해

모두를 위한 연결 , 두 번째 이야기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세상은 큰 폭으로,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변화의 바람은 예외를 두지 않는다. 변화에 발맞추는 일은 모두에게 도전이지만, 노인들에게는 그 도전의 난이도가 유독 높다. 


카카오는 노인들이 더 쉽게 변화에 적응하고, 사람 그리고 세상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돕고 있다. 같이가치 with Kakao에서 모은 후원금으로 만든 교재로 카카오톡을 비롯한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운 어르신들이 ‘모두를 위한 연결’ 시리즈 두 번째 주인공이다. 


그들을 경기 의정부 송산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원복희  올해로 여든셋, 아들 넷을 키우며 분주하게 지내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지낸 지 6년째. 지인들과 카톡으로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게 큰 재미다.

 이재준  금융맨으로 살다 은퇴 후 본격적으로 음악을 즐기는 일흔일곱 노신사. 연주 동영상을 보고 연습하거나 

카톡으로 공유하는 걸 즐긴다. 



Q. 송산 노인종합복지관 터줏대감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이재준  어느덧 10년째 이 복지관에 다니고 있네요. 경기 포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교를 다녔고, 금융회사를 다니다 은퇴한 뒤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아들 하나 딸 둘을 뒀는데 모두 출가해서 따로 살고, 지금은 아내와 둘이 삽니다. 포천에서 의정부까지 마실 다니게 된 건 저희 형님 덕분이에요. 의정부 소흘읍 읍장으로 계시다 정년 퇴임하고 쭉 여기 사셨거든요. 같이 취미생활을 하자고 하시기에 따라 나온 게 벌써 10년도 더 됐네요. 


 원복희  나는 서울 토박이예요. 이사 온 지는 10년 됐지만 복지관에 나오기 시작한 건 5년 전이니까 이재준 할아버지보다는 후배네요. 속 안 썩이고 장학생으로 잘 커준 아들 넷은 장가를 보냈고, 남편이랑 둘이 살면서 집에서 살림했는데 6년 전에 그 사람 먼저 떠나보내면서 혼자가 됐어요. 심심해서 복지관에 나와 취미생활을 시작했지요.



Q. 복지관에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이재준  음악이 제일가는 취미이긴 한데, 여기 와서는 서예와 포켓볼, 당구, 이런 것을 주로 했네요. 


 원복희  나도 서예를 했어요. 문예반도 하고, 노래교실에도 참가하고요. 여기 와서 좋은 친구들 많이 사귀어서 참 좋아요. 배우는 것도 많고. 



Q. 복지관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셨네요. 평소 복지관 다니는 것 말고 즐겨하시는 일이 있나요? 

 원복희  그냥 뭐 복지관에 버스 타고 나오는 게 일이지. 웬만하면 걸어 다니겠는데 힘이 들어서 버스를 타요. 일주일에 사흘도 오고 나흘도 와요. 그거 말고는 절에 다니고요. 초하루, 절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다녀요. 남편이랑 둘이 있을 땐 운동도 다니고 그랬는데 혼자 있으니까 좀 그래서 안 다니게 되더라고요.


 이재준  특별히 하는 일은 없고, 두 늙은이가 같이 생활하다 보니 우리는 오히려 각자 생활이 좀 달라요. 난 그냥 여기 나와서 컴퓨터 배우고 당구 좀 치고 놀다 들어가면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운동도 하고. 오히려 간섭이 적어졌어요. 복지관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나오는데, 안 나올 때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마작 게임을 합니다. 제가 그걸 좀 하거든요. 가장 특별했던 복지관 활동 중 하나가 이지(易知) 스마트폰 교실이었다고 들었어요. 


 이재준  맞아요. 대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이 와서 스마트폰 쓰는 법을 알려줬어요. 나는 3년 전에도 한 번 듣고 작년에도 한 번 들었지. 와이파이랑 데이터 쓰는 법부터 카카오톡 쓰는 방법, SNS 쓰는 법, 카카오택시 이용하는 법까지 두루 배웠어요. 여러 가지를 다 배워봤지만 그중에 제일 생각나는 게 카톡이에요. 


 원복희  나도 그래 나도. 





Q. 왜 카톡이 제일 생각나세요? 

 원복희  카톡 온 것을 쭉 보고 있으면 거기에 친구도 많잖아요. 사실 복지관에 나오지 않으면 말할 데가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카톡이 너무 좋죠. 가깝게 지내던 막냇동서가 미국 간 지 30년이 넘었는데 동서하고 매일 아침 카톡을 해요. 나는 혼자 있으니까, 심심하니까. 


아침마다 안부를 전하고, 엊그제는 애들이랑 다 같이 제주도 2박 3일 여행 갔다 온 거 사진을 쭉 보냈어요. 서로 그렇게 지내니까 먼 데 있는데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가까이 느껴져서 참 좋아요. 친구들이랑 그룹채팅방도 만들어서 서로 카톡 주고받는 걸 보고 어디서 그렇게 좋은 걸 돈 주고 사 오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글쎄. 카톡을 돈 주고 샀냐고 하는 거야.


 이재준  나는 카톡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제일 좋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처럼 게임이나 오락 정보는 아니고 생활 정보랑 건강 정보를 주로 보죠. 정보를 딱 보자마자 친구들한테 바로 카톡으로 공유할 수 있어서 편해요. 생활의 지혜나 좋은 구절을 나누기도 하고요. 


 원복희  그렇지, 건강 정보가 제일이에요. 무슨 김치는 어디에 좋고, 식사 전에 과일을 먹는 게 좋고, 뭐 이런 것들. 이 카톡방에서 받아서 저 방에도 주고 그래요. 



Q. 카톡 덕분에 적적함이 한결 나아지셨겠어요. 기능은 어디까지 활용해보셨어요? 

 이재준  프로필 사진이랑 상태 메시지 쓰고, 채팅창 이름 정하고, 사진이랑 동영상, 이모티콘 보내는 거, 다 해봤죠. 프로필은 우리 집 사진이고, 상태명은 ‘제행무상’입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언젠가는 멸하고 형체가 있는 것은 언젠가는 변한다는 불가 말씀이지요.


 원복희  다 써보긴 했어요. 더듬거려서 그렇지. 


 이재준  채팅방 검색 기능도 써보고, 나와의 채팅으로 메모도 남겨봤어요. 한 번만 더 배우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쓰고 있어요. 쓸수록 뜻에 맞춰서 이모티콘 보내고 이런 것 좀 잘하게 더 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Q. 카톡이 문자, 전화보다 편리한 점 혹은 재미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재준  전에는 카톡이 공짜인 걸 몰라서 문자메시지만 주구장창 보냈는데 카톡이 돈이 안 든다는 걸 알고 참 바보 같았구나 싶었어요. 전화보다 나아요. 카톡으로 보이스톡을 걸 수 있으니까요. 어떤 친구랑은 보이스톡으로만 연락해요. 그리고 나는 학교 다닐 때 관악기 밴드를 하면서 색소폰이랑 클라리넷을 불었거든요. 내가 연주하는 영상을 카톡으로 공유할 수 있어 신기하더라고요. 영상도 카톡으로 보낼 줄 알아요. 이제. 


 원복희  글씨 쓴 거, 그림 그린 거 카톡으로 주고받는 게 재밌어요. 그냥 휴대폰만 갖고 있었을 때는 못 했던 거니까요. 잠이 안 올 때도 나는 카톡을 해요. 복지관이나 절에서 만난 동생들이랑. 다음번에 할 때는 자기도 같이 배우게 해달라고 친구들이 아주 성화예요. 일러주고 싶더라고. 



Q.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요? 

 이재준  처음 접하는 건 다 어렵지. 쉬운 게 하나도 없어요. 배웠어도 집에서 하려면 더듬더듬 안 되더라고요. 카톡 처음 배울 때 메시지를 보내봐야겠다 하고 친구들한테 보냈는데 헷갈려서 다른 사람한테 보낸 적이 있어요, 실수로. 창피해서 혼났네. 참 그렇게 자꾸 실수를 해요.


 원복희  그건 늙어서 그런 건데 할 수 없지요. 젊을 땐 총기가 있어서 한 번 들으면 안 잊어버리는데 늙으면 돌아서면 까먹어. 그래서 열 번 배워야 돼요. 기회만 있으면 배우려고 해요 나는. 우리 손주가 이번에 여행 갔다 와서 사진을 25장 묶음으로 해서 카톡을 보냈더라고요. 내가 이거 해봐야겠다 싶어서 배워가지고 하고 그랬어요. 



Q. 처음에는 교재가 없어서 복습하시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원복희  가뜩이나 어려운데 힘들었지요. 낱장으로 공부한 내용이 적힌 종이를 나눠주는데 거기 열심히 받아 적고 집에 가서 보면서 연습했어요. 혼자 있으니 물어볼 데도 없어서 필기를 보는 수밖에요. 그 필기를 아직도 안 

버리고 집에 뒀어요. 


 이재준  나도 노트에 필기를 해가면서 공부했어요. 교재가 없어서 예습도 어렵고 복습도 어렵고 그랬죠. 그러다 같이가치에서 후원금으로 스마트폰 교재를 만들어줘서 잘 쓰고 있어요. 그거 가지고 이제 집에서 모르는 것을 

찾아볼 수도 있어요. 스마트폰 참고서야 아주. 




Q. 교재를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이 어떠셨어요? 

 이재준  국민학교 1학년 때 처음 책 받는 기분이야. 뭐 이리 많이 실렸나 하고 한참 들여다봤는데 별난 게 다 있더라고. 참 좋았어요. 


 원복희  진짜 학교에서 교과서 처음 받는 것 같았어요.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가족들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원복희 손주들은 신기해해요. 지들한테 안 물어보고 척척 하니까 손주들이 “할머니 카톡도 할 줄 아네! 이런 것도 할 줄 아네!” 하고 놀라면서 자기들 사진 보내주고. 자주 못 보는 손주들 사진 보니 좋더라고요. 


 이재준  대환영이지 뭐. 좋은 거 많이 배우라고 하더라고요. 초등학생 손주들이랑 일주일에 두 번씩 카톡으로 소식을 서로 전하기로 약속했는데, 내가 어떨 때 깜빡 잊고 안 하면 야단을 치더라고요. “할아버지 약속 안 지켰으니까 벌금 내!” 하고요. 요즘은 우리 집사람이 나한테 배워요. 받은 교재 순서대로요. 메시지 보내고 사진 보내고 저장하는 것쯤은 이제 우리 집사람도 할 줄 알아요.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게 되면서 생긴 일화를 들려주세요. 


 원복희  나는 그렇게 남편 생각이 나더라고. 살아 있었으면 얼마나 이걸 잘했을까 자꾸 생각이 나요. 할아버지가 아주 컴퓨터 박사여서 시내 나가서 자격증도 다 따오고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밥도 안 먹고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미워했지. 돌아가신 뒤에 컴퓨터 꼴 보기 싫어서 싹 갖다 버렸더니만 스마트폰 배우고 나니 와이파이가 필요하더라고요. 지금 그래서 아주 답답해. 


 이재준  어이쿠, 그러면 공유기를 사셔야죠. 


 원복희  에이 몇 년을 산다고. (나이가) 70대만 돼도 사겠는데, 싼 것도 아니고. 



Q. 스마트폰 전에도 휴대폰은 사용해보셨죠? 

 원복희  1998년에 남편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우리만 빼고 다들 휴대폰을 갖고 있더라고. 그걸 보고는 애들이 폴더를 위아래로 여는 은색 휴대폰을 사줬어요. 그다음에 한 번 검정색으로 바꿔서 썼는데, 이번엔 또 초등학교 애들까지 스마트폰을 다 쓰더라고요. 또 나만 없어. 나는 뭔가 새로 나왔다 하면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팔순 잔치 때 스마트폰을 해달라고 했는데 안 해주더라고요. 답답해서 그냥 내가 가서 사버렸어요. 처음에는 용어를 하나도 모르잖아. 요새 사람하고 우리는 대화가 안 되는데 대리점에서 친절하게 해줘서 다행히 개통을 했지요. 


 이재준  휴대폰은 뚜껑을 열어서 쓰는 까만색 기계로 20년 전에 처음 쓰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통화하는 것밖에 안 됐죠. 그래도 가지고 다니면서 쓰는 전화라니 세상 참 편리하다 싶었지요. 스마트폰은 안 쓰다가 너무 뒤처지는 기분이 들어서 10년 전에 큰딸한테 사달라고 했습니다. 



Q. 젊은 사람들보다 더 오랫동안, 많은 것들이 변해가는 걸 보셨을 거예요. 세상이 변한다는 게 어르신들께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이재준  6・25 전쟁이 날 적에 국민학교 3학년이었어요. 보따리이고 피난 다니고. 그 뒤에 이렇게 격변하는 사회를 보고, 스마트폰 같은 걸 보고 있으니 앞으로 또 얼마나 변할까 기대가 돼요. 다 못 보고 죽을 게 한스러워. 


 원복희  억울하지.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6 ・25 전쟁이 났어요. ‘변화’ 하면 국민학교 4학년 때 해방되던 때가 생각나고, TV 처음 나왔을 때, 라디오 듣고 살았던 때가 다 생각이 나. TV 한 대만 있으면 이웃 사람들이 다 와서 보고 그랬던 좋은 기억도 나고요. 



Q. 세상이 크게 변할 때마다 변화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원복희  머리가 깨어야 해요.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한 거지. 나이가 들어 배우는 데 예전보다 더 오래 걸리긴 하지만요. 


 이재준  제 생애 모토는 남이 한 발 걸으면 나도 한 발 전진하면서 사는 거예요. 스마트폰 배우는 것도 그랬지. 누구는 느리고, 누구는 빠르고. 변화는 똑같이 오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같은 속도로 따라갈 수는 없지만, 계속 전진하는 걸 목표로 살아야 하는 거라고 믿어요.



매거진 <Partners with Kakao>의 4호는 이렇게 구성됩니다. 

<Partners with Kakao> 4호 목차


- hello, partners!


◼︎ partners

- 카카오이모티콘 키몽 작가 '아재 개그'의 재탄생
- 병무청과 카카오톡의 특별한 협업 '입영통지서, 카카오톡으로 받아요'
- 카카오드라이버 김민섭 작가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 카카오페이지 김영탁 감독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꾼'

- 쉿, 카카오의 비결 파트너께만 알려드려요 'Kakao 클래스'

◼︎ with Kakao

- 모두를 위한 연결 II '난 카카오톡으로 우리 손주랑 얘기해' (본 글)
- 같이가치 with Kakao '까막눈 할머니, 폰트를 만들다'
- 다가치펀드 '손바느질에 담긴 마음을 아기에게'
-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플친, 맞춤 행정으로 가는 길'

오프라인으로도 발간되는 <Partners with Kakao> 매거진은 카카오헤어샵 우수매장 200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4호의 전문은 아래에 첨부된 pdf로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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